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바둑챔피언십 3연승으로 초대 우승···인공지능과 중국·일본 정상 기사 연달아 이겨

박정환 9단이 23일 일본 오사카 일본기원 관서총본부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박정환 9단이 중국·일본 정상의 바둑 기사와 인공지능(AI) 딥젠고를 꺾고 세계대회 타이틀을 따냈다.

박정환 9단은 23일 일본 오사카 일본기원 관서총본부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 3국에서 중국의 미위팅 9단을 190수만에 백 불계로 꺾고 대회 초대 우승자 자리에 올랐다.

올해 창설된 월드바둑챔피언십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참가하는 최초의 정식 바둑 대회다.

한중일 정상의 기사와 AI인 딥젠고가 풀 리그를 거쳐 우승자를 가린다.

박정환 9단은 1국에서 일본 랭킹 1위 이야마 유타 9단을 상대로 207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2국에서는 딥젠고에 347수만에 흑 불계승을 따냈다.

중국랭킹 2위 미위팅 9단은 딥젠고와 이야마 유타 9단을 연달아 이기고 박정환 9단과 우승을 놓고 대국에 들어갔다.

이날 백돌을 집은 박정환은 초반부터 반상을 주도하며 중앙에 두터운 세력을 쌓아 완승을 거뒀다.

이 대회 참가자 중 유일하게 3승을 따낸 박정환 9단은 지난 2015년 2월 LG배 기왕전 우승 이후 약 2년 1개월만에 세계 정상 자리에 등극했다.

2011년 거둔 후지쓰배 우승을 합하면 박정환 9단의 통산 3번째 세계대회 우승 기록이다.

박정환 9단은 후지쓰배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오사카에서 우승을 따내 오사카와의 기분 좋은 인연을 이어갔다.

특히 세계대회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상대방에 승리를 내주던 박정환 9단이기에 더욱 뜻깊은 우승이다.

이번 타이틀 획득을 통해 박정환 9단은 40개월 연속 한국 바둑랭킹 1위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 바둑이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해 2월 강동윤의 LG배 제패 이후 13개월만의 일이다.

바둑계는 박정환 9단의 이번 우승으로 중국세에 밀려 부진의 높에 빠진 한국 바둑이 도약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정환 9단은 우승상금으로 3000만엔(약 3억260만원)을 수령한다. 준우승 상금은 1000만엔, 3위와 4위 상금은 동일하게 500만 엔이다.

미위팅 9단이 2승 1패로 준우승을 차지했고, 딥젠고가 1승 2패로 3위, 이야마 유타 9단은 3패로 4위를 기록했다.

딥젠고는 이날 이야마 유타 9단을 상대로 235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둬 목표했던 '1승' 수확에는 성공했다.

'일본판 알파고'라 불리는 딥젠고는 기존 일본의 바둑 프로그램 '젠'에 딥러닝 기술을 접목해 업그레이드 한 AI 시스템이다.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바둑 프로그램을 통해 인공지능과 바둑의 동반 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로 딥젠고를 내세우고 있다.

딥젠고는 박정환 9단과 미위팅 9단을 상대로 끝내기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약점을 보였다. 그러나 이야마 유타 9단에게는 흠집 없는 바둑으로 정식대회 첫 승리를 거뒀다.

이 대회의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에 초읽기 1분 5회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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