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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서 사업다각화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일괄 약가인하와 어려워진 영업환경, 제네릭 경쟁 심화 등으로 의약품에만 기대서는 탄탄한 수익 기반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보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산업적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제약사가 성장동력을 다른 사업부문에서 찾는 행보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코스메슈티컬(의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이 들어있는 화장품) 사업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유한양행은 사내 미래전략실에 있던 뷰티 신사업팀을 자회사로 독립시켜 지난달 초 뷰티·헬스 전문 자회사 '유한필리아'를 설립했다. 동국제약이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의 '마데카크림'은 입소문으로 인기를 얻으며 지난해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박을 냈다. 이밖에도 JW신약, 파미셀, 메디포스트 등 업체가 코스메슈티컬 사업에 속도를 내는 제약사로 꼽힌다.

세계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약 35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매년 15%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코스메슈티컬 산업 규모는 현재 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약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큰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시장에 뛰어드는 제약사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동국제약 '마데카크림' 광고. 사진=동국제약 제공
더욱이 음료와 유통사업은 일찌감치 수많은 제약사들이 손을 뻗은 분야다.

광동제약의 경우, 2001년부터 시작한 음료사업이 회사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며, 에너지음료 및 숙취음료 부문에서도 동아제약, CJ헬스케어 등 다수 제약사들이 선전하고 있다.

성장세가 두드러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도 일동제약, 동아제약 등 주요 제약사가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이달 중순 건기식 브랜드 '마이니'를 론칭했으며, 동아제약은 지난해 동충하초를 원료로 만든 건기식 '동충일기'를 선보였다. 이 밖에 유유제약, 녹십자웰빙 등도 건기식 브랜드를 갖고 있다.

소비 시장에서도 별다른 편견없이 제약회사들이 내놓은 제품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한 30대 임산부는 "아무래도 임신하게 되면 하나하나 조심스러워지고 못 미더운 게 많다"며 "임신 이후에는 제약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에 눈이 가고, 튼살크림 같은 경우도 '약국표' 화장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뢰도 면에서 제약사의 제품이 비전문가 제품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서 제약사들의 시장 참여를 독려하는 의견도 있다. 대한약사회 윤중식 보험위원은 최근 한국제약바이오가 펴낸 정책보고서에 기고한 글을 통해 "건기식 시장은 과학적 근거가 많이 부족한 채 비전문가들에 의해 판매되고 있는데 약국에서는 우수 일반약이나 건기식이 부족하다"며 "중소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오랜 시간과 투입되는 천문학적 비용이 부담된다면 우수 건기식을 임상실험을 통해 저렴하게 시장에 내놓길 바란다"고 제언한 바 있다.

  • 동아제약 '동충일기'. 사진=동아제약 제공
일부 제약사들은 의료기기사업에서도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한독의 의료기기 자회사 한독칼로스메디칼이 개발 중인 저항성 고혈압 치료용 의료기기 디넥스는 올초 유럽연합 의료기기 지침에 따른 CE마크를 획득했다.

휴온스글로벌의 자회사 휴메딕스는 지난해 의료기기 제조사 파나시를 인수했으며, 또 다른 자회사 휴온스메디케어(소독제 부문)는 소독제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의료기기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국제약은 작년 8월 의료용 CT(컴퓨터단층촬영) 장비 '모바일 CT 파이온'으로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했으며 자가혈당측정기 판매계약을 체결하며 보폭을 넓혔다.

이처럼 국내 수많은 제약사들이 의약품 외의 분야에서 수익 기반을 갖추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 회사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굳이 제약사의 정통성, 정체성이라는 담론을 꺼내지 않더라도, 이러한 시도들이 실제 의약품 R&D(연구개발) 비용에 투입되는 선순환으로 확실히 이어지고 있느냐는 여전히 의문이다.

여기에 건기식, 코스메슈티컬 등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며 제약사들의 외도가 반드시 성공을 거둔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1개의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약 15년간 2조원이 드는만큼, 고된 과정을 그저 한우물만 파서 견디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고민이다. 허울 좋은 '외도' 논란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솔직한 속마음인 셈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주요 제약사들은 대부분 50년 이상된 곳들이며 매출 성장에도 한계가 있어 이러한 다각화는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유통업으로 크게 성공한 특정 제약사를 두고 말이 많지만 사업 확장 측면으로 보면 사실 성공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약사의 사업다각화 영역이 건기식, 의료기기 등 어느 정도의 접점이 있는 분야"라면서 "한 기업으로서 평가할 때,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는 더 동떨어진 분야에 뛰어드는 곳도 있는데 국내 제약 회사는 사업다각화와 관련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화장품 등 분야에 진출한다고 해서 본업에 소홀하다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 자본으로 R&D에 투자한다면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기 때문"이라며 "전체 산업계와 비교해 R&D 비중이 높은 제약사의 수익 기반을 다지기 위한 발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전체 매출에서 의약품 외 매출이 절반을 넘어가는 경우는 모범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외도'의 이유가 제약사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한 것이라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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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7/01 07:00:19 수정시간 : 2017/07/01 07: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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