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산, 미국, 호주산 LNG 등 항로 중심 LNG 도입선에 지각변동

북한의 한국과 미국과의 대화, 러시아 PNG 산동반동 연결 등 호조건

러시아의 북극 보바넨코보 LNG 생산기지와 생산된 LNG를 운송하는 가스 파이프라인. 사진=러시아 가즈프롬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가스운반선박 대신 가스관을 통해 육지로 운송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LNG)를 수년 내 일반 가정에서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13일 제기됐다.

‘파이프라인을 이용하는 천연가스(pipeline LNG)’라는 의미를 담아 PNG 혹은 PLNG로 약칭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동북아에서는 이미 LNG 산지 사할린과 소비지인 블라디보스톡까지 연결돼 있다.

향후엔 시베리아 가스전(POS1, Power of Siberia 1)에서 생산된 LNG가 블라디보스톡을 통해 베이징과 산동반도까지 운송된다. 일각에선 북한 리스크도 피할 겸 산동반도와 서울 간 PNG를 연결하자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 ‘에너지 섬’ 대한민국, PNG로 대륙과 연결될까?

가스도입 다변화는 한국 가스업계의 숙원 사업이다.

한국은 주로 중동의 카타르산 천연가스를 사용해왔는데 최근엔 미국 셰일가스와 호주산 천연가스를 일부 도입하고 있다.

일각에선 가스를 ‘에너지 안보’를 고려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도입하려면 카타르와 대규모 물량 계약으로 12년 장기계약을 맺어 LNG를 수급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스도입 다변화는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돼 버렸다.

민간 기업 SK E&S, 포스코에너지, GS에너지 등은 가스를 직도입하고 있으며 한국가스공사도 호주에서 개발한 천연가스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은 주로 바닷길, 즉 항로를 이용해 가스를 도입해왔다. 카타르, 미국, 호주산 LNG 모두 LNG선 등을 이용해 들어왔다. 최근엔 러시아 민간기업 노바텍과 일본 기업들이 북극에서 가스를 개발해 항로를 통해 일본으로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는 항로만이 LNG 운송의 전부가 아닐 개연성이 커졌다. 육로에 놓여진 파이프라인을 이용한 가스운송, 이른바 PNG가 한반도까지 연결될 조짐이다.

특히 중국의 천연가스 수요 폭증으로 러시아산 LNG가 파이프라인을 타고 한반도까지 운송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의 가스 수요는 2017년 전년대비 15% 증가해 237.3 bcm을 기록했다. 중국 가스수요가 늘어난데는 대기오염이 심한 석탄발전 대신 청정한 가스발전이 각광받기 때문이다. 중국의 가스 수요가 한해 30 bcm 이상 늘어난 건 2017년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의 가스 생산은 정체하고 있다. 중국의 가스생산은 2016년 대비 8.5% 늘어난 147.4 bcm을 기록했다. 수요 대비 생산이 모자른 셈인데 중국 정부는 PNG를 활용해 부족분을 채울 계획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동시베리아와 연결된 3개의 PNG 보유를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에서 도입하는 가스 외에도 투르크메니스탄 등지에서도 LNG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가즈프롬은 중국에 가스를 공급하며 공장 소비용은 제한하고 있는데 중국이 도입선을 중앙아시아로 다변화하면 러시아 가즈프롬도 태도를 바꿀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는 결국 러시아산 가스가 대규모로 중국으로 반입됨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시베리아산 가스(POS 1)를 2019년 12월 도입할 예정이다. POS1의 최종 종착역은 중국 보하이만이다. 전문가들은 이 가스 파이프라인이 러시아와 중국 간 진행 중인 동북아 가스협력의 지평을 한국, 일본까지 넓힐 것이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의 파이프라인 LNG(PNG) 운송로. 중국엔 블라디보스톡을 통해 베이징~보하이만까지 2019년 말 연결될 예정이고 한반도는 아직 미정이다. 그림=MIT에너지환경정책연구소 제공

◇ 중국 수요 증가와 남북간 해빙으로 가능성 커진 러-북-한 PNG와 러-중-한 PNG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한국은 북한에 가로 막혀 실제론 ‘에너지의 섬’이다.

