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삼성 노조 전망

엔지니어링·웰스토리 노조 안착 땐 계열사로 번질 가능성

인사상 불이익 우려 등으로 ‘세 확장’ 쉽지 않다는 전망도

정치·사회적 환경과 구조조정 강도에 노조 설립 속도 달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후 잇달아 노동조합이 설립되면서 앞으로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조 가입률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재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고 글로벌 기업인 삼성 이미지를 고려해 과거처럼 노조에 외압을 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구속 후 출범한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웰스토리 노조가 안착한다면 삼성그룹내 다른 계열사로 노조 설립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재계와 노동계 일각의 시각이다.

다른 일각에선 삼성의 임금 수준이 높고 20·30세대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점, 노조 가입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노조활동을 꺼릴 수 있어 노조의 세 확장이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삼성 측은 합법적인 노조 활동은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11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모든 노동자가 차별 없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권리를 비준하고 노조 가입률을 대폭 올리겠다“고 공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삼성이 고수하는 무노조 경영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 환경이 급변한데다 현재 수감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운신 폭이 넓지 않아 노조문제에 대해서는 삼성측이 일정기간 강경대응은 자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과)는 “진보 대통령 탄생이라는 대선 결과가 어느정도 노조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며 “이 부회장이 꼬투리 잡히는 일은 가급적 안 만들 것으로 보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노조라는 내부 견제 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행정학과)는 “해외 유학파인 이재용 부회장이 이병철·이건희 회장과 달리 노조 문제에 대해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거나 이 부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보니 과거처럼 삼성이 노조에 외압을 가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그냥 지켜보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삼성이 노조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노동계의 시각도 비슷하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재벌 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높고하니 삼성이 과거처럼 대놓고 노조를 탄압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만, 해고 등 법률적 대응은 할 수 있겠지만 육체적인 탄압, 납치, 감금 등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다만 향후 삼성에서 노조 설립이 계속될 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있고, 이 부회장 공백 등으로 ‘몸사리기’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서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이 정책기조 변화로 나타날 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그것이 아니라면 향후 노조가 늘어날 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임운택 교수도 “삼성이 노조 모니터링을 계속 하겠지만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잠시 몸을 사리고 있을 뿐으로 보인다”며 “기본적으로 삼성이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변화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참에 삼성이 '전근대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상인 교수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웰스토리가 삼성에서 핵심역할을 계열사는 아니지만 노조 설립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며 “어떤 이유든 삼성도 노조가 기업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식의 전근대적인 인식을 바꿔야 될 때가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엔지니어링과 웰스토리 등 삼성의 2개 기업에서 노조가 안착한다면 다른 계열사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단 변화가 시작된 만큼 인식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삼성의 노조 설립 가속화는 노조에 우호적인 정치·사회적 환경과 구조조정의 강도에 달렸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임운택 교수는 “전반적으로 정치·사회적인 환경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삼성은 노조 설립을 방해하는 대신 복지라는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구조조정은 그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며, 구조조정 강도 역시 노조 설립 확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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