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선수. 사진=SK 와이번스 홈페이지
수없이 많은 투수를 상대해본 박용택(36·LG 트윈스)도 사석에서 만나면 '너 같은 투구 자세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르는 투수가 있다.

SK 와이번스의 박종훈(24)이다.

박종훈은 언더핸드스로 투수다. 그냥 언더핸드가 아니라 손이 거의 땅에 닿을 정도다. 타자들은 '생전 처음 보는' 투구 폼에 당황하게 마련이다.

상반신을 마운드와 평행하게 푹 숙인 채 마지막까지 손을 숨기고 던지는 바람에 타자들은 공이 날아오는 순간까지 구종 판단을 하기 어렵다.

박종훈은 원래 사이드암 투수였다. 그가 '유독 심한' 언더핸드 투수로 변신한 사연은 이렇다.

박종훈의 부모님은 전북 군산에서 세차장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어느 날 재미삼아 테니스공을 던지며 시간 때우기를 하고 있었다. 세차장 벽에 공을 세게 던져서 튕겨 나오면 받아서 다시 벽에 던지는 식이었다.

세차를 하러 온 손님 한 명이 그 모습을 봤다. 손님은 박종훈의 부모님에게 뭐라 뭐라 얘기하더니 영문도 모르는 박종훈을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갔다.

지금은 두산 베어스 선수가 돼 있는 국해성(26)의 아버지였다.

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박종훈은 "당시 해성이형은 중학교, 해성이형 동생은 초등학교 야구선수였거든요. 공 던지는 거 보고 제가 당신 둘째아들 학교에서 같이 운동하면 전력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종훈은 국해성의 동생이 다니던 군산중앙초로 옮겼다. 야구 인생 시작이었다. 야구의 기본부터 배우며 자연스레 사이드암 투수가 됐다.

박종훈이 진학한 군산중 야구부의 훈련은 눈물 나게 혹독했다. 박종훈은 트럭용 타이어를 등에 메고 마운드에 서서 공을 던지는 연습을 했다.

"너무 무겁고 힘들어서 계속 몸을 숙이게 됐어요. 등에 멘 타이어가 팔에 걸리적거려서 원래 자세대로 던질 수도 없었고요."

중학교 3년간 같은 방식의 훈련을 한 결과 타이어를 멘 채 그나마 던지기 편한 자세가 몸에 익어버렸다. 10년이 지나 베테랑 프로야구 타자들이 '생전 처음 보는 자세'가 그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무기가 된 투구 자세를 '의도치 않게' 갖게 해준 군산중 야구 감독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박종훈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에 선발 투수로 출장한다.

그가 두산 강타자들을 상대로 시즌 2승째를 챙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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