한국은 지정학적인 영향으로 유럽의 나라들처럼 영토 내에서 전력이나 가스가 부족할 경우, 옆 나라에서 빌려올 수 ㅁㅁ없다. 한국에서 원전이 꽃피웠던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원전은 아직도 고준위 방사능 폐기장을 주민 반대로 짓지 못해 사용후 핵연료를 쌓아두고 있는 형편이지만 냉전시절 한국은 ‘에너지자립’을 위해 방사능 위험을 감수했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 PNG의 한반도 연결을 주장한 학자가 있다. 김태유 서울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김 교수는 일생에 걸쳐 PNG의 한반도 연결을 추진해왔다. 1년전 4월 7일 에너지미래포럼 조찬 강연에서 다시한번 러시아 PNG의 한국 연결을 주장했다. 당시 남북 관계가 경색된 시기였기 때문에 꿈의 이야기로 들렸지만 북한이 한국과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나선 현재,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김 교수는 한반도에 러시아 PNG가 연결되면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뿐 만 아니라 위기에 빠진 한국 조선산업을 재건하고 한반도 안보현황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PNG 주변의 경제요건도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전선과 도로 등 인프라가 갖춰져 PNG가 국부를 창출하는 ‘에너지 철도’가 될 것이라고 봤다.

특히 러시아 PNG가 북한 영토를 가로지르게 되면 북한이 러시아의 눈치를 봐 함부로 훼손하거나 가스밸브를 잠글 수 없다고 봤다.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PNG가 에너지 안보뿐만 아니라 국방안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점은 박상철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러시아 PNG가 한반도에 정치군사 안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한국과 러시아 경제교류와 국북 창출에 공헌하며 장기적으로 통일한국에 기여할 것이라고 봤다. 나아가 한국이 일본과 동남아 등지에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하는 새로운 가스허브로 발돋움할 것으로 봤다.

백근욱 영국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백 연구원은 김 교수와 박 교수와 달리 러시아 PNG를 북한을 경유하지 않고 중국 산동반도에서 직접 서울로 연결할 것을 주장했다.

백 연구원은 중국의 LNG 수요 증가는 러중간 PNG 개설에 멈추지 않고 경제성 제고를 위해 산동반도와 한국 간 직접 연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봤다.

일본도 항로를 통한 북극산 LNG 도입 외에 중국 산동반도와 한국 부산을 경유한 러시아 PNG가 일본 규수로 직접 연결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 연구원은 러시아 민간기업 노바텍의 북극산 LNG와 시베리아산 LNG(POS1)이 동북아 LNG 수급 지형에 일대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봤다.

◇ 러시아산 LNG, ‘에너지전환’ 정책에 탄력줄 듯

문재인 정부 들어 원전 안전성 제고를 위해 시행한 원전 예방정비의 빈자리를 LNG발전이 메꾸고 있다.

실제로 원전 예방정비 기간동안 LNG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매개자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발전용 LNG 판매량이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높은 증가 추세를 보였음을 밝혔다. 특히 3월 천연가스 판매량이 347만7000톤으로 전년 동월대비 8.0%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런 증가세는 원전 예방정비가 끝나는 5월부터 제자리로 돌아갈 전망이지만 LNG가 원전의 빈자리를 메웠음은 부정할 수 없다.

친원전 측에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LNG로 발전을 했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지만 발전용 LNG의 가격경쟁력에 대한 의심은 PNG 도입 후 사그라질 전망이다. 분명 항로를 이용한 LNG 가격보다 PNG를 이용한 LNG 도입 가격이 값싸기 때문이다.

정부는 향후 LNG 도입을 늘릴 계획이다. 이달 초 수립된 13차 천연가스 수급계획에서도 발전용 LNG 수요를 높게 잡았다.

산업부에 따르면 2년전 발표된 12차 천연가스수급계획의 2029년 발전용 LNG 수요는 948만톤이었다. 올해 수립된 13차 계획에선 2031년 1709만톤으로 정부는 LNG 수요를 12차 대비 761만톤이나 늘려잡았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발맞춘 이 전망은 적정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LNG 도입선 다변화를 필요로 한다. 정부가 카타르 외 호주 등지로 LNG도입 다변화를 추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장기 가스수급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중간 경로가 중국이 됐든 북한이 됐든 상관없이 러시아 PNG의 한반도 연결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북극산 LNG 생산지 야말과 수출 경로. 그림=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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