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전지 장착한 북경 벤츠의 중국 정부 보조금 수급 촉각

전기차용 전지. 사진=GM인사이드 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중국이 규제해왔던 한국 전지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실질적으로 한국산 전지가 탑재된 전기차가 중국 시장에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산업부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지만 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로 25일 파악됐다.

중국 벤츠 전기차에 한국산 전지가 탑재된 사실이 처음 알려진 때는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마오웨이 중국 공업신식화부장(장관)과의 회담으로 알려졌다.

자리에서 마오웨이 장관은 △중국 자동차공업협회가 5월부터 시행중인 전지 우수기업 화이트리스트에 한국 기업이 등록됐고 △한국산 전지를 탑재한 북경 벤츠차가 형식 승인을 통과했다고 알렸다.

마오웨이 장관의 발언은 산업부는 물론 한국 전지업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중국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전지가 아닌 전기차가 대상이기 때문에 산업부는 물론 중국 벤츠 전기차에 전지를 납품했다고 알려진 SK이노베이션도 몰랐다는 후문이다.

전지업계는 중국 벤츠가 아쿠아이모티브라는 기업이 생산한 전지팩을 탑재했고 아쿠아이모티브가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전지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매달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전기차 보조금 지금 기업 리스트엔 전기차 기업만 등재돼 있지 전지 기업이 기재돼있지 않기 때문에 산업부와 전지 공급 기업이 사전에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봤다.

실제로 공급한 전지가 중국 벤츠 전기차에 탑재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벤츠 전기차가 매달 발표되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리스트에 아직까지 등재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전지 기업은 아직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전지의 매출 신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전하며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지 여부에 대해 끝까지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지기업 관계자는 “중국의 우수 전지 화이트리스트에 한국 전지 기업이 등재되고 한국산 전지를 탑재한 중국 벤츠 전기차가 형식승인을 통과했다지만 형식승인이 무언지 잘 모르겠다“며 ”중요한 것은 한국산 전지를 탑재한 중국 벤츠 전기차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일“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중국 정부의 최근 조치가 중국 정부의 립서비스일 수도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한국산 전지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할 때까지 지켜봐야한다 것이 한국 전지업계의 시각이다.

산업부는 중국 정부가 한국 전지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팔리는 전지의 안전성을 문제 삼고 있어 한국 전지가 규제받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 삼원계 전지의 열폭주 문제를 중국이 문제 삼고 있지만 다른 전지에도 마찬가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중국 정부의 조치가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업계는 중국이 기술적인 장벽(technical barrier)을 설정해 한국의 우수한 성능의 전지의 중국 시장 진입을 막고 그 사이 중국 정부가 자국의 전지 성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그간 주력제품이던 리튬인산철(LiFP) 양극재 리튬이온전지를 포기하고 니켈 함량을 높인 삼원계 전지(고니켈 리튬이온전지)로 전지양산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니켈계 전지는 중국이 한국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니켈 함량을 80%까지 올린 전지를 양산해 시판하고 있으며 삼성SDI도 니켈 함량이 50% 이상인 리튬이온전지를 시판하고 있다. 니켈이 많이 포함된 전지는 불안정한데 한국은 이러한 불안정성을 극복했고 중국은 그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자국의 전지 성능을 높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해 한국산 전지에 대해 기술 장벽을 설치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이 있지만 한국 전지업계는 이번 중국발 희소식을 반기고 있다. 전지 우수기업 화이트리스트 등재와 SK이노베이션의 전지가 탑재된 중국 벤츠 전기차의 형식승인 취득이 그간 막혀왔던 한국 전지의 중국 시장진출에 해빙이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중국의 움직임이 향후 한국 전지의 중국시장 확대에 희소식이 될 수 있다”며 “그간 산업부와 전지업계가 기울인 노력이 결실을 맺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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