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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네마 리뷰]김고은·정해인이 그린 청춘의 투명수채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 기자부소정 객원기자 bloomboo@hankooki.com 승인시간승인 2019.08.28 14:56
122분, 12세 관람가, 8월 28일 문화가 있는 날 개봉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포스터(CGV아트하우스 제공)
[데일리한국 부소정 기자] 늦여름과 가을 사이, 한 폭의 투명수채화 같은 작품이 찾아온다. 누구나 몰래 맘속에 저장하고픈 청춘의 아름답고도 아릿한 풍경을 그린 ‘유열의 음악앨범’(제공/배급: CGV아트하우스, 감독: 정지우)은 감성멜로의 정석을 보여준다.

김고은과 정해인이 그린 이 영화는 두 남녀의 11년간의 여정을 담았다.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듯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그들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으로 엮인다.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우연과 필연 속에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가는 과정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누구나 한번쯤은 스쳐지나간 인연에 미련을 두기에 보편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CGV아트하우스 제공)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 분)는 ‘미수제과’와 ‘유열의 음악여행’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반짝이는 한 때를 보낸다. 인생에 기적처럼 찾아온 작은 변화 속에서 그들은 빵이 익어가는 속도로 천천히 다가가고 천천히 마음을 연다.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평생을 발목 잡힌 현우에게는 미수제과에서의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며, 결코 뺏기기 싫은 순간이기도 하다. 엄마의 유산을 지켜내지 못하고 시대의 흐름 속에 점점 자존감을 잃어간 미수에게도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시간이다. 그 찬란한 공통의 시간이 두 사람에겐 결코 잃고 싶지 않는 인생의 버팀목이 된다.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CGV아트하우스 제공)
점점 더 현란하고 자극적인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추세 속에 이 레트로 감성멜로 영화의 느린 호흡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침묵’, ‘은교’, ‘해피엔드’로 멜로 영화의 정점을 찍은 정지우 감독의 작품답게 다소 답답할 수 있는 상황조차도 감각적이고 세심하게 담았다. “두 배우가 한 화면에 있는 것만으로도 반짝이는 영화가 될 것”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미장센과 음악, 두 주인공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풋풋하고 가장 빛나는 20대를 함께 한 이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현실적이어서, 우리들의 청춘의 자화상이란 생각이 든다. 다른 영화 속 주인공들과는 달리, 함께 하기가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서 그들은 마냥 꿋꿋하지만은 않다. 자존감을 잃고 무너지고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갈팡질팡 길을 잃기도 한다. 기존의 멜로 영화에서처럼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도 않는다.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CGV아트하우스 제공)
첫 키스를 하고, 긴 이별 뒤에 다시 만나 사랑이 무르익어갈 때도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불안감이 가슴 한 편에 엄습해온다. 실제 연인들을 보는 것 같은 리얼함과 누구나 경험해봤을 봤을 연인 사이의 감정의 변화는 깊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현우를 바라보는 미수의 그윽한 눈빛과 미수를 향한 현우의 환한 미소는 두 배우의 잘 어울리는 케미스트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서로의 매력을 잘 아는 두 사람의 비주얼과 연기가 이 영화의 사전 예매량을 10만 명을 넘기는 기염을 토하게 만들었다. 한국 멜로 영화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시사회 현장(CGV아트하우스 제공)
두 배우 외에 때로는 엄마처럼 때로는 언니처럼 이들을 다독이는 역할을 하는 ‘은자’ 역의 김국희 배우의 연기도 영화에 감동을 더한다. 김국희 배우는 아직까진 영화와 방송보다는 공연 쪽에서 더 이름이 알려진 배우다. 뮤지컬 ‘빨래’, ‘베르나르다 알바’, ‘구내과 병원’, ‘레드북’ 등에서의 인상적인 연기로 예그린뮤지컬어워드와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점점 활동반경을 넓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두 사람을 고비마다 연결해주는 ‘유열의 음악앨범’ 라디오 프로그램도 영화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다. 닿을 듯 닿지 않아 애틋한 감정이 싹틀 때, 이 음악앨범은 항상 그들의 곁에서 위로를 준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아우르는 시대의 추억의 명곡들도 이 영화를 더욱 감성적으로 만든다. 이 주옥같은 명곡들이 적재적소에 흘러나오기에, 이 영화가 한 편의 시처럼 그림처럼 다가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CGV아트하우스 제공)
이 영화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설 때는 지금 이 순간의 반짝임을 ‘기적’처럼 여기며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가슴에 품고, 좀 더 내 자신을, 내 주변을 소중히 여기게 될 것 같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오래된 사진첩을 뒤적이듯이, 옛 음악을 듣듯이, 10년, 20년 뒤에도 다시 보고 싶어질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때는 영화에 대한 빛바랜 추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지도 모른다.

우리 청춘의 투명수채화 같은 이 영화는 8월 28일 문화가 있는 날에 개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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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8/28 14:56:32 수정시간 : 2019/08/28 14: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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