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찰재정 투명화' 계획 발표

[데일리한국 이동헌 기자] 조계종이 7월부터 예산 30억원 이상인 주요 사찰의 재정을 일반 신도들에게 공개한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찰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재정 공개는 종교단체의 도덕성과 신뢰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사찰 재정 공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조계종은 우선 직영사찰, 특별분담금사찰 등 연 예산 30억원 이상(4등급)인 사찰의 재정을 7월부터 공개하고, 공개 대상을 매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자승 스님은 "그동안 각 사찰의 예·결산을 종단에 보고해왔지만, 앞으로는 사보나 인터넷 홈페이지, 법회 등을 통해 이를 공개해 해당 사찰의 일반 신도들도 이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우선 공개 대상이 되는 예산 30억원 이상 사찰은 현재 50여곳으로, 이들 사찰의 예산은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한다. 조계종은 6월 중 각 사찰을 대상으로 재정 공개의 형식과 범위, 절차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재정 공개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관련 종법을 올해 안에 개정해 예·결산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찰에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현 종법에는 예·결산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찰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실제로 종단에 예·결산서를 제출하는 사찰은 절반 가량에 불과하다.

조계종은 또 재정 투명성 강화와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받는 사찰에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6월 안에 사찰예산회계법 시행령을 제정해 카드결제 시스템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현재 조계종 산하 입장료를 받는 사찰 총 64곳 중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사찰은 22곳에 불과하다.

조계종은 이밖에 예산지출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소임자 보시, 법사비, 종무활동비, 여비 등 주요 지출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매년 10월 각 사찰에 예산편성 지침으로 전달하기로 했으며, 예산 2억원 미만인 사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소화된 회계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년부터 보급하기로 했다.

조계종이 이날 발표한 '사찰 재정 공개 추진 계획'은 지난 3월 진행된 '제3차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 논의된 결과다. 조계종은 종단이 지닌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승려와 재가신도가 모여 종단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올해 초부터 진행하고 있다. '제4차 100인 대중공사'는 오는 29일 서울 불광사에서 '종단불신,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