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간의 방한을 마치고 19일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세기 내내 이동하면서도 세월호 유족이 전달한 리본을 가슴에 착용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으로 귀국하는 비행기 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황은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면서 “(그러나)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해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실제 그는 방한 기간 내내 노란 세월호 리본을 착용한 채 미사 등 각종 행사에 나섰고 귀국길에도 그대로 리본을 달았다.

교황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추기경이었던 때 발생했던 대형 참사를 예로 들면서 “당시 나는 똑같은 생각을 했다. 고통과 슬픔의 순간에 다가서면 정말 많이 돕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마중나온 세월호 유족 4명의 손을 잡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고,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는 세월호 생존 학생과 유가족 등 30여 명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가 이들의 손을 잡아줬다.

또 16일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 집전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카퍼레이드한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 400여 명이 모여 있는 광화문 광장 끝에 다다르자 차를 멈추게 한 뒤 내려 이들의 얘기를 가만히 들어줬고, 17일에는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세례를 줬다.

교황은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서 “인간적인 고통 앞에 서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면서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희생자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를 생각하면 그 고통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면서 “내 위로의 말이 죽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없지만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황의 방한 결산 인터뷰는 한 시간 동안 이탈리아어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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