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홍 GS건설 CEO. 사진=GS건설
허윤홍 GS건설 CEO. 사진=GS건설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지난해 GS건설의 경영 최일선에 나선 ‘GS그룹 오너가(家) 4세’ 허윤홍 대표(45)가 조직 쇄신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해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인해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동시에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젊은 리더십’이 해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최초 40대 CEO…다양한 현장 경험한 ‘소통형 리더’

1979년생인 허 대표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외아들이다. 서울 한영외국어고등학교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교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그는 GS칼텍스를 거쳐 2005년 GS건설에 입사했다. 이후 재무, 경영혁신, 플랜트사업, 신사업 등 회사의 여러 분야에 걸친 다양한 사업 및 경영관리 경험을 쌓아왔다. 본사뿐만 아니라 주택, 인프라, 해외플랜트 등 국내외 현장에서도 근무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GS그룹은 지난해 10월 당시 미래혁신대표직(사장)을 맡고 있던 그를 GS건설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로써 허 대표는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젊은 CEO’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허 대표는 전임 CEO 임병용 부회장과 성격부터 업무 스타일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전혀 다른 인물로 알려졌다. 검사 출신인 임 부회장이 ‘관리형 리더’라면, 허 대표는 현장에서 직원들과 소통해 온 ‘소통형 리더’로 꼽힌다.

실제로 허 대표는 취임 이후 현장 중심 경영 등으로 회사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최근에는 임직원 가족을 스키장에 초청하는가 하면 직원들과 함께 배구 경기를 관람하며 응원하는 등 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CEO 취임 이후 허 대표는 사내게시판 게시글을 통해 “경영진과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구성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사업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가 퇴근 후 임직원들과 배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GS건설 제공
허윤홍 GS건설 대표가 퇴근 후 임직원들과 배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GS건설 제공

◇경영 참여 후 프리패브·데이터센터 등 신사업 ‘드라이브’

GS건설은 지난해 13조436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기존 최대 매출인 2019년의 13조1416억원을 뛰어넘었다. 건축주택사업본부와 인프라사업본부, 신사업본부 등 모든 사업부문이 2022년보다 외형성장에 성공했는데, 특히 신사업본부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GS건설의 신사업 부문 매출액은 △2020년 6110억원 △2021년 7780억원 △2022년 1조250억원 △지난해 1조4140억원으로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허 대표는 지난 2019년 신사업추진실장 역임 시절 해외시장개발, 수처리사업, 모듈러사업 등 미래 전략사업 발굴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GS건설의 대표적인 신사업 부문 중 하나는 프리패브(Prefab)다. 프리패브(모듈러) 공법은 기둥, 보, 벽체 등의 기본 골조와 전기배선, 온돌, 현관문, 욕실 등 주택의 70~80%를 공장에서 제작한 후, 주택이 들어설 부지에서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방식이다.

GS건설은 지난 2020년 영국의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 ‘엘리먼츠’와 목조 모듈러 전문 회사 ‘단우드’를 동시에 인수하면서 유럽의 고층 철골과 저층 목조 모듈러 시장에 진출했다.

이와 함께 프리패브 기술 중 하나인 프리캐스트(PC)를 제조하는 ‘GPC’를 자회사 형태로 설립했다. GS건설은 지난 2021년 충북 음성군 내 약 15만㎡(4만5000평) 부지에 연간 10만㎥의 PC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했으며, 이후 대형 물류센터, 반도체 공장, 지하 주차장 등 다수의 현장에 PC를 납품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사업도 GS건설의 새 먹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GS건설은 최근 ‘에포크 안양 센터’를 준공하며, 데이터센터 개발부터 시공·운영까지 담당하는 디벨로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에포크 안양 센터 준공으로 GS건설은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閣) 춘천 △하나금융그룹 IDC 등 총 10건의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을 보유하게 됐다.

이외에도 GS건설이 2012년 인수한 스페인 수처리업체 GS이니마가 회사의 핵심 신사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에는 2차전지 배터리사업, UAM(도심항공교통)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왼쪽)가 신림~봉천 터널도로건설공사 현장에서 현장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GS건설
허윤홍 GS건설 대표(왼쪽)가 신림~봉천 터널도로건설공사 현장에서 현장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GS건설

◇회사의 ‘신뢰 회복’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

그렇다고 GS건설에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부실시공 사태로 벼랑 끝에 몰린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의 평판 재건은 허 대표가 풀어야할 시급한 과제다.

최근 국토부는 GS건설에 영업정지 8개월이라는 무거운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당시 직접적인 사고 발생 원인이 철근 누락으로 알려지며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는 ‘순살 자이’라는 최악의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실제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지난해 GS건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역대 최대 매출 달성과 동시에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GS건설은 인천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관련 보상금 등 일시적 비용 5524억원과 품질향상 및 안전점검활동 비용 등을 반영한 탓에 10년 만에 영업손실(3885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허 대표는 회사의 신뢰 회복에 방점을 두고 ‘현장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올해 첫 일정으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현장에서 진행된 시무식에서 “현장에 문제와 답이 있다”며 “현장 중심으로 조직 구조를 개편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젋은 피’ 수혈에 나선 것도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허 대표의 의지로 해석된다. 최근 GS건설은 기존 본부장급 조직장 20여명을 물갈이하는 동시에 신임 상무 17명 중 4명을 40대의 젊은 인사로 파격 기용해 세대교체의 물꼬를 텄다. 아울러 품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건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을 대거 임원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허 대표는 올해 무리하게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대신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신년사에서 “올해는 건설업의 기초와 내실을 강화해 재도약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중장기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허 대표의 젊은 리더십이 실추된 GS건설의 명예를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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