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산업부 기자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10년 가까이 실낱같은 '희망 고문'을 부여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2009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과정에서 해고된 뒤, 줄곧 복직문제에 매달려온 쌍용차 근로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김승섭 고려대학교 교수팀 조사 결과, 쌍용차 해고 근로자들의 우울증은 정규직 보다 무려 47배나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자 가족들의 우울증도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쌍용차에서 해고된 근로자는 모두 167명으로, 이 가운데 복직에 성공한 직원은 전체의 22%인 37명 뿐이다. 나머지 130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용직을 전전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고 근로자들은 지난달 29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해고 근로자들은 직장 '복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쌍용차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을 직접 찾아가겠다면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득중 해고근로자 노조 지부장의 의지는 결연했다. 해고 근로자로 살아온 지 벌써 수년째, 회사의 약속만 무작정 기다릴수 없었던 그는 지난 1일 또 다른 해고 근로자 2명과 함께 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 지부장은 인도 현지에서 마힌드라 노조와 협의해 마힌드라 회장에게 면담 공문을 발송했다. 그는 면담을 거부할 경우, 기자회견과 함께 단식 투쟁 등을 벌인다는 나름의 카드를 꺼내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을 품은 채 인도로 향한 이들이 목표를 제대로 이룰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기자회견 당일 김 지부장이 최종식 대표의 국회 방문과 관련해 털어놓은 얘기가 걸림돌로 작용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당초 김 지부장은 최 사장이 비공식 일정으로 우원식 의원실을 찾아 '으름장'을 놓았다고 언급했다. 최사장이 노조편을 들지말라고 압박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최사장은 현재의 쌍용차 상황을 설명하며 해고근로자의 복직 문제를 잘 풀어나갈 것이라면서 국회측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사장은 현재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당장 해고 근로자들의 '복직'은 어렵지만 점차적으로 복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실에 따르면 기자회견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오후 5시쯤 최종식 사장은 우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다.

최사장은 본사 앞에 자리한 해고 근로자 사무실을 제쳐두고 국회부터 먼저 찾았다. 쌍용차 CEO인 최 사장이 국회부터 찾았다는 점은 해고 근로자들에게는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갔을 공산이 크다. 회사 CEO의 발걸음에 해고 근로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갈등을 갈등으로 풀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풀어야할 문제는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풀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약 10년의 세월 동안 복직이라는 희망 한 줄기만 바라보고 지금 이순간까지 묵묵히 버텨온 해고 근로자들. 쌍용차가 이들을 외면하지 말고 기꺼이 보듬어 안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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