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는 중국측의 사드 보복이 무색할 만큼 성수기 수요에 함박웃음

다만 근로자들이 격무에 시달리면 '항공안전'에 큰 문제가 불거질수도

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여름 성수기를 맞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항공업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항공 수요를 감당하면서, 객실 승무원은 고강도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객실 승무원의 업무 강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항공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성수기를 맞은 항공업계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올해 성수기 역시 쉴 틈 없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 노선에서 고전을 겪고 있는 것이 무색할 만큼, 성수기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것이 항공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올해 상반기 항공여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한 5308만명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노선 수요는 감소했으나 일본, 동남아 노선 등 대체 노선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체 항공 이용객이 증가한 덕분이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성수기 기간에 한 명의 승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일 하계 성수기 특별수송기간을 맞아 직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국내 전 직원 대상 ‘수박 나눔’ 행사를 열었다.

당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인천 및 김포공항을 비롯해 운항, 객실, 정비 등 각 부서를 방문해 임직원들에게 수박 및 격려금을 전달하면서 대고객 수송 서비스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오는 25일까지 ‘썸머쿨서비스’를 진행하고, 아시아나항공 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사내 일반 직원들을 위해 무료 커피를 나눠주거나 삼계탕 등의 보양식을 점심메뉴로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공사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실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곡소리’를 내고 있다. 사내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서 한 대형항공사 객실 승무원은 “휴가가 100일 넘게 쌓여있는 사람이 대다수이고, 매일 인원이 부족해 스케줄 변동이 잦다”며 “아파서 개인 휴가를 내려고 해도, 회사에서 병가를 내라고 하는데, 병가를 내면 진급 때 마이너스 점수가 반영돼 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객실 승무원은 “성수기에는 사실상 거의 쉬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며 “객실 승무원도 기내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를 담당하는데, 이렇게 업무 강도가 높으면 안전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성수기에 항공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업무 강도가 높은 것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객실승무원 등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은 탄력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성수기가 지나면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근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객실 승무원의 근무 강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항공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현행법상 객실 승무원의 근무 시간은 항공사가 자체 규정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성수기에 객실승무원의 근무 강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객실 승무원이 기내 탈출 등 중요한 안전 분야를 담당하는 직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친 업무 강도는 항공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객실승무원의 승무시간 기준 등에 관한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항공운송사업자는 연간 승무시간이 1200 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월간, 3개월간 및 연간 단위의 승무시간 기준을 운항규정에 따라 정할 수 있다. 승무시간 기준이 별도로 세분화된 운항승무원과는 온도 차가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측은 객실 및 운항 승무원들의 업무 과중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올해 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객실승무원 뿐 아니라 운항승무원 역시 성수기에 지나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지난해 연구 용역을 맡겨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는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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