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는 지난 5일 '투쟁승리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홈페이지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현대차 노조가 사측에 제도 변경과 임금 인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 제시한 것으로 확인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 사측에 선택안 제시...“임단협 장기화 부담”

12일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노조 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부분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 “전날 열린 노조 집회에서도 하부영 노조 위원장이 사측에 ‘제도 변경과 임금 인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임단협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사측과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매일 부분파업을 벌이겠다는 일정 자체가 변경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사측은 호봉승급분(정기 승급분+별도 승급분 1호봉=평균 4만2879원 인상), 성과급 250% + 140만원 지급, 단체개인연금 5000원 인상, 복지포인트 10만점 지급 등을 고수했다.

반면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해고자 원직 복직,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보장 합의 체결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가 또다시 파업을 결정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올해 임단협의 빠른 마무리를 위해서는 노조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본사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노조 파업, 현대차 이어 부품 협력사까지 목 조여

업계는 노조의 파업으로 현대차가 지금까지 차량 4만30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8900억원 상당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조의 계획대로 파업이 한 주 내내 진행돼 오는 15일까지 이어진다면 손실액은 1조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노조의 파업이 수천여 곳에 이르는 부품 협력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청 수직구조인 자동차 산업은 업체 한 곳당 많게는 5000개 이상의 부품사가 포진하고 있고, 이에 파업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 노조는 최근 임단협을 연례행사처럼 치르고 있는데, 고비용 저생산 구조에서 사측에 지나친 요구만 한다면 이는 하나의 ‘병폐’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 협력사 협의회에 따르면 1차 협력업체들은 전국적으로 330여곳, 2·3차 협력업체까지 더하면 5000여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현대차에 제때 부품을 납품하는 방식(JIT·Just in time)으로 운영되는 곳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벌어지는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사실상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수익을 거둬들이지도 못한 채 손실액만 떠안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현대기아차 협력사 협의회는 전날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차 노조 파업은 부품 협력사에 심각한 경영 위기를 초래한다“며 ”부품 협력사 직원들을 본의 아닌 휴직 상태로 만들어 일손을 놓게 만든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차 파업에 따른 조업 차질은 협력사들의 경영 차질은 물론, 파업이 장기화하면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모기업 노조가 일손을 놓으면 부품 협력사들이 받는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늘어가는 현대차와 부품 협력사들의 손실액에도 노조는 파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이날 현대차 완성차 공장 각 조는 4시간동안 일손을 놓는다. 13일엔 간접사업부, 14~15일엔 전체 공정에서 각 조가 4시간씩 부분파업한다. 앞서 전날엔 각조가 3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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