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수산시장 불법 점유 강제집행, 상인 반발로 무산

수협 "노후화로 철거해야" vs 상인 "구시장 보존해야"

1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 시장 상인들이 강제집행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노량진 구 수산시장에 대한 법원의 강제집행이 상인들의 반발 끝에 무산됐다. 수협은 정당한 법집행을 방해한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의 부당 개입을 규탄하는 동시에 법원엔 강제집행을 지속 요청키로 했다.

12일 수협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오전 8시20분쯤 구 수산시장에 집행관 150여명을 투입했다. 수협 직원 150여명도 동원, 신 수산시장으로 이전을 거부하고 구 수산시장을 불법 점유하고 있는 상인 95명(점포 92곳)을 대상으로 한 강제집행이 시도됐다.

하지만 구 수산시장 상인과 민주노련 관계자 500여명이 길을 가로막으면서 집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중앙지법 집행관들과 수협 측은 대치를 이어가다 오전 9시30분쯤 철수했다.

수협 측은 “시장과 관계없는 외부 단체까지 끌어들여 법질서를 유린하고, 정상화를 방해하는 처사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민주노련은 부당 개입을 멈추고 정당한 법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신 시장 상인들이 영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 수산시장을 둘러싼 수협과 상인들 간의 갈등은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04년 수산물 유통체계 개선을 위한 국책사업으로 ‘노량진 현대화사업’을 추진했다. 오래된 시설을 고쳐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낮추고 위생적인 환경을 조성, 도심형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게 목적이었다. 사업비 2241억원(국비 1540억원·수협 701억원)이 투입된 신 수산시장은 2015년 12월 지하 2층·지상 6층의 규모로 완공, 이듬해 3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신 수산시장의 판매자리가 구 수산시장보다 좁은 데다 임대료도 높다면서 이전을 거부, 이 과정에서 칼부림 사건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수협은 신 수산시장으로 옮기지 않은 상인 358명(점포 269곳)을 대상으로 명도소송을 제기, 이 가운데 178명은 대법원 선고가 확정돼 강제집행할 수 있게 됐다. 명도소송은 부동산 대금을 지급했는데도 점유자가 부동산의 인도를 거절하는 경우 부동산을 비워달라고 제기하는 소송이다.

아직 다음 집행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강제집행의 경우 최소 3일 전에 상대에게 예고해야 한다. 하지만 수협은 지난해 10월 불꽃축제 기간에 발생한 추락사고에 이어 이달 초 정전 사태(구 수산시장 점포 269곳 가운데 90곳) 등을 고려했을 때 구 수산시장의 환경이 국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오는 13~14일 추가적으로 강제집행할 계획은 없지만, 되도록 빠른 시일 내 집행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라면서 “구 수산시장 상인이 신 수산시장에 입주할 수 있도록 자리 321곳을 비워뒀기 때문에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과 별개로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헌주 민주노련 노량진수산시장지역장은 “신 수산시장에 입주하는 순간 상인들의 생존권이 사라지게 될 뿐만 아니라 보존 가치가 높은 시장 역시 사라질 수 있다”면서 “노량진 현대화 사업은 계획 자체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지역장은 또한 시장과 관계없는 민주노련이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노점상이 됐든 상인이 됐든 연대를 통해 함께 싸우고 있기 때문에 수협이 왈가왈부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