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8147억원 영업손실로 ‘경영 빨간불’

경영효율화, 해외 수주 확대 등 대책 수립 부심

“한전이 신재생 사업하면 해외 신재생 수주 유리”

한전 나주 본사. 사진=한전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국전력이 2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연탄 수입가격이 상승한데다 세율도 높아져 석탄 발전에 의존해온 전력사업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분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예방정비로 인해 멈춰 섰던 원자력발전이 가동해 한전의 전력구매비용이 줄어들 전망이지만 한전은 △고강도 경영개선을 통한 효율성 증대 △신규 해외 사업 수주 △재생에너지 사업 참여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 원전 예방정비 끝났지만 해외 유연탄가 상승 등으로 경영손실 만회 쉽지 않아

한전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다.

한전은 2017년 4분기 1294억47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18년 1분기엔 1276억13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에믄 영업손실이 무려 6871억1800만원에 달해 2018년 상반기 누계 8147억31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한전이 작년 상반기에 거둔 영업이익 2조3097억원과 비교해볼때 3조1244억원이 감소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한전 내부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마찬가지다. 한전은 2018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1조1690억원 손실을 기록해 작년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2590억원 이익과 비교하면 2조4280억원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한전은 △발전자회사의 연료비 상승 △민간발전사로부터 전력구입비 증가 △신규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으로 인해 영업비용이 크게 증가된 데서 적자 요인을 찾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발전자회사의 연료비가 2조원 상승했으며 민간발전사로부터 2조1000억원 규모의 전력을 구입했으며 신규 설비투자 확대에 따라 감각상각비가 4000억원 증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전의 적자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하지만 이 보다는 연료비 상승 등 불가피한 측면이 더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우선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는 바람에 2017년 상반기 유가가 33% 이상 급등했다.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전력의 매매가 ‘계통한계가격(SMP)’은 국제유가에 연동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오른 만큼 계통한계가격도 올라 전력 구입자인 한전의 부담도 커질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유연탄의 가격도 28% 상승했다. 유연탄은 한전의 자회사인 발전공기업의 연료비 부담을 높였다. 발전공기업들은 주력이 석탄발전이다.

실제로 연료가격은 2017년 상반기 대비 2018년 상반기 크게 올랐다.

배럴당 51달러였던 두바이유는 68달러까지 상승했고 유연탄도 톤당 81달러에서 104달러로 올랐다. LNG가격도 기가줄(GJ) 당 1만24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이런 상황은 한전이 민간발전사로부터 구입한 전력 총비용을 증가시켰다.

한전의 전력 구입 총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2조1000억원 증가했는데 백분율로 환산하면 29.8%나 오른 수치다.

게다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봄철 4개월 동안 노후석탄발전소 5기를 일시 정지한 일도 한전의 전력 구입 총비용을 올리는 또 다른 요인이 됐다. 노후석탄발전소인 영동2호기, 보령 1,2호기, 삼천포 1,2호기가 2018년 3~6월간 정지됐다.

원자력발전소의 부실 시공을 보정하는 조치도 한전의 전력 구입 총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감사원의 지적에 따른 격납건물 철판부식, 콘크리트 공극 등 과거에 건설한 원전의 부실 시공을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일제히 점검했다. 이 때문에 한전은 현행 요금체계상 값싼 전기로 분류된 원전 생산 전기를 구매하지 못했다.

작년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 원전 계획예방정비 일수는 크게 늘었다.

원전은 전력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여름철을 대비해 매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예방정비를 받는다.

2017년 상반기 원전 계획예방정비 일수는 1080일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엔 1700일이다. 그간 시정하지 않았던 원전 부실 시공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바람에 일수가 크게 늘었다.

격납건물 철판(CLP, Containment Liner Plate) 부식이 발견된 원전이 총 9기, 콘크리트 공극, 철근 노출 등이 발견된 원전이 총 11기다.

한전은 이외에도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설비투자로 감가상각비가 4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감가상각비는 신규발전기 준공, 송전선로 신증설로 인해 증가했다. 신보령 1,2호기, 삼척 2호기, 태안 10호기 신규발전기 준공으로 인해 2373억원, 154kV 평택 변전소(S/S, Service Station) 건설로 인해 1198억원의 감가상각비가 새로 발생했다.

한전이 일본 치토세에 건설한 태양광 발전소. 사진=한전 제공

한전은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현재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표면적으론 △고강도 경영개선을 통한 효율성 증대 △신규 해외사업 성공추진을 내세우고 있다. 내심엔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를 복안으로 삼고 있다.

우선 전력의 안전공급을 전제로 설비보수를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송배전 설비 시공기준과 방법을 개선해 7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나섰다. 신재생의무공급제도(RPS) 비용 정산기준 개선 등을 통해 2000억원, 송배전설비와 통신설비 임대수익 확대, 해외 발전사업 조기 배당실현 등 부가수익 창출에 2000억원 등 1조1000억원 규모의 고강도 경영효율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전의 발전자회사도 경비절감 등 고강도 자구노력을 시행하고 지능형 디지털발전소표준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구축해 중복 투자를 제거하며 발전자회사 간 연료를 공동 구매해 전력그룹 전체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더불어 UAE원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사우디 원전사업을 수주해 수익원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다. 현재 국회엔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전기사업법이 계류 중인데 하루 속히 통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면 △운영기술 적용으로 계통에 연결된 재생에너지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를 토대로 해외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전 신재생사업실에 따르면 계통에 에너지지정장치(ESS)를 설치하면 현재 연결된 신재생에너지의 2배를 보급할 수 있다. 아울러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해 이와 같은 운영기술을 연마하고 대규모 운행이력(track record)을 쌓으면 해외 수출도 쉬워질 전망이다.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 한전이 진출할 수 있는 해외 시장이 원전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시장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강현재 한전 신재생사업실장은 “한국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선진국 대비 3.7년 뒤처져 있다”며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면 한국 전력산업을 리드해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줄이고 운영기술을 축적해 해외 신재생시장 진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도 한전의 신재생사업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전이 10MW, 이상의 신재생사업에 참여하면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해외 진출 등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성진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 전임연구원은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를 긍정적으로 본다"며 "10MW 이상 신재생 사업에 한전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면 한전 스스로도 경영상 돌파구를 마련하는 한편 국내 사업을 토대로 한국 기업의 해외 신재생 시장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전이 진행한 에너지자립섬 프로젝트인 가사도. 사진=한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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