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항공사, 탑승객 정보 토대로 식성 등 맞춤형 서비스 가능

조양호 회장, "가상현실(VR)이 여행 대체하는 시대 다가올 것"

아시아나, '맞춤형 기내면세품' '맞춤형 공항수속 서비스' 선정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가 지난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전시한 'AI 택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인공지능(AI)이 30분 후의 시내 구역별 택시 수요를 예측하고, 어디로 가면 곧바로 승객을 태울 수 있는지 택시 기사에게 알려준다. 미래를 예측해 승객을 보다 쉽게 태울 수 있는 서비스인 일본의 ‘AI 택시’ 얘기다.

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에 전시된 해당 서비스는 택시 수요를 92%의 정확도로 예측해낸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변화다.

항공업계에도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고 있다. 일찌감치 4차 산업을 주도하겠다고 나선 아시아나항공은 4차 산업과 관련해 전 직원들이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이와 관련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지 않은 상황이지만, 조양호 회장이 “4차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직접 언급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표명한 상태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항공사(FSC)들이 4차 산업을 항공산업에 접목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4차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우선 추진과제로 '맞춤형 기내면세품 추천', '맞춤형 공항수속 서비스', '항공기 결함 기록의 빅데이터화를 통한 예방 정비' 등을 선정한 아시아나항공은 직원들이 내놓은 4차 산업 관련 아이디어를 놓고, 심층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4차 산업과 관련한 특정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현재 전 직원들이 4차 산업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들 아이디어 중에 어떤 아이디어를 선정할지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대한항공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지난 2일 조양호 회장이 “올해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될 것이고, 우리는 전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향후 4차 산업과 관련된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2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창립 48주년 기념행사'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차 산업'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특히 조양호 회장이 “머지않아 관광지에 직접 가지 않아도 가상현실(VR)이 여행을 대체하는 시대가 올 것이고, 이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대한항공이 4차 산업과 관련한 ‘신(新)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형항공사들이 4차 산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항공사들이 탑승객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보다 세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항공사들이 4차 산업과 관련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정보를 활용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도 그리 많이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사들의 4차 산업 활용은 특정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크게 들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형항공사들이 저비용항공사(LCC)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4차 산업 활용은 LCC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LCC의 경우, 활용할 수 있는 탑승객의 정보 자체가 빈약한 반면, 대형항공사들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탑승객 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대형항공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탑승객 정보를 활용하면 LCC들이 제공할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컨대, 탑승객이 가고 싶은 여행지를 항공사가 미리 인지해 마케팅 활동을 벌이거나, 승객의 식성까지도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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