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26일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가 집필한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통해 “내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과정에서 경제 관료들과 크게 충돌했다”면서 “금융 위기 극복에 대한 철학의 차이지만 결국 감정 대립까지 갔다”고 밝혔다. 대우그룹 해체가 DJ 정부 신흥 관료와의 첨예한 갈등이 배경이었다는 주장이다.

김 전 회장은 취임 초기였던 김대중 대통령이 자신에게 ‘경제 대통령’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고 전했다. 자신은 국제통화기금 프로그램에 따른 구조조정보다는 연간 무역흑자 500억 달러 달성을 통한 국제통화기금 체제 조기탈출론을 내걸었고 이 과정에서 충돌이 많아지면서 관료들과 멀어졌다고 회고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관리들이 열심히 안 한다. 자기 할 일을 안 하고 핑계만 댄다. 이래서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자기들이 못하면 자리를 비켜줘야지…. 그러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데, 안 비켜줘서 할 일도 못하게 한다”고까지 말했다. 그러자 청와대 쪽에 하루가 멀다 하고 대우에 대해 나쁜 보고가 올라갔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경제팀의 무리한 구조조정 처방으로 우리 기업과 우리 경제가 엄청난 기회를 잃었음을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20년 가까이 세계경제가 호황이었다. 관리들이 길게 보지 못했다. 20년 이상은 예상하고, 10년은 내다보면서 정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 때는 외국 금융기관, 컨설팅 회사들이 내놓는 보고서들만 쳐다보고 얘기했다. 우리가 세계경영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면 2000년대에 크게 열매를 거둘 수도 있었다. 결국 그 열매들은 (대우 등을) 인수한 외국투자자들이나 출자전환 해서 들어온 금융기관이 다 갖고 갔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또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보니까 너무 싸게 팔았다는 것들이 많지 않는가? 그래서 지금까지 국부(國富) 해외유출 문제가 나오는 거다. 우리가 그렇게 싸게 판 것이 산 사람들 입장에서는 큰 이익이다. 그 사람들은 ‘한국이 문제 많다, 구조조정 해야 한다’라고 자꾸 얘기해서 좋은 매물이 싸게 나오면 자기들에게 좋은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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