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계파 패권주의 극에 달해 호남의 정치개혁 열망 읽지 못했다"

"친노의 패권 내려놓기 어려워..'뉴DJ' 모아 광주에서 새정치와 경쟁 구도"

" '호남 자민련' 만들 생각 추호도 없다...만든다면 '전국적 개혁정당' 추진"

천정배 의원은 "호남 개혁 정치를 부활시키기 위해 능력 있고 참신한 뉴DJ들을 끌어모아 내년 총선 때 새정치민주연합과 경쟁 구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진=이규연 기자
[인터뷰= 염영남 데일리한국 편집국장 mount3232@naver.com / 정리= 조옥희 기자] 4월29일 치러진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천정배 의원은 11일 "호남 개혁 정치를 부활시키기 위해 능력 있고 참신한 뉴DJ들을 끌어모아 내년 총선 때 새정치민주연합과 경쟁 구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당장 호남 신당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2년 뒤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기 위해 호남 개혁세력을 모으겠다” 면서 이같이 말했다. 천 의원은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의 재보선 참패에 대해 “당내 계파 패권주의가 극에 달해 호남의 정치개혁 열망을 읽지 못한 탓”이라면서 “이대로는 쇄신은커녕 변화에 대한 신뢰를 갖기 힘들다고 생각해 새정치연합에 충격파를 주고자 했다”며 탈당과 호남 중심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이유도 설명했다.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선거 패인과 관련, "계파·패거리·기득권 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어떤 의지도 방법도 없이 이대로 그냥 다음 대선으로 간다는 안이한 생각만 한 것이 또 한번의 실패를 가져왔다"고 규정한 뒤 "그런데도 지금 당내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친노들의) 패권 내려놓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새정치연합의 쇄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음은 천 의원과의 일문일답.

천 의원은 "이대로는 쇄신은커녕 변화에 대한 신뢰를 갖기 힘들고 도저히 안 된다고 생각해 민심을 기반으로 새정치연합에 충격파를 주고자 했다"며 탈당과 호남 중심의 정치세력화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이규연 기자

-새정치연합의 4·29 재보선 참패 원인을 두고 당 지도부의 공천 실패란 지적이 많다.

"인천을 제외한 세 곳은 새정치연합이 이길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더구나 성완종 리스트까지 겹치면서 절대적으로 야당에 유리한 조건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의 공천은 국민의 눈에 마치 '그들만의 리그'에서 후보가 선택된 것처럼 비쳤다. 광주 서구을의 경우 참신한 인사가 공천을 받았다면 내가 나올 명분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은 공천 시스템 개선 노력도 하지 않았고, 광주 시민의 바람도 반영하지 않았다. 그저 계파 패권주의 내에서 지역위원장이었던 사람들에게 공천을 줬다. 서울 관악을도 친노가 아니라 새 인물이 공천됐다면 정동영 전 의원이 나서기 어려웠다. 성남 중원도 손학규 전 대표 등 무게감 있는 후보가 나갔으면 당선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는 그런 고민 없이 안이한 원칙에 따라 경선을 치러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그렇다고 '전략 공천'을 했다면 공정성 시비가 일 수도 있었는데.

"내가 당선된 건 내가 잘한 게 아니다. 야당에 대해 막대기만 세워도 밀어주는 기존의 행동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광주의 분위기가 확고했던 것이 나를 당선시킨 것이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그 민심을 헤아리지 못했다. 기득권에 취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경선을 하더라도 광주 민심을 청취하는 방법을 도입하거나, 가령 TV토론 같은 걸 해서 후보자 간 자질을 검증하는 절차 등을 도입했어야 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이같은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계파에게 유리한 원칙을 적용해 공천했다."

