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8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의 기업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 “기업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문제를 풀고 행동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평소 ‘사회와 공감하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해온 최 회장답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이러한 목소리를 낸 것은 정치권의 기업 규제 입법 강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해 연말과 올 초 국회는 기업규제3법·노조3법·중대재해처벌법 등을 잇달아 통과시켰다. 정치권은 코로나19 국면에서 호황을 누린 기업이 일부 이익을 나누는 ‘이익공유제’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산업 엔진을 꺼트리는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기업인의 기를 살려야 한다”면서 “대부분 내수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를 직원으로 흡수할 대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인들은 ‘반기업 정서’를 걱정하고 있다.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민간기업 109곳 중 반기업 정서가 ‘존재한다’고 답한 기업은 93.6%에 달했다. 특히 반기업 정서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종사자 1000명 이상 대기업 경영자들은 83.8점으로 평가했다.

최 회장은 반기업 정서에 대해 기업 규제의 원인을 파악한 뒤 성찰과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 회장은 “(정치권이) 규제만을 위해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규제를 하지 말라고만 하는 것은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고 올바르게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규제가 본래의 정신과 일치하는지,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규제의 방향성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경제단체와 협력해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협력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오픈돼 있다”면서 “누구하고는 하고 누구와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임기 초반인 만큼, 대한상의 차원에서 반기업 정서를 해결해 나갈 구체적인 일정이 아직 짜여지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의 관계자는 “당장 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반기업 정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 일각에선 입법부인 국회에서 기업이 겪는 규제와 차별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이 또한 마땅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입법의 결정권은 역시 국회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며 국회와 정부를 종횡무진 누빈 박용만 전 회장 역시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고 반대 의견을 강력하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기업 규제 입법의 방어에는 실패했지만, 정치권과의 손을 놓지 않으며 마중물은 놓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최 회장은 기업 규제의 물꼬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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