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LG그룹 이사회, 구본준 독립에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에 촉각

대내외 불확실성 속 변화에 관심, 권봉석 사장 승진 여부도 관전포인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 사진=LG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LG그룹이 이번주 연말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출범과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독립이 인사이동 및 조직개편의 폭을 예상보다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재계는 대내외 불확실 상황을 반영해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는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25일과 26일 이사회를 열고 구본준 LG 고문의 계열 분리 논의와 함께 연말 인사안을 확정한다. 내년도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인사·조직개편을 논의하는 구광모 회장 주재의 사업보고회는 지난주 통신계열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재계는 구본준 고문의 계열 분리가 가져올 그룹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구 고문은 LG상사와 판토스, LG하우시스 등을 거느리고 LG그룹에서 독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이 그룹 경영을 이어받고, 동생들이 계열사를 분리해 나가는 LG그룹의 '형제 독립 경영' 체제의 전통에 따른 것이다. 그룹 내부에선 LG그룹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실리콘웍스, 화학 소재 제조사 LG MMA가 함께 분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계열분리로 구 고문 측근 등의 거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 분리와 관련해 일찍부터 거론돼온 인물은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다.

하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구 고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하 부회장이 LG상사, LG하우시스 등으로 이동하는 시나리오다.

LG에너지솔루션의 출범과 관련된 인사는 예상대로 흘러갈 것이란 시각이 많다.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이 신설법인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는 것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제공
차석용 부회장, 권영수 부회장, 하현회 부회장, 신학철 부회장 등 총 4명의 LG 부회장단의 유임 여부 또한 관심사다. 구 고문의 계열분리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부회장단의 거취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핵심 경영진이 계열분리하는 회사로 이동할 경우 주요 임원까지 연쇄적으로 자리를 옮기는 상황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사에서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지 여부다. 권 사장은 올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LG전자 실적을 끌어올린 공로가 컸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각에선 LG전자가 LG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봤을 때 올해 권 사장의 승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임인 조성진 부회장 또한 대표이사를 맡은 지 1년만인 2016년말 부회장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분리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조직에 크거나 작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큰 변화를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 고문과 함께 LG그룹에서 분리될 것으로 알려진 계열사 일부에선 이번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들 기업은 계열 분리 후 사명을 바꾸고,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LG그룹의 소속감과 함께 계열사로서 누렸던 혜택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많다. 한 관계자는 "확실하지 않은 여러 이야기가 내부적으로 많이 오가는 상황"이라며 "결과를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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