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10일 2800억원대 회사채 발행

정부 정책과 경쟁 시장 환경, 우호적이지 않아

안희민 경제부 차장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개편을 어떻게 해야하나… SK텔레콤이 조금 모자란 부분이 있어서요.”

14일 오후 2시경 SK텔레콤 사옥 T타워 후문에서 우연히 만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양복 자켓에 노타이 차림은 그의 평소 일하는 모습을 짐작케 했다.

연말 연초를 맞아 개편을 해야 하는데 뚜렷한 방향이 잡히지 않는지 박 사장의 표정은 약간 어두워 보였다. ‘어떻게 할까…?’ 얼굴에 그렇게 쓰여져 있었다.

SK텔레콤은 지난 10일 2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라는 다소 긴 이름의 회사채 발행 안내문 아래엔 빨간 글씨로 “이 증권의 가치를 보증 또는 승인한 것이 아니며…”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회사채 발행을 알리는 투자설명서에 기재되는 의례적인 문구이지만 SK텔레콤의 현 상황과 오버랩 되자 범상치 않게 느껴졌다.

투자설명서엔 ‘핵심 투자위험’이라며 △통신시장 성장 정체 위험 △정부정책 및 규제 변동 위험 △경쟁 심화에 따른 제제 관련 위험 △통신요금 부담 완화를 위한 규제 위험 △투자비용 및 주파수 할당 경매 관련 위험 △사물인터넷 사업 관련 위험 △인터넷서비스 관련 위험 등 '위험 명록'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정부의 통신비 압력 인하와 통신 시장의 포화, 아직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사물인터넷 등 신규산업, 시설 투자와 유지에 드는 비용 조달 등이 SK텔레콤의 난제임을 한눈에 보여주는듯 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SK텔레콤의 문제만은 아니다. KT·LG 유플러스 등 이웃 통신사는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계, 그리고 삼성SDS·SK C&C 등 IT업계가 봉착한 문제이기도 하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는데 기술 성숙도가 느리고 시장이 여물지 않아 수익 창출이 더디다. 대규모 사업장은 규모의 경제를 이뤘고 자금 여력을 갖췄지만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딩 컴퓨터, 머신 러닝, AI 등 신규 사업이 성장하는데 때로는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의 통신기업 대표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현재의 통신시장을 뛰어넘을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사진은 9월 29일 SK텔레콤 본사 T타워에서 열린 미래 ICT 전시관 '티움' 개관식에 참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안희민 기자

SK텔레콤의 올해 실적은 박 사장의 수심어린 표정을 한번 더 설명해줬다.

SK텔레콤은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액은 13조227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지만 누계 영업이익은 1조22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다. 대신 누계 당기순이익은 1조 9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5% 늘어났다.

매출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것은 시장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당기순이익 증가는 조직 재편을 명목으로 매각한 사업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일각에선 SK텔레콤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중소기업과 협업해 시판중인 각종 제품이 시장에서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는 평도 있다.

물론 SK텔레콤은 한국 제일의 통신기업이며 SK C&C 등 든든한 형제들이 있어 박 사장이 조금만 고민하고 결단하면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뚜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 사장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 싶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통신산업 환경이 SK텔레콤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일자리 확충과 통신요금 인하라는 두가지 카드를 동시에 밀어붙이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박 사장에게 딜레마일수 밖에 없어 보인다. 박 사장이 문제 해결의 단초를 하루 빨리 찾아내 통신업계 맏형으로서 어려운 앞길을 과감히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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