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기업의 경영 성패는 미래사업 확보 여부에 따라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기 회복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주요 그룹들의 총수들은 신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경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2일 경제계에 따르면, 현재 호평을 받고 있는 신산업 분야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 수소 에너지를 토대로 한 미래차, 항공을 기반으로 한 우주, 배터리 기술을 이용한 전기차·드론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이들 산업의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현대차·SK·포스코·한화·효성·현대중공업 등이 꼽힌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제철, 석유·화학, 섬유, 조선·중공업을 주력으로 삼아왔지만,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또 다른 미래 신성장 동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국내 미래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정 회장은 지난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약 1조원에 인수하고, 수소에너지네트워크에 약 150억 원을 투자하는 등 많은 회사의 지분을 확보하며 미래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수소차 넥쏘 판매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69.0%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전기차도 ‘아이오닉5’와 ‘EV6’를 출시하며 세계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하며 경제단체 수장으로 첫 발을 내딛은 최태원 SK 회장은 친환경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은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친환경), 디지털 4개 사업군에 5년간 총 46조원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특히 수소 사업을 집중 겨냥한다. 향후 5년간 약 18조원을 투자해 수소 생산과 유통, 소비에 이르는 벨류체인(Value Chain)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너지가 낮은 사업군은 과감히 조정해 수소 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예정이다.

2기 체제에 돌입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배터리 소재를 새로운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에서 배터리가 갖는 의미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의 생산설비를 확대해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포스코는 수소 경제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톤 체제를 구축해 수소사업에서도 매출 30조원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도 수소경제를 앞세운 친환경 테마로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효성은 효성중공업-효성첨단소재 간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시도하면서 성장 돌파구를 찾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액화 수소 공급과 수소 충전소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효성첨단소재는 수소차 연료탱크의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덕분에 효성은 약진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효성의 시총은 지난해 말 5조1927억 원에서 3개월 만에 8조9863억 원까지 불어났다.

7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김승연 한화 회장의 시선은 우주로 향해 있다. 김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항공·우주산업을 미래성장 동력 확보의 주요 축으로 언급한 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어 지난 3월 한화는 그룹 내 항공 우주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켰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다. 한화 후계 구도에서 1순위로 꼽히는 김 사장이 맡은 만큼, 우주 산업은 한화의 확실한 미래 먹거리로 분류된다.

지난해 11월 그룹 내 발족한 미래위원회의 수장으로 나선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1조원에 달하는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우리나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와 글로벌 기업 인수·지분투자 위해 펀드를 조성키로 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조선, 정유, 건설기계 부문의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선박 자율운항, 수소연료전지 등에서 신사업 동력을 찾을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AI를 활용한 자율운항선박 솔루션을 제공하는 자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수소 사업 관련 전략적 제휴를 맺은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재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라면서 “차세대 인프라 구축과 확장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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