-야당은 이번뿐 아니라 지난해 7·30 재보선과 2012년 총선·대선에서도 패배했다. 획기적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그간 새정치연합은 '포스트DJ'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국민의 개혁정치 열망을 전혀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에서 계속 진 것이다. 그런데 선거에서 질 때마다 '말만의 쇄신'이 반복됐다. 지도부가 물러나면서 쇄신, 환골탈태란 말이 나오고 비상대책위 출범 등이 반복됐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모 교수는 ‘야당이 위기를 느끼는 것은 딱 2주간’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번에 문 대표의 행보도 데자뷰가 아닌가. 지난 19대 총선 때 최대 호기였는데도 졌다. 공천이 문제였다. 지난 대선도 이명박정부에 대한 여론은 나빴지만 선거는 졌다. 그 이후 왜 졌는지에 대한 성찰과 반성도 없고 책임도 안 졌다. 지난해 7·30 재보선만 봐도 그렇다. 명백한 공천 실패로 진 뒤 각 계파 수장들로 비대위가 구성됐다. 그때 계파 수장들이 쇄신을 결정하면 됐다. 하지만 전혀 쇄신이 이뤄진 게 없다. 이번 당 대표 선거도 선거 자체는 치열했지만 어떤 쇄신책도 없었다. 문 대표 체제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찾아가고 '경제·안보 정당'을 내세우는 식의 노력은 있었지만, 그건 대선후보로서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행위에 불과했다. 계파·패거리·기득권 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어떤 의지도 보이지 못했다. 이대로 그냥 다음 대선을 향해 간다는 안이한 생각만 한 것이었고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도 실패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 등 친노진영이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는 자기 혁신에 나선다면.

"내가 탈당한 데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대의가 있었다. 도저히 당내에서는 개선 여지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경제계에서 자주 쓰는 ‘개방을 통해 외부 충격으로 내부 개혁을 추진한다’는 말처럼 나는 외부 충격을 준 것이다. 민심을 기반으로 쇄신을 촉발하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이번 당선으로 다소 기여했다고 본다. 그래도 솔직히 새정치연합은 안 변할 것 같다. (친노들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쇄신·개혁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강력한 친노 패권주의가 당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문 대표는 계파 수장이자 대선주자 지지도 1위로 파워맨이다. 당의 어려움에 큰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비노나 86세대 등 다른 계파들이 친노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계파 패권주의 구조 자체를 청산시켜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는 강력한 물갈이가 있어야 할 것이다. 친노든 비노든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꼼꼼히 따져서 다 갈아야 한다.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면서 특정 계파를 몰아내고 다른 특정 계파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천 의원은 "호남 신당론은 좀 황당하다"며 "아직까지 당 만들기는 여력이 없으나 만약에 만든다면 전국적 개혁정당을 만들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규연 기자

-천 의원 개인 이야기를 해보자. '호남 개혁정치 부활'을 선언하면서 '뉴DJ'들을 끌어모으겠다고 했는데.

"이번 광주 민심은 '새정치연합으로는 안되겠다'는 것이었고, 동시에 광주 정치도 '이대로는 안된다'였다. 이대로는 호남이 구조적으로 계속 낙후되고 수도권이나 타 지역과의 격차는 더 심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했다. 절박한 생존의 문제인데 이를 해결할 정치력이 호남에는 전혀 없었다. 실제 호남에서 유력한 대권주자가 한 명도 없는 것도 그렇다. 야당 내에서조차 호남 의원들의 입지도 약화됐다. 호남 최고위원도 주승용 의원뿐인데 주 최고위원마저도 사퇴한다고 한다. 이는 그간 호남 정치인들이 기득권에 취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호남 의원들이 뭐가 아쉬워 민심을 들으려 노력했겠는가, 그저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호남 개혁 정치를 부활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내년 총선에서 뉴DJ들을 모아 광주 전역에서 새정치연합과 경쟁구도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뉴DJ는 유능하고 참신하고 개혁적이고 시민과 국민을 섬기는 인사를 의미한다. 이들 중 DJ를 이을 만한 인재를 키우자는 것이고, 이들을 세력화하겠다는 것이다."

-호남발 신당인 '호남 자민련'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는데.

