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드래프트에서 부산 상무의 지명은 받은 최유리(왼쪽)와 전한솔. 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DB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여자축구계에서 실업축구팀의 지명은 계속해서 급여를 받으며 축구선수로써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기쁜 일이다. 하지만 지명 후 강제적으로 군입대를 해야 한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4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는 '한국여자실업축구단 2015 WK리그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가 열렸다.

이날 드래프트를 통해 51명의 지원자 중 27명이 학교를 벗어나 당당한 사회인으로 '취업'을 하게 됐다. 하지만 부상 상무의 지명을 받은 4명의 선수(1차지명 최유리, 4차지명 전한솔, 5차지명 황연정, 7차지명 이소연)는 이제 '민간인이 아닌 군인'이 됐다.

바로 상무팀의 특수성 때문. 선수 전원이 군인으로 구성된 상무는 WK리그에서 신인선수가 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 선수를 의무적으로 군대를 보낸다. 부산상무에 지명 받은 여자 축구 선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약 4개월간 군 훈련 뒤 부사관 임명을 받고 WK리그에 참가하게 된다. 이들이 군인으로 복무해야 하는 기간은 3년이다.

졸지에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 올해 지명 받은 이들은 무조건 군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 만약 지명을 거부하면 국내무대에서 뛸 수 없다. 더 이상 축구선수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기에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상상키 힘든 일이다.

물론 이날 4차지명을 받고 환히 웃은 전한솔과 같이 어릴 때부터 '군인'이 목표인 여자선수는 상무의 지명이 반가울 수 있다. 전한솔은 "고등학교때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다. 상무의 지명을 받아 너무 기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꾸준히 이 팀에서 활약하며 3년 후 재계약도 받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상무에서 코치까지도 하고 싶다"며 "드래프트 전날밤 어머니께서 일명 '바리깡'으로 제 머리가 밀리는 꿈을 꾸셨다고 했는데 그게 현실로 됐다"며 즐겁게 웃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여자 선수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군입대는 '악몽'과도 같다. 이날 상무로부터 1차 지명을 받은 최유리는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많이 놀라고 안 좋았다. 가장 안 좋게 생각하는 건 역시 군사훈련 때문이다"고 털어놨다.

이어 "상무의 지명을 받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아무 생각이 없다보니 뽑힌 것 같다"면서 "사실 처음 지명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났다. 많이는 아니지만 울었다. 학교(울산 과학대) 선수들과 함께 지명 소식을 듣고 있었는데 제 지명 소식이 들리자 선수들이 축하해줬지만 제가 우는걸 보고 다들 숙연해졌다"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군인에 대해 생각이 없는 20대 초반의 꽃다운 여자 선수들에게는 군입대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남자는 병역의무가 존재하지만 여자는 이에 자유로웠다. 하지만 축구 선수들에게는 남자와 다를 바 없는 병역의무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상무 선수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한 관계자는 "개인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역시 약 4개월간 군사훈련을 받아야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라며 "축구와 관련된 운동이 아닌 군사훈련만 4개월간 받는 것은 선수 본인에게도 경기력 문제에서 클 것이다. 물론 머리를 정리한다거나 군인신분으로 살아간다는 것 역시 꺼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 실은 최근 5년간 부산 상무팀에 지명된 여자 축구 선수 중 75%인 18명이 축구단을 나간 것으로 발표했다. 그만큼 꾸준히 선수단 구성의 변화가 심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원치 않는 선수들의 강제 군입대에 대한 해결책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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