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 미국 금리 인상에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겹악재’

기초 체력이 약한 LCC들, 향후 재편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사진=각 사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작년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는 등 최고의 한해를 보냈던 항공업계가 올해 ‘먹구름’이 잔뜩 낀 형국이다.

국제유가 상승, 미국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중국인 관광객 수가 감소하는 등 ‘겹악재’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경쟁력이 없는 일부 항공사들은 향후 생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6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금리 인상,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올해 항공업계의 전망이 어둡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연준은 올해 역시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겠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항공업계의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짙다. 업계 특성상 외화 부채가 많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순외화부채가 약 92억달러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약 92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과 비교해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작년 12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유가 상승에 제동에 걸리긴 했지만, 작년 저유가 상황과 비교하면 확실히 높은 수준의 가격대가 유지되고 있다.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 인도분은 배럴당 53.26 달러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환율과 유가 부담으로 대한항공의 올해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 역시 환율 등 비우호적인 거시 환경으로 항공사들이 작년 4분기에 적자를 내는 등 올해 기대 이하의 실적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이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해 인위적으로 여행사 정원 축소 정책을 펼치는 등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携程)의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월 27일부터 2월 2일까지 이어지는 춘제 연휴기간 해외여행 인기도시 순위에서 서울이 작년 3위에서 7위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국제 유가 상승,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악재도 문제지만, 최근 들어 중국인 관광객 수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항공사들의 탑승객 수가 줄어드는 것이 더 큰 악재라고 본다”며 “대형항공사와 LCC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항공업계는 작년보다는 확실히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은 LCC가 올해 역시 공격적인 노선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연내 중국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노선을 확장하는 등 정기 노선을 50여개로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11월 항공운송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국제선 여객 중 국적 LCC가 수송한 비율은 22.1%로 처음으로 국제선 점유율 20%를 돌파하기도 했다.

미국 금리 인상, 국제 유가 상승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는데다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기초 체력이 약한 LCC들이 향후 재편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0년이 항공업계가 순탄하게 성장을 했던 시기라면, 올해부터 향후 10년 간은 항공사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장이 재편되는 시기라고 보면 될 것”이라며 “1980년대 미국 항공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신규 항공사들이 대거 등장했고, 1990년대에 미국 항공사들이 M&A(인수·합병)를 거쳐 시장이 재편됐는데, 한국의 항공 시장 역시 미국과 유사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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