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설범 대한방직 회장, 소액주주들의 신임마저 잃었나

출처=대한방직 홈페이지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60여년 역사의 원사 생산 전문업체 대한방직 소액주주들이 다음달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대표소송에 나섰다. 설범 대한방직 회장이 2005년 대구 월배공장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인수자인 애경피에프브이원(이하 애경)으로부터 받은 15억원을 세탁, 횡령하는 등 회사에 끼친 손해가 막대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방직 소액주주 측은 회사를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설 회장을 상대로 한 소장을 법원에 제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고 20일 밝혔다. 주주대표소송은 경영진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로, 회사의 주식을 0.01% 이상(상장법인) 가진 주주는 경영진의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재판에서 주주들이 이기면 판결주문에 따라 소송비용은 패소한 설 회장이 부담해야 한다. 이 외에 주주들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지출한 교통비, 자료수집비 등도 설 회장의 몫이 된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주주대표소송까지 벌이는 데 대해 소액주주 측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은 설 회장이 애경에 대구 월배공장 토지와 건물을 넘기면서 받은 15억원의 존재에 대해 꼬집었다.

대구에 있는 대한방직 공장. 출처=네이버 카페 '바른투자연구소'

소액주주들에 따르면 설 회장은 2005년 11월7일 애경에 861억7694만원을 받고 월배공장의 토지와 건물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설 회장은 매매대금과 별도로 39억원의 리베이트를 분할, 지급받기로 했다. 설 회장은 그해 11월29일부터 2007년 9월까지 15억원을 수령했고, 나머지 24억원은 리베이트 지급일 전에 수사가 이뤄지면서 받지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서울남부지법은 2009년 4월 설 회장에게 집행유예 처분을 내렸다. 리베이트로 받은 15억원 전액을 회사에 반환,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가 참작되면서다.

실제 판결문에도 ‘피고인은 회사 부지 매각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대가로 거액의 돈을 수령하여 임의로 사용하였는바 그 죄질이 불량하므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다만 피고인은 초범인 점,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청탁의 대가를 요구한 바 없는 점, 수재액 중 일부를 회사를 위해 사용하였고 그 전액을 회사에 반환한 점, 기타 이 사건 공판과정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하고 그 집행을 유예하기로 하되 좀 더 반성의 시간을 부여하기 위해 사회봉사를 명하기로 한다’고 돼있다.

이에 대해 대한방직 소액주주 측은 “15억원을 회사에 반환했다는 설 회장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드릴 수 있었던 데는 재판부가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며 “판결 선고일을 고려했을 때 설 회장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2008년이나 2009년 둘 중 한 해의 손익 계산서에는 잡이익 등으로 15억원이 반영돼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방직 2008~2009년 감사보고서상 손익계산서. 1억9611만5150원은 2009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7억5609만6891원은 2008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의 잡이익이다. 출처=전자공시시스템 DART

잡이익은 주된 영업활동 이외의 보조적 또는 부수적 활동에서 발생하는 금융적 또는 재무적 수입이다.

소액주주 측은 설 회장이 회사에 반환한다고 했던 15억원 또한 특정 활동을 통해 얻어진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잡이익에 포함돼야 하지만, ‘대한방직 2008~2009년 감사보고서상 손익계산서’엔 그 어디에도 15억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설 회장이 대한방직에 15억원을 반환했다면, 잡이익은 2008년과 2009년 최소 23억원과 17억을 넘겨야 한다. 하지만 손익계산서상 대한방직의 잡이익은 2008년 7억5609만6891원, 2009년 1억9611만5150원 뿐이다.

소액주주 측은 “당시 설 회장이 재판부에 증거자료를 위조해 제출하거나, 설 회장이 별도의 금융계좌를 개설해 재판부에 증거자료를 낸 뒤 다시 인출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다음달 29일엔 대한방직 임시주총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 소액주주들은 지난 3월 주총 때 부결된 감사 선임을 제1의 목표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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