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 아웃’, ‘어스’, 공포 영화 장르의 ‘조던 필 현상’…3월 27일 개봉

영화 '어스'포스터(UPI 제공)

[데일리한국 부소정 객원 기자] 첫 데뷔작으로 19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147개 수상에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거머쥔 천재감독이 있다. 조던 필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겟 아웃’으로 영화계의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에 이어 차기작 ‘어스’로 아예 ‘조던 필 현상’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어스’는 22일 북미 개봉 후, 첫 주말 수익이 약 6,700만 달러(한화 약 760억 원)에 달해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어스’는 국내에서도 예고편과 포스터가 공개된 후, 폭발적으로 1,000만 뷰를 돌파하며, 개봉 전 최고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왜 이런 열광적인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영화 ‘어스’의 면면을 살펴보자.

◇‘이 영화 미쳤다!’ 호평을 넘어선 폭발적인 반응

모든 것이 신선한 충격 그 자체인 ‘어스’는 북미에서 공개되자마자 전문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100% 전 세계 만장일치 호평을 받는 대기록을 세웠다. 공포 영화라는 장르적 한계점을 가졌음에도 영화계에 던진 새로운 화두와 충격은 해외 언론의 극찬으로 이어졌다.

“진짜 미쳤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독창적이다”(Fandango), “N차 관람 필수”(Collider), “‘어스’만큼 충격에 빠트린 영화는 없었다”(Polygon) 등 해외 언론의 극찬 세례가 더해졌다.

영화 '어스' 스틸컷(UPI 제공)

‘어스’가 뜨거운 반응을 얻는 이유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스타일의 영화’라는 호기심이 가장 큰 요인이다. 전작 ‘겟 아웃’에 이어 공포 장르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는 조던 필 감독의 이 작품은 예고편이 공개되자마자 영화 속 단서들에 대한 해석이 끊임없이 이어져 화제가 됐다. 불청객들의 가위, 정체불명의 토끼들, 의문의 거울의 방 등 영화 속 모든 디테일들은 단서이자 은유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첫 작품 ‘겟 아웃’으로 전 세계의 인정을 받은 조던 필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도 큰 작용을 했다. ‘겟 아웃'을 넘어선 긴장감 넘치는 연출력과 기발한 발상, 탄탄한 배경지식까지 더해진 작품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제작자 제이슨 블룸 역시 “'어스'의 시나리오는 '겟 아웃'을 읽었을 때보다 더 놀랍고 강력하고 독창적이라 놀랐다"며 "그동안 읽어본 여느 시나리오와 달랐고 이제껏 이런 영화가 없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강한 신뢰감을 보였다.

영화 '어스' 촬영현장컷(UPI 제공)

◇천재 감독 조던 필! ‘겟 아웃’을 넘어선 ‘어스’

모든 면에서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오는 '어스'의 중심에는 조던 필 감독이 있다. '겟 아웃' 만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조던 필 감독이 차기작 '어스'로 또 한 번 새로운 악몽의 세계를 선사한다. 원래 첫 데뷔작이 성공을 거두면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커져서 작품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일반적인 공식은 조던 필 감독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겟 아웃'을 뛰어넘는 작품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뿐이란 걸 보란 듯이 증명해냈다.

'어스'에서도 조던 필 감독은 신선한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우리와 똑같이 생긴 존재가 나타난다는 섬뜩한 상상력만으로도 관심이 모아진다.

조던 필 감독은 “‘어스’의 아이디어는 도플갱어에 대한 깊은 공포심에서 비롯됐다. 우리의 최대 적은 바로 자신이라는 개념이 나를 매료시켰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그래서 이 영화의 괴물은 우리 자신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진실을 숨기고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꼬집기도 했다.

영화 '어스' 스틸컷(UPI 제공)

다년 간 스탠드 업 코미디 활동으로 쌓은 탄탄한 내공으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조던 필 감독은 배경 지식이 풍부하고 신선한 연출을 하는 감독으로도 주목받아왔다. 영화 촬영 전 주연 배우 루피타 뇽오에게 이 영화에 도움 되는 10편의 영화 추천을 한 점도 인상적이다.

