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2시 일반인에 공개

경주 황남동 120호분과 그 주변의 유구 분포 현황(파란색(삼국시대), 녹색(통일신라시대), 노란색(고려~근대).
[경주(경북)=데일리한국 전옥표 기자] 경상북도 경주시 대릉원 일원(사적 제512호)에 있는 황남동 120호 신라고분에서 유적 복원·정비 작업중에 금동 신발과 허리띠 장식용 은판, 말갖춤 장식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돼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이들 유물들이 1977년 경주 인왕동 고분군 조사 이후 43년 만에 출토된 신라 고분 유물이라는 점을 감안, 27일 오후 2시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현장 공개키로 했다.

경주 대릉원 일원(사적 제512호) 내에 위치한 황남동 120호분은 일제강점기에 번호가 부여됐으나 민가 조성 등으로 훼손되면서 고분의 존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2018년 5월부터 120호분의 잔존 유무와 범위 등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해 왔다. 2019년 120호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120호분의 북쪽에 위치한 120-1호분과 120호분의 남쪽에 위치한 120-2호분을 추가로 확인됐다.

발굴조사 결과, 120호분 봉분은 양호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사토(화강암이 풍화해 생긴 모래)를 사용해 북서-남동 26.1m, 북동-남서 23.6m 규모로 봉분을 축조했는데, 경주의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 가운데 마사토로 봉분을 축조한 사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0-1호분과 120-2호분은 120호분의 봉분 일부를 파내고 조성돼 있어 120호분보다 후대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120-1호분에서는 쇠솥과 유리구슬, 토기류가 출토됐다. 120-2호분의 매장주체부에서는 대체로 5세기 후반~6세기 전반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15일에는 120-2호분에 묻힌 피장자 발치에서 금동 신발(飾履) 한 쌍을 확인했다. 신발은 표면에 'T'자 모양의 무늬가 뚫려 있고, 둥근 모양의 금동 달개(瓔珞, 영락)가 달려 있다.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금동 신발이 출토된 적이 있으며, 경주의 신라 고분에서 신발이 출토된 것은 1977년 경주 인왕동 고분군 조사 이후 이번이 43년 만의 일이다. 지금까지 신라 무덤에서 출토된 신발은 실생활에 사용하던 것이 아니라 죽은 이를 장사 지내어 보내는 의례(葬送 儀禮·장송 의례)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피장자의 다리 부분에서는 허리띠 장식에 사용된 은판(銀板)이, 머리 부분에서는 신발에 달린 것처럼 여러 점의 금동 달개가 겉으로 드러나 있는 것도 확인됐다. 앞으로의 발굴조사는 이 달개가 머리에 쓰는 관(冠)이나 관 꾸미개(冠飾, 관식)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다.

부장칸에서는 금동 말안장(鞍橋·안교)과 금동 말띠꾸미개(雲珠·운주)를 비롯한 각종 말갖춤(馬具·마구) 장식, 청동 다리미, 쇠솥, 다양한 토기류 등이 출토됐다.

발굴조사단은 앞으로 120-1·2호분의 조사를 완료한 후 아직 내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120호분의 매장주체부도 본격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120호분은 120-1·2호분에 비해 봉분의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현재까지 출토된 유물보다 위계가 더 높은 유물이 출토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조사단 측 설명이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준수하기 위해 27일 현장 설명회는 언론 공개(오전 11시)와 일반인 대상 공개(오후 2시)로 나눠 진행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