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현대차 전 노조위원장 블로그. 출처=이상범 현대차 전 노조위원장 블로그 캡처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이상범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2015년 전·현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들과 해외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뒤 소감을 자신의 블로그 등에 공개한 것과 관련, 왜곡된 형태로 보도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일 이 전 위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일부 보수언론을 통해 기사가 왜곡, 짜깁기 돼 나갔다”며 “상생, 공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고심 끝에 쓴 글 일 뿐 어느 쪽 편을 들거나 비난하려는 의도는 절대 없었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1987년 현대자동차 노조 설립을 주도한 인물로, 1989년 제2대 노조위원장을 지낸 1세대 활동가다.

그는 2015년 2월 전·현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들과 중국, 러시아, 체코에 있는 현대차 해외공장을 견학했다. 그리고 그 소감을 지난달 자신의 블로그와 회사게시판에 다섯 차례에 걸쳐 올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는 지난 8월 17단체교섭보고대회를 열었다. 출처=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이 전 위원장은 “노사 모두 변해야 미래가 있고, 현재와 같은 대립적 노사관계로는 회사 미래는 물론 한국자동차 산업의 미래도 걱정된다”며 “성과를 나누는 문제에 대해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생산성과 품질 원가 면에서 노조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소모적·대립적인 노사관계로 우리(현대차) 스스로 발목을 잡으면서도 고임금, 고복지, 고성과금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동안 내수시장에 대한 독점적 지위와 협력업체에 과중하게 고통을 부담시킨 결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강제당하거나 퇴출이 기다리고 있다”며 “노조 지도자들은 동반자적 노사관계를 지향해야 하며, 우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망해봐야 정신차린다’는 말을 충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노조 새 지부장에 당선된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강성’으로 분류된 데다, 이르면 오는 24일부터 노조가 사측에 임단협 교섭 재개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 이 전 위원장의 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에 일각에선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사실무근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이 전 노조위원장이 의도한 바와 달리 언론에 노출된 것 같아 보인다”며 “한 때 노조에 몸담았던 그가 되려 노조를 비난하리라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 위원장이)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를 보이며 당선, 집행부를 구성했다”며 “위원장과 집행부 그리고 노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단결돼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선 노조는 ‘임단협 연내 타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며 “연내 임단협을 타결지을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타결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부영 현대차 신임 노조위원장. 출처=현대차 노조 선거관리위원회

한편 현대차 노사는 지난 8월28일 교섭을 끝으로 노조 집행부 선거와 추석 연휴 등을 이유로 교섭을 중단했다. 교섭이 중단되기 전까지 현대차는 노조에 특별호봉 1호봉 포함한 기본급 동결, 성과급 250%+150만 원 등을 최종적으로 제안하면서 임금인상폭은 전년보다 20%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 당선된 하 위원장은 기존 집행부가 회사에 제시한 협상안에 새로운 요구조건까지 더해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집행부는 회사 측에 상여금 800% 인상(현재 750%),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8+8시간), 국민연금과 연동한 정년연장, 해고자 원직복직,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OT수당 30%(현재 26%) 인상, 조합원 해외연수 확대 및 경비 인상, 사택임대 아파트 재건축 추진, 주간2교대 포인트 100만원 인상(현재 50만원), 일반직 숙련승진제, 퇴직자 복지센터 건립 등을 요구안에 추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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