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중략)

내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꿈
간절한 기도 절실한 기도
신이여 허락하소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킬링 넘버 '지금 이 순간'의 노랫말 중 일부다. 아마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가슴 속에 울려 퍼지고 있는 노래도 바로 이 노래가 아닐까. 동료의 부상이 안타깝긴 하지만 지금 그걸 걱정해줄 처지가 아니다. 강정호에게 드디어 '지금 이 순간'이 찾아왔다. 노래 가사처럼 '이제 남은 건 승리뿐'이다.

기회는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피츠버그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PNC 파크에서 벌어진 2015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서 5-2로 승리했다.

주목할 상황은 6회 말이었다. 피츠버그가 3-2로 앞서던 무사 1루, 8번 유격수 조디 머서가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지만 선발 투수 맷 가자가 던진 공이 그대로 머서의 왼 가슴팍에 맞았다. 머서는 고통을 호소했고 곧바로 강정호와 교체됐다.

머서는 경기 후 X-레이 검사에서 다행히 골절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타박상이 심해 21일 시카고 컵스전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머서는 "그때는 정말 숨을 쉴 수 없었다. 그저 숨 쉬는 것을 노력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며 당시의 고통을 떠올리며 진저리를 쳤다.

피츠버그의 주전 유격수 머서가 당장 경기에 나오기 힘들다면 백업선수에게 기회가 가는 것은 당연지사.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도 "강정호가시카고 컵스전에서 선발 출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제 강정호는 21일 시카고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3일 밀워키전 7번 3루수 선발 출전 이후 거의 일주일만에 찾아온 홈구장 첫 선발이다.

강정호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지난 일주일간 고작 세 차례 대타로 나선 것이 기회의 전부였다. 이에 현지에서는 "차라리 강정호를 마이너리그로 보내 좀 더 미국야구에 적응하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정도였다. 이 같은 의견이 계속 제기되자 닐 헌팅턴 단장은 "아직 논의하긴 이르다"며 믿음을 주는 모양새지만 분명 강정호에게 좋지는 않다.

누가 뭐래도 마이너리그보다는 메어지리그 잔류가 낫기 때문에 강정호로서는 메이저리그 잔류를 위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그 보여주는 것의 '정수'는 단연 선발출전에서 맹활약하는 것이다.

아직 피츠버그 야수진은 타선이 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야진은 심각하다. 1번 3루수 조시 해리슨(타율 0.233), 4번 2루수 닐 워커(타율 0.238), 8번 유격수 조디 머서(타율 0.200)같은 핵심 멤버들이 출루율 3할, 타율 2할 5푼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강정호도 10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만족스럽진 못하다. 그러나 이때 선발 출전해서 타격에서 맹타를 휘두른다면 감독이나 단장 모두 강정호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적당한 수비에 한 경기 1안타 1볼넷 정도의 준수한 타격을 해준다면 굳이 타박상으로 힘들어하는 주전 유격수 머서의 출전을 강행할 필요는 없다. 피츠버그 입장에서는 잘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면서 기존 주전 선수의 완벽한 몸상태를 만들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차버릴리 없다.

일단 찾아온 기회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당장은 주전 등극이 힘들지라도 만약 머서가 부상 회복 후 타격 부진이 올 때 첫 번째 옵션은 단연 강정호가 될 것이다.

쉽지 않다. 이때까지 대타로만 나가다 갑자기 선발로 나가면 처음엔 얼떨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불평하거나 힘들어할 수는 없다. 드디어 찾아온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해 강정호는 자신의 야구인생 모든 것을 내걸어야한다.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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