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5월 30일, 15세 관람가로 개봉 상영 중

영화 '기생충' 제 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현장(네이버 영화 제공)
[데일리한국 부소정 객원 기자] 30일은 요즘 최고의 화제작 영화 '기생충'(제작: ㈜바른손이앤에이 |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각본/감독: 봉준호)의 개봉일이다. 제 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고 국내 개봉에도 흥행 청신호를 켠 '기생충'은 개봉 한참 전부터 극장가를 들썩이게 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80%에 육박하는 예매율로 박스오피스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또 다시 자발적인 스포일러 금지 운동도 펼쳐지고 있어, 천만 관객 영화에 대한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현장(네이버 영화 제공)
"'기생충'이 반전에 매달리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스토리의 작은 고비들마다 관객들이 때론 숨죽이고 때론 놀라며, 매 순간의 생생한 감정들과 함께 영화 속으로 삐져들기를, 만든 이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당부의 말이다. 스포일러 당하지 않기 위해 조조 회차를 예매하고, 극장 로비에서 헤드폰을 끼고 다니는 것은 개봉일의 익숙해진 극장 풍경이다.

하지만 스포일러가 아닌,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과 관람 팁을 알고 간다면, 작품을 좀 더 풍성하고 세심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기택 VS 박사장, 극과 극의 대조적인 매력

비교되는 두 부부의 모습, 영화 '기생충' 스틸(엔드 크레딧 제공)
'기생충'에는 이야기의 축이 되는 두 가족이 등장한다. 부모와 아들, 딸로 이뤄진 4인 구성이라는 점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지만, 형편은 극과 극으로 다르다. 특히 가족구성원의 구심점이 되는 가장들의 성격은 완전히 상반된다. 사람 좋고 넉살 좋은 ‘기택’(송강호 분)과 글로벌 IT기업의 CEO ‘박사장’(이선균 분)은 완벽히 극과 극의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낸다.

전원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은 직업도 대책도 없어서 아내 충숙(장혜진 분)에게 잔소리를 듣지만 늘 태평하다. 사업이 망하고 고정수입이 없지만, 고통스러워하거나 번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는 잘될 거라는 희망이 품고 있기 때문이다.

능력은 없지만 가족 사랑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마치 우리 옆집이나 옆 동네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친근한 아저씨 모습 그대로다. 어딘가 허술하고 덜떨어진 독특한 매력이 느껴진다.

이에 반해, 글로벌 IT기업 CEO ‘박사장’은 회사를 스스로 일군 유능한 인물이다. 깔끔하게 올린 머리와 댄디한 수트 패션으로 젊은 CEO다운 젠틀한 매력을 뽐내는 박사장은 겉모습부터 기택과는 대조적이다. 안정적인 직업과 아름다운 아내(조여정 분)와 귀여운 딸,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가장의 모습니다.

이렇게 달라도 전혀 다른 두 가족은 기택네 장난 기우(최우식 분)가 박사장네 과외 면접을 가면서 얽히고 충돌하기 시작하고, 이들의 예측불허 만남은 ‘기생충’의 가장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로 작용할 예정이다.

◇기택 VS 박사장의 대조적인 하우스 미장센

반지하VS언덕집, 영화 '기생충' 스틸(엔드 크레딧 제공)
영화 ‘기생충’의 영화 속 디테일은 알수록 빠져드는 매력을 지녔다. 특히 두 가족의 ‘집’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제작진은 전원백수 가족인 ‘기택’네와 글로벌 IT기업 CEO ‘박사장’네가 살고 있는 집이 두 가족의 사회적 위치를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전원백수 가족의 집은 반지하로, 글로벌 IT기업 ‘박사장’네 집은 언덕 위 저택으로 설정해 두 가족의 극적 대비를 표현했다.

‘독전’, ‘옥자’, ‘하녀’ 등에서 뛰어난 미장센을 보여준 이하준 미술감독은 서울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동네를 물색한 끝에 ‘기택’ 가족의 집을 설정했다. 실제 음식물 쓰레기를 동원하고 삼겹살의 기름때까지도 꼼꼼히 구현해 디테일을 완성했다. 기택의 집 곳곳에는 사정이 나아질 때마다 구입했을 법한 물품들도 곳곳에 배치해 현실감을 더했다.

반면, ‘박사장’네 집은 유명 건축가가 지었다는 설정으로 최대한 모던하면서도 우아하게 제작해 ‘기택’네와는 확연한 차이를 둔다. 초록 정원과 볕이 잘 드는 거실은 아름다운 주거 공간으로, 성공한 글로벌 기업 CEO인 ‘박사장’의 사회적 위치를 보여준다.

영화 '기생충' 스틸(엔드 크레딧 제공)
박사장네 집은 기택의 집과 같은 동네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동선을 볼 수 없도록 코너와 사각지대를 설치해 사회 구조상 서로 부딪치지 않는 두 가족을 표현했다. 반지하에 사는 ‘기우’가 고액과외 면접을 받기 위해 오르는 언덕길과 계단은 공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을 넘어 현대사회의 수직적 질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 ‘기생충’ 속의 집과 공간은 만날 일 없어 보이는 두 가족의 극과 극 삶을 설득력 있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영화적 메시지도 전달한다.

◇엔딩 크레딧 끝까지 볼 것! 엔딩곡 ‘소주 한잔’

영화 '기생충' 촬영현장(엔드 크레딧 제공)
영화가 끝나면 바로 일어나지 않는 게 좋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에 영화 ‘기생충’의 엔딩곡인 ‘소주 한잔’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이 곡은 정재일 음악 감독이 작곡한 멜로디에 봉준호 감독이 직접 가사를 붙여 만들고, 기우 역의 최우식이 직접 노래를 불렀다. 신나는 기타 선율에 극중 기우의 심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듯 부르는 최우식의 차분한 음색은 영화의 여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봉준호 감독은 “사람이 온갖 감정을 느끼게 될 때면 혼자 소주 한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영화의 마지막 기우의 감정을 담은 이 노래를 들으며 만감이 교차하는 영화의 여운을 이어 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쿠키 영상은 없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엔드 크레딧 제공)
이처럼 두 가장의 대비적인 성격,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집 구조의 미장센, 엔딩곡 뿐 아니라 날씨의 변화와 오감 중 특히 더 강조되는 감각, 오타쿠적 기질 등 여러 요소에 녹아든 봉준호 감독 특유의 디테일을 느끼면서 본다면, 더욱 풍성히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이 영화가 ‘가족희비극’이란 독특한 장르적 성격을 띠는지도 영화를 보면서 느껴보면 좋다.

허름할수록 명품이 되는 송강호의 연기뿐 아니라 여러 배우들의 연기 변신과 호연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허를 찌르는 상상력과 통념을 깨는 시선으로 강렬하고 신선한 영화 ‘기생충’은 5월 30일, 15세 관람가로 개봉해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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