“호남 신당론은 좀 황당하다. 나아가 '호남 자민련'을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직까지 당을 만들 여력이 없다. 신당 창당 문제는 지금 말할 계제가 아니다. 하지만 만약에 만든다면 '전국적 개혁 정당'을 만들 생각은 있다. 실제 광주 정치가 바뀌면 호남이 바뀌고 야당이 바뀌고 대한민국이 바뀐다. 그러나 호남 기득권을 지킨다는 건 만년 야당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호남 분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따라서 당을 만들 경우 명백한 개혁 정당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광주에서 야당 후보라면 무조건 뽑아야 한다는 상황을 탈피하자는 것이다. 이는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면 됐지 손해가 아니다. 광주는 야권 분열의 위험이 없다. 타 지역에서 제3정당을 만들면 야권 분열의 우려가 있지만 호남은 그럴 염려가 없다. 따라서 호남 개혁세력을 모아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가자는 것이다.”

-동교동계나 구 민주당계, 정동영 전 의원, 정의당 등과의 연대 여부는.

“방침을 정하진 않았으나 결국 개혁과 통합으로 가야 한다. 순혈주의적으로 개혁세력 아니면 안 된다는 건 아니다. 개혁과 통합이라는 중심이 선다면 개방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과 조화롭게 가고 현실적인 고려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당선되는 과정에서도 기존 정치를 오래했고 인지도가 높은 부분들이 기여했다. 이번에 광주에서 재야민주화운동 하셨던 분들이 나를 개혁 후보로 추천했다. 이 분들에겐 내가 성에 안찼겠지만 이번엔 당선 가능한 후보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고 한다. 손학규 전 대표와 나를 고려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가 내년 총선에서 좀 더 신선한 사람들을 내세우면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천 의원은 "대중의 힘, 민심이 천심이라는 점을 정확히 읽고 이에 부흥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이규연 기자

-뉴DJ를 끌어모은다고 해도 이념적 노선 정립은 필요할 텐데.

“새정치연합을 놓고 보면 어떤 이들은 더욱 좌로, 어떤 이들은 더욱 우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의 문제는 노선이 분명치 않은 것이 문제다. 따라서 내 이야기를 한다면 확고한 개혁과 온건한 진보의 노선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세력들과 당을 만든다면 온건 진보로 가면서 개혁은 확고하게 할 수 있다. 가령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국민의 부패 척결 요구엔 확고하고 강력하게 하고, 연금 확대 문제는 점진적이고 온건하게 하자는 것이다. 온건한 진보가 중심에 서면 검찰·재벌 개혁 등 공정한 시장경쟁 체제를 만드는 개혁도 중요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정의당이나 국민모임 등 진보색채가 강한 인사들의 뜻도 알고 개인적으로 존경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노선만 갖고는 차기 대선 승리가 어렵다. 나는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그렇게 해서 잘 가기를 바란 것인데, 생각처럼 안됐기 때문에 광주에서부터 확고한 개혁과 온건한 진보 노선을 지향하는 세력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뉴DJ 세력 규합은 언제쯤 시작되는가.

“사람은 많아서 모으기만 하면 된다. 다만 시기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광주 시민의 의식이 높아서 전망은 밝다. 가령 10년 뒤를 내다보면서 1년 동안 (뉴DJ 세력 규합 작업을) 착수만 해도 성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광주·전남 출신 인사 중에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다. 천 의원이 나설 생각이 있는가.

“대선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다음 정권을 찾아올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또 확고한 개혁과 온건하며 정의로운 통일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정권이 들어설 수 있게 하는 데 밀알이 되고자 한다. 내 능력만큼 기여할 것이다. 그간 원외 생활을 하면서 느낀 바가 크다. 의욕만 앞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대중의 힘, 민심이 천심이라는 점을 정확히 읽고 이에 부흥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천정배 의원 프로필
1954년 전남 신안 출생-목포고, 서울대 법대-사법고시 18회-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창립회원-15,16,17,18대 국회의원(경기 안산을)-열린우리당 원내대표-법무부장관-19대 국회의원(광주 서구을,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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