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자로 제작한 두산중공업, 가스터빈·풍력·ESS·태양광발전 전개

미얀마 가스전 개발 성공한 포스코대우, 에너지-가스 부문에 강점 발휘

두산중공업에 제조한 풍력터빈이 설치된 서남해상풍력발전 실증단지 개발현장. 사진=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에너지전환 정책을 주요 시책으로 펼치며 에너지 시장 판도를 바꿀 조짐을 보이자 원자력, 석탄발전 등 전통에너지 사업자로 분류됐던 국내 주요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늘리며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형 원자로와 석탄발전 주기기 생산으로 유명한 두산중공업은 2009년부터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최근 태양광발전 사업과 가스터빈 개발도 진행 중이다.

미얀마에서 가스전 개발에 성공한 포스코대우는 풍부한 자금여력을 바탕으로 재생에너지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향후 캐시카우를 ‘가스터빈’으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형 원자로, 석탄발전 주기기 제조한 두산중공업, 재생에너지로 사업다각화

현 정부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신을 보인 기업은 단연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은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을 제작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APR-1400은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됐지만 대부분의 부품이 국산화를 이뤘다.

이미 2016년 12월에 신고리3호기에 적용됐으며 올해 9월과 12월엔 신고리4호기와 신한울1호기에 적용될 예정이다. 내년 10월에도 신한울2호기에 적용될 전망이며 2022년 신고리5호기와 2023년 신고리6호기 적용도 확정됐다.

두산중공업은 석탄발전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기업이다.

두산중공업은 2015년 인도네시아에 찌레본 1호기를 수출했고 2016년 필리핀에 한국 최초로 순환유동층석탄발전 수출 길을 열기도 했다.

원전과 석탄발전이 주력이 분명했던 두산중공업은 최근 가스터빈, 에너지저장장치(ESS), 풍력, 태양광발전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UAE 바라카원전에 한국형 원자로를 적용했지만 아직 UAE 원자력공기업 ENEC의 연료장전 승인을 받지 못했고 한국형 원자로에 대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DC)도 2019년에야 가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원전 해외수출은 한미원자력협정에 묶여 미국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하는 단점이 있다.

기후변화대응과 탄소저감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는 국제동향 때문에 두산중공업의 석탄발전 수출사업은 때마다 환경단체의 입도마에 올랐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이런 상황을 2009년부터 준비해왔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이미 2009년부터 ESS와 풍력터빈사업을 준비해왔다고 전했다. 최근 태양광발전에 뛰어들며 ESS를 설치할 수 있었던 이유를 여기에서 찾았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0일 창원시 본사에서 ‘두산중공업 두산솔라파워 태양광-ESS 사업 준공식’을 개최했다.

두산중공업의 풍력터빈 사업은 한국 풍력산업의 맥을 잇는 소중한 행보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풍력산업에 뛰어들어 전세계적으로도 맏형 격이지만 원전과 석탄발전에 비해 재생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풍토에 한국 풍력산업이 몰락했다.

한국에서 풍력터빈 제조사는 두산중공업, 유니슨, 한진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효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수 개에 달했고 현재 굴지의 풍력기업인 덴마크의 베스타스를 인수할 기회도 가졌지만 통폐합 과정을 거쳐 두산중공업, 유니슨 정도만 풍력터빈을 생산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서남해상풍력발전단지에 3MW급 해상풍력터빈을 설치해 시험 가동을 앞두고 있다.

지주회사인 ㈜두산은 연료전지 사업도 진행 중이다. ㈜두산의 연료전지 사업도 포스코에너지가 용융탄산염(MCFC) 연료전지 사업을 접은 이후 에스퓨얼셀 등과 함께 몇안되는 국내 연료전지 제조사로 손꼽히고 있다.

가스터빈은 두산중공업이 국책사업으로 개발을 목전에 둔 제품이다.

가스터빈은 LNG발전소의 심장 역할을 한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30년 LNG발전의설비용량은 44.3GW에 달한다. 미국, 일본, 유럽, 중동 등 주요 선진국들이 노후화된 원전과 석탄발전을 LNG발전소를 대체하는 것도 설치가 2010년 전후로 시작됐다.

세일가스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며 LNG발전이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특히 LNG발전소와 태양광, ESS가 결합된 마이크로그리드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이미 2009년부터 ESS, 풍력, 태양광발전사업을 준비해왔는데 시장상황이 성숙되지 않아 펼치지 않았을 뿐 기술개발을 진행해왔다”며 “국책 과제로 진행하는 가스터빈의 경우 거의 완성단계에 있는 만큼 과거 원전과 석탄발전 기업 이미지를 탈피해 가스터빈 제조사로 정체성을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본관 주차장 태양광 전경(사진 위)과 두산중공업 정문 주차장 태양광+ESS 발전소 전경. 사진=두산중공업 제공

◇ 포스코대우, 미얀마 가스전에서 큰 성과 이뤄 미얀마 2차 개발투자 가속화

외교부가 11일 개최한 ‘한아프리카 에너지협력 세미나’에 낯선 명함을 든 임원이 등장했다. 아프리카 지역국가들이 한국에 재생에너지 협력을 요청한 자리에 ‘포스코대우’ 관계자가 참석했다.

포스코대우는 2012년 미얀마 가스전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2013년부터 생산했다. 포스코대우 전신인 대우인터내셔널 시절부터 개발된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첫 탐사정 시추까지 2300만달러가 투입된 거대 프로젝트다.

포스코대우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6%가량 늘어 2823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연간 영업이익이 5400억원을 돌파해 4013억원을 기록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우인터내셔널 시절부터 쌓아온 두터운 글로벌 인맥은 최근 재생에너지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는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를 비롯 신천지로 꼽히고 있는 인도, 중동까지 고르게 뻗어있다.

향후 거대 재생에너지 시장은 몽골, 라오스, 미얀마, 남태평양 군도 등 저개발국가에 집중될 전망이다.

파리협약에 따라 기후변화대응에 가장 취약한 국가부터 선진국들이 조성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다보니 생긴 기현상이다. 계약 형태도 개발자(Developer)가 설계, 조달, 건설, 운영 유지보수까지 시행하고 전기요금을 받아가는 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현금유동성이 풍부하고 자금여력이 있는 기업들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거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변하고 있다.

한국 발전자회사들과 중소기업들이 해외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수주하고자 한국전력과 동반해 진출하기를 바라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작년 10월 입찰을 마친 사우디 북부 사카카 소재 300MW급 태양광 프로젝트는 균등화발전단가(LCOE)가 kWh당 20원(1.786센트)까지 내려갔다. 당시 한화큐셀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LCOE가 너무 내려 경제성을 맞출 수 없었다. 한화큐셀은 산업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업계획서를 꾸렸지만 대출금리가 거의 0%인 일본 등 경쟁자에 밀려 결국 고배를 마셨다.

포스코대우는 미얀마 가스전에서 거둔 성과를 미얀마 가스전 2단계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전문기업인 맥더못(McDermott BHG)과 미얀마 가스전 2단계 개발의 설계구매제작 설치시운전(EPC IC)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체결한 계약은 3000억원 규모로 미얀마 가스전에 안정적 생산을 유지하기 위한 추가 생산정 개발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대우는 최근 핫트렌드인 재생에너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최근 국제적으로 태양광모듈과 ESS 등 재생에너지가 각광받고 있는 걸 충분히 알고 있다”며 “포스코대우도 이 분야의 사업화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대우가 미얀마 가스천에 설치한 플랫폼. 사진=연합뉴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