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 , ‘수주 가뭄’ 속에서 선방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국내 조선·해운업계가 길고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반등을 노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전년 대비 급등한 수주 실적을 거두면서, 전 세계 ‘수주 가뭄’ 속에서 선방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발주와 관련해 조선 3사와 건조계약체결의향서(LOI) 체결하고, 발주 마무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조선 3사 로고.

◇ 국내 ‘조선 3사’, 전 세계 수주 실적 1위…“수주 상황 지속 개선” 기대감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는 수주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전 세계 수주 실적에서 1위를 유지하는 등 선방하고 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는 55%(55만CGT)를 차지하는 등 약진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1월~5월까지 국가별 누계 수주 실적에서도 410만CGT를 기록해 전체 수주 실적의 41%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수주 점유율은 36%(359만CGT)이고, 일본은 11%(113만CGT)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가 지독한 수주 가뭄으로 일감 부족에 시달렸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우조선의 경우 2020년 3분기까지 수주 물량을 확보한 상태로, 올해 일손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이달 11일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2021년 상반기까지 물량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강자로 꼽히는 삼성중공업은 국제유가 상승세에 힘입어 해양플랜트 수주 관련 움직임이 활발한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까지 해양플랜트 수주가 성사된 건은 없었지만,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석유업체들의 해양플랜트 수주 관련 문의는 활발한 상황”이라며 “국제유가 상승세가 조금 더 힘을 받으면, 해양플랜트 수주 성사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업계에서는 7월에 미국 석유업체 쉐브론이 20억 달러 규모의 ‘로즈뱅크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 및 하역 설비)’를 발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중국과 싱가포르의 조선업체들이 낮은 인건비를 앞세워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저가 수주 공세를 펼치고 있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상선 제공

◇ 현대상선, 대형화 작업 ‘속도’…글로벌 위상 달라지나

국내 해운업계를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현대상선은 대형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달 15일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건조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과 건조계약체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현대상선은 2020년 2분기부터 2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2척을 대우조선(7척)과 삼성중공업(5척)으로부터 각각 인도 받을 예정이다. 2021년 2분기부터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만4000TEU급 8척을 순차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를 마무리하면, 약 80만TEU의 선복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 조사 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41만3840TEU로, 전 세계 해운업체 가운데 10위 규모다. 향후 80만TEU까지 선복량이 증가하면, 현대상선의 규모는 세계 8위까지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상선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로 글로벌 해운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선복량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와 관련해 “글로벌 해운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선복량을 확보한다는 데 의미가 있고, 초대형 컨테이선을 통해 운임 경쟁력, 원가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대형화 작업이 마무리되면,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의 현대상선의 위상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를 통해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머스크라인, MSC)과의 얼라이언스 재계약 시 높은 수준의 계약 조건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상선과 2M의 얼라이언스 계약은 2020년 3월 만료된다. 당초 해운 전문가들은 현대상선의 현재 선복량으로는 2M과의 얼라이언스 재계약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내놨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대형화 작업이 마무리되면, 현대상선의 글로벌 위상도 달라질 것”이라며 “향후 2M과의 얼라이언스 재계약에서 높은 수준의 계약 조건을 내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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