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자치단체장, 교육감 따라 교육정책 수시로 변화
혼란 겪는 학생·학부모만 '정치적 희생양'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새벽반 모집'. 최근 경기도 분당이나 일산 학원가에 가면 이런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쉽게 볼 수 있다. 학원가 차량에 '수학 새벽반 7:00~8:30 모집 중'이라는 플래카드가 부착된 풍경도 눈에 띈다. 지난 9월부터 경기도 내 일선학교들이 '9시 등교'를 본격적으로 시행함에 따라 학원들은 새벽반을 개설하는 등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맞벌이 학부모들은 학원 새벽반을 기웃거리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원 새벽반 금지 조례'를 제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으로 단속하기는 어렵다.

경기도 지역 학부모들이 주로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9시 등교'를 놓고 뜨거운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한 회원은 "맞벌이 부부로서 먼저 출근하고 나면 아이가 나중에 깨어났는지, 학교에 잘 갔는지 알 수 없어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회원은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으므로 새벽반 학원이 있다면 보낼 의향"이라며 "학생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등교 시간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더 일찍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반면 '9시 등교'에 찬성하는 회원은 "아이가 잠을 푹 자고 등교할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면서 "학교에 일찍 나가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아침 프로그램을 잘 준비해주면 된다"고 반박했다.

경기도에 이어 서울시도 내년에 본격적으로 '9시 등교'를 시행한다고 밝힘에 따라 상당수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폐지' 등 굵직한 교육정책 변화와 함께 이같은 뉴스를 접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더욱 예민하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지난 7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자사고'에 칼을 빼들었다. 이미 지난달 31일 지정취소 대상이었던 여덟 곳의 자사고 중 여섯 곳(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은 지정취소됐다.

하지만 지정취소된 자사고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해당 학교들은 이 같은 지정취소는 위법이라며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진보 교육감들은 '수평적 다양화 교육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정부 때 활성화된 자사고뿐 아니라 마이스터고 등에도 손을 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정권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자사고 폐지에 이어 마이스터고에 대한 지원을 일반학교로 돌려 직업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진 교육 정책과 입시 제도 때문에 극심한 혼란을 겪어 왔다. 지고지선한 교육 정책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교육 정책과 입시 제도가 최소한 십수년은 가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 교육 정책은 정권마다 바뀌어 '5년소계'가 돼왔다. 하지만 이제는 지방의 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만 바뀌어도 정책이 180도 뒤바뀌고 있다. 중앙정부가 교체되거나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교육감이 교체되는 주기를 감안하면 2, 3년에 한 번씩 교육 정책이 변하게 되는 셈이다. 자칫 교육·입시 정책이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칠 수 있다. 그러면 혼란을 겪고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학생들과 학부모를 '정치 희생양'으로 만드는 '롤러코스터 교육 정책'이 되지 않도록 대통령과 자치단체장, 교육감이 교육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한다. 자사고 지정 철회에 반대하는 한 학부모가 "정권이 바뀌거나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변하는데, 부모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나왔다"고 말한 게 계속 귓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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