그 목록에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1963),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1980), ‘퍼니 게임’(1997), ‘식스 센스’(1999) 등 내로라하는 걸작들과 더불어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2008), ‘바바둑’(2014), ‘팔로우’(2015) 등의 공포 영화들이 포함됐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영화는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3)이다. 이 영화는 전래동화 ‘장화홍련전’에서 모티브를 얻어 공포와 긴장감을 자아내 한국 공포영화계의 불후의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조던 필 감독이 이런 영화들의 영향을 받아 ‘어스’는 또 어떤 작품으로 탄생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신만의 확고한 색깔을 입힌 연출력을 입증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굳힌 조던 필 감독은 두 작품만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천재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어스' 스틸컷(UPI 제공)

◇섬뜩한 1인 2역, 루피타 뇽오과 원스턴 듀크

'어스'는 해변으로 휴가를 떠난 한 가족에게 그들과 똑같은 모습을 한 정체불명의 불청객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카피문구와 가면으로 반을 가린 얼굴에 공포가 가득한 주인공 ‘애들레이드(루피타 뇽오 분)’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부터가 긴장감을 유발한다.

‘어스’를 좀더 특별하게 화제의 중심으로 끌어왔던 요소는 바로 배우들의 열연이다. ‘블랙 팬서’로 전 세계를 열광시킨 루피타 뇽오와 윈스턴 듀크는 물론, 할리우드 신예인 샤하디 라이트 조셉과 아역배우 에반 알렉스까지 합류하여 영화의 몰입을 높였다.

영화 '어스' 스틸컷(UPI 제공)

엄마인 애들레이드 윌슨 역의 루피타 뇽오는 ‘노예12년’(2013)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로 등장만으로도 현장 분위기가 긴장될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아빠 게이브 윌슨 역의 윈스턴 듀크 역시 강렬한 신스틸러로 등장한다. 아내와는 다르게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극한의 긴장감을 한 템포 조절해주는 역할도 한다. 각각 딸과 아들로 등장하는 사하디 라이트 조셉과 에반 알렉스는 순수한 아이들 모습이었다가도 무표정 속에서 깊이를 자아내는 능숙한 감정표현까지 선보여 소름 돋는 연기를 선보였다. 엄청난 경쟁률의 오디션에서 선발된 사하디 라이트 조셉은 ‘어스’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일 뿐 아니라, 디즈니 실사 영화 ‘라이온 킹’에서도 ‘날라’역으로 캐스팅 돼 주목받고 있다.

영화 '어스' 스틸컷(UPI 제공)

◇영화 이해를 돕는 배경지식 3

# Hands Across America 운동

1986년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 운동으로, 참가자들이 “We Are The World”, “America the Beautiful”, “Hands Across America” 등을 부르며 15분간 손잡는 퍼포먼스를 통해 굶주린 사람들을 위한 기금 모금을 독려한 캠페인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산타 모니카 비치를 포함한 미국 48개 주에서 인간 체인이 완성됐고, 약 600만 명 이상 참여로 추정된다. 특히 영화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1,200만 개의 눈과 1억 9,200만 개의 이빨을 가진 자들은 금문교에서 쌍둥이 빌딩까지 뻗어 있다’는 의미심장한 문구는 이 운동과 ‘어스’의 연관성을 추측하게 만든다.

# 예레미야 11장 11절

예레미야 11장 11절 역시 예고편에서 등장한 비주얼만으로 ‘어스’의 스토리를 추측하게 만든다. ‘보라 내가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리니 그들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그들이 내게 부르짖을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할 것인즉’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가족에게 닥칠 일들을 경고한다.

# 로르샤흐 검사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H. 로르샤흐가 1921년 발표한 인격 진단 검사이다. 좌우대칭으로 된 잉크 얼룩을 보여주고 어떻게 보이는가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그 결과에 따라 정신병이나 병적 성격을 진단한다. ‘어스’의 티저 포스터 역시 이를 활용해 화제를 모았다. 언뜻 보기에는 완벽한 대칭을 이룬 동일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가위, 토끼 등 다양한 비주얼이 담겨 있어 영화 역시 숨겨진 단서들이 많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어스' 초대장(UPI 제공)

공포장르 영화임에도 여러 면에서 독창적이고 놀라운 감각을 보여주는 영화 '어스'는 15세 관람가로 3월 27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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