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PC·AAM 등 美 자동차 업계, 수입차 관세 부과 반대

강성천 차관보 등도 정부 입장 전달 "韓 자동차 안보 위협 안 돼"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미 자동차 업계도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관세를 부과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관세부과 시 일자리 감소와 투자 위축, 생산·판매 감소, 수출 억제 등으로 이어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AAPC), 자동차제조연맹(AAM) 등 현지 자동차 단체는 1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공청회에서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의 빅3 자동차 제조사인 GM, Ford, FCA를 대변하는 자동차 협회 AAPC의 매트 블런트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와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블런트 대표는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근거는 없다“면서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소비자 수요가 줄어 62만4000개의 일자리 감소, 미국 내 투자 감소, 미 자동차업계의 경쟁력 하락 등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 자동차 경쟁력 강화와 수출 확대를 위해선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현대화와 신규 무역협정 체결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GM, Ford, FCA를 포함해 BMW와 폭스바겐 등 12개 자동차 제조사를 대변하는 AAM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AAM은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차의 평균 판매가는 대당 5800달러(약 654만원) 오를 것“이라면서 ”이는 기술 발전에 대한 투자 저하 등 도미노 효과를 유발, 미국은 미래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미국자동차연구소는 이날 수입차와 부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200만대 감소하고, 71만47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자동차연구소는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평균 3만5000달러 수준인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은 4400달러(약 500만원) 비싸질 수 있다”면서 “미국에서 생산되는 차는 2270달러, 수입 자동차는 6875달러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국가, 자동차 관련 협·단체, 주요 업계 등 44개 기관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를 비롯해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현대자동차와 LG전자 현지근로자 등 4명도 참석, 우리 정부와 업계의 견해를 밝혔다.

강 차관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해 양국 자동차(승용차) 관세가 철폐된 데다 개정 협상에서 원칙적 합의를 통해 자동차 안전기준 인정 범위가 확대, 픽업트럭 관세철폐 기간 연장 등 미국의 자동차 관련 관심사항이 반영됐다”면서 ‘이미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인 교역여건이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의 자동차기업들은 100억달러 이상 미국에 투자, 11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대미 수출 주력차종은 중소형차 위주로 픽업트럭과 SUV 위주인 미국 자동차와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 산업과 국가안보는 연관성이 없다”면서 “232조 조치는 한미 FTA의 혜택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 협회장과 현대차·LG전자 현지 근로자들도 공청회에 참석, 관세 부과의 부당성에 대해 설명했다.

김 협회장은 “한국산 자동차는 소형차 위주로 미국 자동차와 직접적인 경합관계에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 내 점유율도 미미한 편”이라면서 “한국산 자동차부품은 미국 자동차산업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앨라바마 공장 직원인 존 홀(John Hall)씨는 “경기침체 시기에도 인력조정을 하지 않는 등 현대차는 미국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면서 "만약 25% 관세 부과가 이뤄지면 가격 상승과 함께 생산·판매가 감소, 앨라배마주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절반은 현지생산일 뿐만 아니라 앨라배마 생산 자동차의 20%는 제3국 수출하고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협력사 포함 2만5000명의 직접고용과 4만7000명의 간접고용 창출 등 현대차가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자동차와 부품 수입으로 미국 노동자의 임금 저하와 일자리 손실이 야기되고 있다"면서 관세부과 조치에 찬성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향후 미 상무부는 이같은 공청회 의견 등을 고려,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 상무부 보고서 발표 전까지 한국 입장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달되도록 범정부적·민관 합동 대응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23일 상무부에 자동차 수입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맞는지 조사하라 지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 물품이 국가 안보를 해칠 경우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수입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2280억달러(약 248조5000억원)에 이른 자동차와 부품 수입이 경제적 복지를 약화,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과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5%인 수입 승용차 관세를 10배인 25%로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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