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x윤공주x김우형x민우혁 출연 러시아 뮤지컬, 5월 17일~7월 14일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프레스콜에서 좌로부터 민우혁, 윤공주, 김소현, 김우형 배우가 손하트를 보내고 있다(사진=이승연)

[데일리한국 부소정 객원 기자] 러시아의 대 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영화, 뮤지컬, 발레,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돼 왔다. 한 여인의 삶 속의 사랑, 자유, 절망 등이 비극적으로 그려진 이 소설은 동명의 뮤지컬로 2016년 러시아에서 재탄생 됐다.

한국에선 2018년 ㈜마스트엔터테인먼트(대표 김용관) 기획 제작으로 초연돼 약 9만 명의 관객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옥주현, 정선아, 민우혁 등 스타 배우들의 출연과 다소 생소하지만 신비로운 러시아 뮤지컬이란 특징으로 단숨에 화제의 뮤지컬로 등극했다. 작년 성공에 힘입어 올해 재연하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메인 배우 차지연이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윤공주를 영입해 지난 5월 17일 막을 올렸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시연 장면 (사진=이승연)

원작 소설이 1,700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보니, 2시간으로 압축하는 것이 최대 과제이다. 또한 클래식과 팝, 록, 크로스오버 등 전 장르에 아우르는 40여곡의 뮤지컬 넘버들이 극 속에 녹아들어가야 하기에 좀 더 긴밀한 밀도가 필요하다.

러시아 프로덕션 ‘모스크바 오페레타 씨어터’에서는 러시아 3대 음유시인으로 꼽히는 한국계 러시아인 ‘율리 킴(Yuliy Kim)’에게 극작과 가사 작업을 의뢰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여기에 ‘몬테크리스토’, ‘올라프 백작’으로 이름을 알린 작곡가 ‘로만 이그나티예프’와 러시아 최고 뮤지컬 연출가 ‘알리나 체비크’를 투입해 탄탄하고 웅장한 뮤지컬을 완성시켰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프레스콜 현장에서 김용관 프로듀서와 배우들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사진=이승연)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게 한국은 첫 라이선스 공연 개최지라 의미가 남다르다. 이에 대해 마스트엔터테인먼트의 김용관 프로듀서는 지난 22일 프레스콜을 통해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선호하는데, 그 일환으로 러시아 뮤지컬을 선택했다. 러시아에서는 이 공연이 해외로 라이선스가 팔린 첫 케이스다. 미래가 불투명했지만, 처음이라서 더 좋았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태양의 서커스’와 ‘노트르담의 파리’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서 내가 선택했다기보다는 그들이 저를 선택한 것에 가깝다”면서 “내가 보기 좋았던 것”이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배우들도 처음 접한 러시아 뮤지컬이 굉장히 난해하지만, 새롭고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브론스키 역의 민우혁은 “색다른 경험을 많이 했다. 연습부터 남달랐다. 미국이나 유럽 뮤지컬과는 달리 타임 테이블을 주지 않아, 상대방에 집중하면서 감정을 끄집어내는 작업의 연속이었다”고 했고, 안나 역의 김소현은 “마지막까지 저의 모든 것을 끌어내는 평생 잊지 못할 연습이었다.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브론스키 역의 김우형은 “연습 과정부터 원작이 주는 강렬함이 있다” 면서 “그런 힘 때문에 작품이 무척 고급스럽게 느껴지고, 그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시연 장면 (사진=이승연)

브론스키의 민우혁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은 모두 처음 이 작품을 연기한다. 이에 대해 “공연을 거듭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익숙해질 만도 한데 할 때마다 힘들다. 안나를 연기하는 것이 항상 벅차면서도 부족한 마음이 들어서인 것 같다”(김소현), “여배우라면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한 여자의 사랑 뒤에 오는 아픔과 감정의 끝과 끝의 경험, 한정된 시간에 방대한 작품을 무대에서 표현해내는 것에 무한한 매력을 느낀다”(윤공주), "러시아 뮤지컬 원작이 주는 느낌은 신선함과 남다르다, 러시아 뮤지컬을 연기할 수 있어 영광"(김우형)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두 시즌 연속 출연하는 민우혁은 "초연할 때는 놓치고 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재연에서는 그 부분들을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면서 "공연이 거듭될수록 제 자신부터가 탄탄해지는 듯 하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관객들에게 작품을 이해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민우혁은 "내가 먼저 이해가 돼야 관객들도 이해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면서 "여자와 남자의 사랑이 참 다르다. 여성분들이 원하는 사랑이 진짜 무엇인지, 남자분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많이 반성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윤공주는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죽음보다 좋은 사랑을 안나는 이루고자 했다. 하지만 그게 어렵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서 "안나가 추구한 것은 한 인간, 한 여성으로서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약속된 주제가 있지만 객석에 전달되는 주제는 늘 물음표라 생각한다. 힘껏 내 몫의 연기를 하고 전달하면 관객들은 각자 삶의 태도와 성찰로 받아들인다. 관객들이 한번 더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연기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시연 장면 (사진=이승연)

안나 카레니나 역을 맡은 두 배우는 캐릭터 분석에 있어 안나를 이해하고 내적화하기 위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소현은 "온갖 작품과 자료, 논문까지 다 찾아보고 연구했다면서,안나는 사랑을 추구하고 얻은 듯 하지만, 결국 진정으로 원했던 건 자유와 행복이 아닐까"라 했고, 윤공주는 "안나는 궁극적인 행복을 추구했고, 브론스키를 통해 그 행복을 느꼈기에 규칙을 어기게 된다. 대상과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그 시대에 용감한 여자라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주제와 인물 외에도 무대 역시 화려하고 웅장한 볼거리로 인상적이란 평이다. 세트 구성의 백미인 LED 스크린은 무대 뒤편을 가득 채우고 4개의 이동식 타워에 장착된 8개의 패널과 함께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눈이 펑펑 쏟아지는 기차역에서 19세기 귀족들의 사교장인 스케이트장과 화려한 파티장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마장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또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바강에서부터 레빈과 브론스키의 영지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아름다운 풍광을 눈앞에 펼쳐 놓아 19세기의 러시아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환상에 빠지게 만든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포스터(㈜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름답고 매혹적인 ‘안나’라는 한 여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 가족과 사랑 등 인류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담아낸 수작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관객들을 사로잡을지 주목된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은 5월 17일 개막해 7월 14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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