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자회사인 KLT에 관련 기술이전 방법 이용 책임 모면 주장

2차 보수작업 문제 지적엔 가스공사 "선박크기 달라 단순비교 어렵다"

[편집자주] 국회의 국정감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10월 진행된 2019년 국감도 ‘맹탕 국감’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국정 전반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국감이 사실상 ‘연례행사’로 전락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국회의원들이 국감에서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국가기관이나 기업에 대한 질타를 쏟아내도, 국감이 끝나면 이들 논란은 홀연히 사라져 버리기 일쑤다. 오히려 논란이 일어난 후에도 아무런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국가기관이나 기업들도 적지 않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올해 국감에서 논란이 됐던 주요 현안들에 대해 재조명하고, 후속 대책 등이 마련됐는지 5회에 걸쳐 짚어본다.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한국가스공사의 한국형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화물창 기술(KC-1)에 대한 결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개발해 자회사에 이전한 KC-1은 LNG 보관 저장창고의 핵심 설계 기술로, 이 기술이 적용된 화물창에서 결빙 현상이 발견되면서, 애꿎은 기업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조선·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국감에 이어 올해 국감에서도 해당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가스공사측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사진=한국가스공사 제공
◇ 가스공사, KC-1 기술 결함 논란 ‘여전’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개발해 2016년 자회사인 ‘KC LNG 테크’(KLT)에 이전한 KC-1의 기술 결함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LNG 화물창 설계 기술인 KC-1은 LNG 운반선의 핵심 기술로, 가스공사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의 연구 끝에 국산화에 성공한 기술이다.

과거 프랑스의 GTT사가 이 기술을 독점해 국내 기업들은 선박 한 척당 약 100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해왔는데, KC-1 개발로 로열티에 따른 국부 유출 등의 문제가 해소된 것이다.

그런데 삼성중공업이 KC-1을 적용해 건조한 후 SK해운에 인도한 두 척의 선박(SK세레니티, SK스피카)의 화물창에서 지난해 3월 결빙 현상이 발견됐다. 올해 5월 해당 선박에 대한 보수 작업이 완료됐으나, 시운전 중에 또 결빙 현상이 나타나면서 보수 작업을 허술하게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삼성중공업 측은 지난달부터 이들 선박에 대한 2차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초에 보수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해운은 KC-1의 기술 결함으로 적기에 선박을 운영하지 못해 연말까지 1000억원의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SK해운은 지난해 10월 선박 운항 손실과 관련, KLT 측을 상대로 25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구 동구 한국가스공사 본사. 사진=한국가스공사 제공
◇ “2차 보수작업도 허술…가스공사 책임 회피에 기업만 피해”

관련 업계에서는 SK세레니티, SK스피카에 대한 보수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날선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가스공사 측이 보수비용을 줄이기 위해 문제의 선박 화물창에서 결빙 현상이 발견된 부분 위주로만 보수 작업을 실시해 향후 다른 부분에서 결빙 현상이 발견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문제의 선박 2척에 대한 2차 보수 작업은 화물창 아래쪽 가장자리 공간인 코너 공간과 코너 갭에 단열재를 설치해 공간 내부의 대류 현상(기체나 액체에서 물질이 이동해 열이 전달되는 현상)을 막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2차 보수 작업으로는 KC-1 화물창 전체에 대한 결빙 현상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SK세레니티, SK스피카의 2차 보수 작업은 결빙 현상이 발견된 부분 위주로 보수가 진행되고 있다”며 “결빙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위 등을 포함한 화물창 전체에 대한 보수 작업은 아니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초 SK해운 측은 SK세레니티, SK스피카의 2차 보수 작업과 관련해 SM제주 LNG 1호선처럼 멤브레인(대형탱크) 바깥 공간 전체를 감싸는 형태로 단열재를 채우는 방식을 요구했으나, 가스공사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보수비용 상승 등을 우려해 KLT가 제안한 방식대로 ‘소극적 수준’의 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KC-1이 적용된 화물창은 LNG와 직접 닿는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맴브레과 이룰 둘러싼 폴리우레탄 재질의 단열재 부위, 바깥쪽 선체와의 연결 부위 등으로 구성되는데, 멤브레인 바깥 공간 전체를 감싸는 형태로 단열재를 채우면 결빙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9월 대한해운에 인도한 SM제주 LNG 1호선에도 KC-1 기술이 적용됐으나, 화물창 멤브레인 바깥 공간 전체를 감싸는 방식으로 단열재가 채워져 결빙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선박은 현재 정상 운항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가스공사가 2016년 규모가 작은 자회사인 KLT에 KC-1 기술을 이전하는 방법을 통해 기술 결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에 비용(로열티)을 지불하고 KC-1을 적용한 선박을 운영한다는 것은 가스공사가 이 기술의 문제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GTT의 화물창 기술에 문제가 있으면 GTT 측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KC-1의 기술문제로 SK해운은 선박을 운항하지 못하고 있고, 삼성중공업은 자체 비용을 투입해 보수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관련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KLT은 KC-1의 기술 결함 관련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닌 가스공사의 자회사여서 가스공사가 KLT 뒤에 숨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가스공사가 단독으로 KC-1 기술 적용과 관련된 사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해운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거쳐 결정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SK세레니티, SK스피카의 2차 보수 작업 시기나 방법 등을 독단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KLT의 주관 아래 SK해운, 삼성중공업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2차 보수 작업 시기나 방법 등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SK세레니티, SK스피카의 2차 보수 작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SM제주 LNG 1호선은 소형 선박으로, SK세레니티, SK스피카의 2차 보수 작업과 SM제주 LNG 1호선의 KC-1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가스공사 측은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LNG 화물창 기술을 국산화한 KC-1의 의미나 취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개발 초기 단계의 KC-1을 실제 선박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근거로 KC-1의 기술력을 바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KLT 관계자는 “현재 SK세레니티, SK스피카의 2차 보수 작업이 시작된 것은 맞다”면서도 “2차 보수 방법이나 보수 완료 시기 등을 놓고 이해당사자간 이견이 많아 여전히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SK세레니티, SK스피카의 2차 보수 작업 완료 시기나 보수 작업 방식 등에 대해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