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LCD 황금기 지나 OLED 시대로…중소형 OLED 점유율 굳건

'중국發 위기돌파 속도전' QD디스플레이·QNED 준비, 기술 세대교체 나서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2010년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내 LCD 패널 생산현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2003년 10월. LG가 세계 최초로 55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선보이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LG필립스LCD가 2002년 세계 최초의 52인치 TV용 LCD를 개발한데 이어 다음해 55인치까지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자 이를 놓고 추궁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삼성은 곧장 이보다 큰 사이즈의 LCD 공개 일정을 잡고 '최초' 경쟁에서 다시 승기를 잡았다. LG가 55인치 LCD TV를 공개한지 한 달만인 2003년 11월 삼성은 세계 최대 크기인 57인치 TV용 LCD를 선보였다. 당시 TV용 LCD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LG필립스와 일본 샤프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었다.

2000년대는 삼성 LCD 사업의 황금기였다. 2003년말 이건희 회장은 당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사장에게 탕정 7라인과 관련해 사업을 확대할 것을 지시했다. 경쟁사에 더 이상 추격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이듬해인 2004년 7월 소니와 함께 충남 아산 탕정에 LCD 패널 합작사인 S-LCD를 출범하게 된다. LCD는 1990년대까지는 없어서 못파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S-LCD의 출범과 삼성의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LCD는 플라즈마표시패널(PDP), 브라운관(CRT) 등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기 시작했다.

2010년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내부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중국 LCD 홍수 속 OLED로 불황 탈출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삼성전자 LCD사업부가 분리돼 나온 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S-LCD까지 3개 법인이 합병해 탄생했다. 삼성전자는 LCD사업부를 분할할 당시 이 목적에 대해 LCD 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때는 이미 중국발 LCD 공급과잉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삼성은 2000년대 들어 삼성SDI를 통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에는 응답속도가 빠르면서 선명도가 뛰어난 OLED가 제격이라고 본 것이다.

2007년 전세계의 이목은 아이폰에 쏠려있었다. 애플이 아이폰을 최초로 내놓자 '파격'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삼성의 OLED 패널 사업은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로 '갤럭시S'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오랜기간 투자의 결실을 맺게 된다. 2010년부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갤럭시S 시리즈와 아이폰이 이끌게 된 것이다.

갤럭시S가 출시되기 직전해인 2009년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은 업계 최대 크기의 아몰레드(AMOLED) 화면과 강력한 멀티미디어 기능으로 스마트폰에서 '보는 폰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 사진=삼성전자 제공
2010년 삼성전자는 말그대로 4인치 OLED 패널을 탑재한 갤럭시S를 출시했다. 같은해 나온 아이폰4의 패널은 3.5인치 LCD였다. 삼성이 애플 아이폰과의 혁신 경쟁에서 앞서가게 된 전환점이었다.

하드웨어 경쟁력에서 뒤진 애플은 2017년에 이르러서야 '아이폰X'를 시작으로 매년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아이폰에 넣기 시작했다. 아이폰에 OLED를 첫 공급한 2017년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34조2932억원, 영업이익 5조268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의 OLED 사업은 중국발 LCD 홍수 속에서도 위기를 견뎌내는 동력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애플 아이폰의 OLED 채택 이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도 OLED 패널을 공격적으로 넣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올해 OLED 패널을 적용한 스마트폰 비중은 전체 중 35.6%를 기록해 전년대비 4.6%포인트(p) 늘어날 전망이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최근 스마트폰의 제조원가 절감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지만 결국 어느 제조사의 어떤 모델에 디스플레이를 납품하느냐가 업계 점유율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2000년대에는 삼성의 LCD 사업 또한 장기간의 반도체 불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버팀목 역할을 했다. 2006년 상반기 우리나라 LCD 수출액은 메모리반도체 수출규모를 4억달러나 앞지르기도 했다. D램 가격이 폭락하던 반도체 암흑기에 LCD, CRT 등 디스플레이 사업이 삼성에 빛을 쪼였다.

QD디스플레이·QNED로 다시 초격차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퀀텀닷 나노 LED(QNED) 등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BOE가 2017년 LCD 점유율 세계 1위로 올라온데 이어 OLED 분야에서도 삼성, LG를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OLED 분야에서 비전옥스, 티안마 등 후발주자의 추격도 거세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BOE, CSOT, 비전옥스, 티안마 등 주요 기업의 OLED 신규 팹에 각 22~32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패널 사업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략 10년을 주기로 기술이 교체된다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속설이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기업이 진입을 빨리할수록 우리나라 기업이 신기술에서 이익을 내는 기간은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이미 LCD 영역에서 중국에 완전히 추격 당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내 LCD 사업을 종료한다. 1991년 LCD 사업을 시작한지 약 30년만이다. 대신 QD디스플레이, QNED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특히 업계는 QD디스플레이보다 QNED의 기술 진전에 의미를 더 두는 분위기다. QNED는 나노 LED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블루 OLED를 발광원으로 하는 QD디스플레이보다 진화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삼성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서 QNED에 대한 비중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QNED 디스플레이는 2021년 양산 기술 확보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삼성이 지난 10년간 중소형 OLED 시장을 장악한 것에서 나아가 또 다른 초격차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중국 기업은 품질이 떨어져도 낮은 가격을 내세워 OLED 공급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과거 LCD의 경우처럼 우리나라 기업은 OLED에서도 가격인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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