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만개 기업 매출 1910조원…상위 4%가 70% 차지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국내 1만개 기업의 매출 규모가 19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135조원)로 1만개사 전체 매출의 7.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는 SK가 매출 1조 기업을 19곳을 거느려 가장 많이 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2만기업연구소(소장 오일선)는 11일 ‘국내 1만개 기업 매출 현황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기업은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 중 20여개 주요 업종(금융업 제외)과 12월 결산법인 위주로 매출 상위 1만 기업 곳에 드는 회사들이다. 조사는 각 기업 개별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2015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파악했다.

국내 1만개 회사가 가장 많이 몰려있는 매출 범위는 10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으로 4802개사(48.0%)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매출 100억원 미만 기업이 1969곳(19.7%)으로 그 뒤를 이었다. 매출 5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은 1467곳(14.7%),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은 1345곳(13.5%)이었다.

매출 5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기업은 198곳으로 2.0% 수준에 그쳤다. 매출 1조원 이상 대기업은 219곳(2.2%)에 불과했다.

매출 구간별 기업 숫자 비율과 달리 실제 매출 규모는 정반대였다. 매출 상위 4.2%에 속하는 417개사가 1만개사 전체 매출의 73.4%를 차지했다. 즉, 우리나라 산업 구조는 상위 4%에 불과한 대기업이 전체 매출의 70%를 독차지하는 이른바 ‘4·70 산업구조’였다.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 소장은 “1만개 기업의 매출을 살펴보면 매출 구간별 기업 수는 대기업 숫자는 적고 중소기업 숫자는 적은 전형적인 삼각형 구조이지만, 실제 매출은 대기업이 전체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역삼각형 구조가 확연했다”며 “국가 경제가 장기적으로 튼튼하려면 매출 5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 중간 허리 층이 지금보다 더 두터운 마름모꼴 내지 항아리 유형에 가까운 산업구조로 재편되는 방향으로 점차 바꿔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하위권 기업부터 매출을 더해나가면 6830개사의 매출 합계가 매출 1위인 삼성전자 한 곳과 맞먹었다. 뒤집어 얘기하면 삼성전자가 사라질 경우 국내 1만개사 가운데 70% 정도가 증발해버리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기업 본사 소재지별로 살펴보면 매출 1조원 이상 클럽에 속한 대기업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서울 중구로 36곳이나 됐다. 특히 무역·유통 업종에 있는 1조 기업들이 대거 이 지역에 밀집해 있었다.

SK네트웍스(18조6817억원)를 비롯해 포스코대우(16조8810억원), 롯데쇼핑(16조1773억원), 코리아세븐(3조799억원), 신세계(1조 4860억원) 등이 중구에 본사를 두고 있느 것으로 조사됐다.

2위는 서울 강남구로 25곳이 몰렸다. GS칼텍스(26조8738억원), 현대모비스(19조 792억원), 한국수력원자력(10조6423억원) 등이 강남구에 본사 터를 잡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에만 19곳이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종로구는 1조 기업이 19곳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SK에너지(27조8069억 원), 현대건설(10조6604억원), SK종합화학(10조5801억원) 등이 종로에 본사를 근거지로 하고 있었다.

지방 도시 중에서는 충청남도 서산시가 1조 기업을 가장 많이 품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오일뱅크(12조1067억원), 한화토탈(8조2756억원) 등 총 5곳이 서산을 기업 베이스캠프로 삼고 있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매출 1조 기업을 가장 많이 거느린 곳은 SK로 19개였다. 삼성은 14곳으로 두 번째로 1조 기업이 많았다. 이어 현대자동차, LG, 롯데가 각각 13곳의 1조 기업을 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한국전력도 9곳이나 되는 회사가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고, 한화와 현대중공업은 1조 기업을 6곳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S는 1조 기업이 5군데 있었다.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무역·유통 업종이 33곳으로 최다였다.

에너지 업종이 32곳으로 2위를 차지했다.특히 전기는 한국전력(58조5403억원), 석유는 SK에너지(27조8089억원), 가스는 한국가스공사(25조4819억원) 등이 동종업계 가운데 매출 규모가 가장 컸다.

뒤이어 화학(24곳), 자동차·건설(22곳), 식품(18곳), 전자(11곳) 순이었다.

매출 비중으로 보면 전자업종이 약 318조원으로 전체의 16.7%를 차지했다. 이어 에너지(16.1%), 자동차(12.6%), 유통·무역업(11.3%), 건설업(8.5%), 화학(7.8%), 철강(6.0%) 순이었다.

오일선 소장은 “1만개 기업 가운데 전자, 에너지, 자동차, 무역 및 유통, 건설업 매출 비중이 65% 이상 차지할 정도로 빅5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지만 “바이오 및 제약, 로봇, 우주항공,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세계적 글로벌 기업이 탄생되지 못하고 있어 이들 업종에서 차세대 먹거리 시장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좀 더 심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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