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기획-국가혁신과 통일 준비 ⑥]

"탈북민에게 물적 지원 측면으로만 접근하면 바람직하지 않아"

"3만명 탈북민, 자립·자활 못하면 징검다리 역할론은 무의미"

"선량한 다수 탈북민 위해 소수 탈북자단체의 탈법 용인 못해"

정옥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7일 데일리한국·주간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은 우리 사회의 그 누구 못지 않은 강인한 DNA를 가지고 있다"며 "그 DNA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정옥임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은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해 온정주의적으로 물적 지원만 중요시해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탈북민들이 자신들의 삶을 책임지고 자립할 수 있어야 통일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실에서 데일리한국·주간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들은 우리 사회의 그 누구 못지 않은 강인한 DNA를 가지고 있다"며 "그 DNA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탈북자들의 자활과 자립 실현을 위한 지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정 이사장은 "탈북자들이 북한에 보내는 송금액이 장마당의 촉발제가 된 것처럼 이들이 북한을 변화시키고, 소통하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며 "국내에 들어온 3만여명의 탈북민은 우리가 통일을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귀한 자원"이라고 말했다.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에 대해 정 이사장은 "탈북민에 대한 지원 때문에 역차별을 받는다는 여론도 심상찮다"면서 "차별과 편견 철폐라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통합이나 상호 이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이사장은 일부 탈북자단체들이 재단의 활동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재단이 탈북자단체 보조금 등과 관련된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시정하다 보니 일부 소수의 정치화된 탈북자단체장들이 그동안 누리던 혜택이 줄어든데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밝혔다.

- 남북하나재단의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가.

"북한이탈주민 지원재단으로서 북한이탈주민이 하나원 수료 후 처하게 될 전혀 이질적인 체제와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재단을 설립한 지 5년이 됐는데,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자리잡는 데에도 시간이 좀 걸렸다."

- 올해 재단의 핵심 키워드를 '통일을 일구는 자립'으로 정한 배경은.

"최근 북한이탈주민들과 관련해서 '통일의 징검다리 역할론'이 많이 부각되고 있다. 재단은 올해를 '통일을 일구는 착한(着韓) 자립의 원년'으로 삼고 북한이탈주민의 자립 실현을 위한 다양한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자립·자활을 해내지 못하면 징검다리 역할론은 무의미한 이야기다. 탈북민들이 자립할 수 있어야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취업난이 심각한 우리 사회 현실에서 교육·문화적 기반이 취약한 북한이탈주민이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 탈북민의 경우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배급 체제에 익숙해져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하는 것을 포기하고 사회보장제도의 틀 안에서 정부 지원만 바라며 극빈층으로 살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의 지원 일변도 방식에서 탈피해 동기 유발을 통해 잠재력과 역량을 키우고 자립을 독려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입국한 탈북민들은 이른바 '장마당 세대'로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도 일부 자본주의를 접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과거의 탈북민들보다는 자립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 통일 준비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탈북자 정책을 어떻게 펴야 하나.

"국내에 들어온 3만여명의 탈북민은 우리가 통일을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귀한 자원이다. 탈북자들이 북한에 보내는 송금액이 장마당의 촉발제가 된 것처럼 이들이 북한을 변화시키고 소통하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탈북민이 과거 북한에서 온 사람으로 남느냐, 미래 통일의 주역이 되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 북한이탈주민의 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북한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등 19곳에서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여 북한이탈주민 지원 사업에 관여하고 있으나, 실제 북한이탈주민들이 체감하는 만족도는 높지 않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복과 비효율을 제거하고 각종 지원의 실효성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정옥임 이사장은 "현재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등 19곳에서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북한이탈주민 지원 사업에 관여하고 있으나, 실제 만족도는 높지 않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복과 비효율을 제거하고 각종 지원의 실효성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자립을 위해서는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데, 탈북민의 일자리 구하기를 지원하는 방안은.

"북한이탈주민이 취업을 통해 안정적인 정착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재단은 중견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어 탈북민들이 일정 기간의 수습 기간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거나, 젊은이들에게는 취업 지원 바우처를 제공해 원하는 기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과거처럼 장학금을 무조건 주는 것이 아니라 취업과 연계된 전문대학이나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에 선별적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영농 분야나 창업 등 자영업을 통한 자립·자활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탈북민들 가운데 78%가 여성이고, 20대~40대가 70%정도 된다. 과거처럼 탈북민들에게 학벌의 옷을 입히는 정책만으론 지금의 초경쟁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 설문조사에 따르면 탈북민들이 정신 건강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들었다.

"그것은 탈북민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탈북 과정 중 중국에서 당하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인권 유린에 의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당한 상상 이상의 상처를 어루만져 치유하면서 이들이 정서적 안정과 자신감을 되찾게 도와주는 것이 정착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우리 사회에는 탈북민들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적지 않은데.

"미국과 같은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나라에서도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또 다른 이유들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는 경우가 있다. 차별과 편견 철폐라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통합이나 상호이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현재 정치권이나 언론에선 인도주의적인 인식만 갖고 피상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재단을 운영하면서 현장에서 접하고 느끼는 점은 다소 다르다. 탈북민들은 영구주택아파트를 제공받고, 탈북학생들은 장학금을 받기 때문에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양극화와 경기 불황으로 요즘 대한민국에는 북한이탈주민보다 훨씬 못사는 사람들이 더 많고, 학자금 대출을 6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가 된 대학생이 4만명이 넘는다. 이런데서 오는 역차별을 지적하고 반발하는 여론도 심상찮게 생겨나고 있다. 재단의 임직원들은 이런 동향에 대해 굉장히 주의 깊게 주목하고 있는데, 이미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들린다. 또 탈북 여성이 키우는 초등학생 자녀 중 50% 이상이 중국인 아버지를 두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직시하고 이제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 재단도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기관이다. 온정주의적으로 물적 지원만 중요시해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질적인 것에서 오는 만족은 그 문턱이 계속 올라가게 돼 있고, 그것을 다 채워줄 국가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무조건 지원만 받는 복지 정책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은 탈북민들도 원치 않는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누구 못지 않은 강인한 DNA를 가지고 있다. 그 DNA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주는 지원책이 되어야 한다."

- 일부 탈북자단체에서 재단의 활동에 대해 반발하는 경우도 있던데.

"재단이 탈북자단체 보조금과 관련된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시정하다 보니 일부 소수의 정치화된 탈북자단체장들이 그동안 누리던 혜택이 줄어들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단체들은 여태껏 사실상 특별한 기준이나 객관적 평가 없이 보조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국회 요구에 따라 심사위원의 50%를 탈북민로 바꾸고, 심사 과정에 재단은 손을 안대는 등 투명성이 한층 제고된 상황인데 오히려 일부 단체는 불만을 표출하며 재단을 흔들고 있다. 이런 탈법을 용인하면 '이렇게 하면 지원금이 나오는구나' 하고 학습효과가 생기게 되고, 다수의 다른 선량한 탈북자들이 혜택을 못받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 기관장으로서 양심과 소신을 갖고 반드시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다. 20여년 넘게 고쳐지지 않은 부분인데,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안된다."

■ 정옥임 이사장 프로필
성신여대부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 고려대 국제정치학 석사·박사학위 -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선문대 국제학부 교수 - 제18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북한이탈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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