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안구 내부의 압력, 즉 안압이나 혈류의 이상으로 눈과 머리를 이어주는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으로 불리며 악화될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한국인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녹내장은 ‘정상안압녹내장’이다. 정상안압녹내장은 평생에 걸친 실명 가능성이 5% 내외다. 얼핏 보기엔 적은 수치로 느껴질 수 있지만 질환의 발견 시기, 진행 정도, 녹내장의 종류, 치료 병행 여부 등에 따라 실명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30대 이상 정기 안과 검진 필요, 녹내장 조기 진단 및 관리로 시신경세포 유지해야

녹내장은 40세 이상 한국인의 4% 정도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하다. 그리고 그 중 70% 정도는 정상안압 범위(10~21mmHg)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안압 검사만으로는 녹내장을 진단하기 어렵다. 정상안압녹내장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건강검진에서 발견되거나 라식 수술 등을 받으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3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1년에 한 번은 안과 검진이나 안과 전문의료진의 진료를 통해 녹내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녹내장 전문 클리닉에서 정밀검사를 받으면 녹내장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30대 이상에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권고하는 것은 젊은 나이에 녹내장을 발견하면 실명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100만~150만 개의 시신경세포를 갖고 태어난다. 그리고 매년 2,000개 정도의 시신경을 소실하며 살아간다. 일찍 녹내장을 발견하고 치료해 시신경세포를 많이 보존하면 나이가 들어도 남은 시신경세포가 충분해 실명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녹내장 여부를 모르고 치료 없이 녹내장을 방치할 경우 노년기에 남아 있는 시신경세포가 부족해 실명 가능성이 커진다. 젊을 때 열심히 치료하며 보호한 시신경이 노년기 좋은 시력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다. 녹내장의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환자에 맞는 치료법 제시할 녹내장 전문의의 경험과 판단이 중요

녹내장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평생에 걸친 철저한 관리와 치료가 실명을 방지하는 최선이다. 녹내장의 치료는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데 크게 약물 요법, 레이저 치료, 수술적 처치로 나눌 수 있다.

약물 치료는 안약을 사용해 눈 속의 압력을 떨어뜨려 시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녹내장은 장기간 약물 치료를 요하는데 초기 녹내장 환자의 경우 우선 한 가지 약제를 사용해 치료를 시작한다. 녹내장이 심한 경우 두 가지 이상의 약제를 병합해 사용한다.

최근에는 무보존제 안압약이 개발되면서 보존제가 들어 있는 기존 약물에 비해 충혈, 자극감, 건성안, 안구표면 손상 등의 부작용이 많이 개선됐다. 또 단순 안압 하강 효과가 있는 약제에서 안혈류를 증가시키는 약물까지 약물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안압이 불안정하거나, 약제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선택적레이저섬유주성형술(SLT)이라고 하는 레이저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SLT는 안압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되는 시술로 국내에서도 이미 연간 수천 례 이상 시술되고 있다.

이 방법은 10분 내외의 비교적 짧은 시간 내 시행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많은 수의 환자에서 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증명했다. 추후 재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SLT는 모든 녹내장 환자에 적용 가능한 치료 방법은 아니다.

수술적 치료도 많이 발전했다. 녹내장 수술은 안구 내부에서 바깥으로 안압 조절 통로를 만들어 안압 조절에 도움을 주는 형태로 진행한다. 섬유주절제술이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며 기존 수술법을 개량해 눈 안에 초소형 스텐트를 삽입하는 방법 등도 개발, 이미 국내에 도입되어 시행 중이다. 섬유주절제술 성적이 나쁠 것이라 판단되는 일부 녹내장에서는 크기가 큰 방수유출 장치를 삽입하기도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 치료, 레이저 치료, 수술적 방법에서의 선택지가 다양해짐에 따라 적절한 판단과 진단의 중요성이 커졌다. 따라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제시할 녹내장 전문의의 경험과 전문성 역시 더 중요해지고 있다.

녹내장 환자, 일상 속 생활관리에 집중해야, 평생 같이할 주치의 선택이 중요

녹내장 관리는 담당 안과전문의와 환자 사이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평생 관리 및 치료해야 하므로 섬세하게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고 치료할 의사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한편, 환자도 일상 속에서 녹내장 생활관리에 노력을 쏟아야 한다.

센트럴서울안과 녹내장전문의 김미진 원장은 “녹내장은 환자에게 필요한 순간에 명확한 진단과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담당 주치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녹내장은 평생 관리하는 질환으로 환자와 주치의의 파트너십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학 병원 등도 좋지만 필요할 때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녹내장 전문 클리닉과 녹내장 전문의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조기 진단, 주치의 판단 아래 최신 약제와 기술을 이용한 적극적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 스스로 질환을 관리하려는 꾸준한 노력과 의지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주치의의 진료를 따르며 환자 스스로 생활습관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며 “일상 속에서 금연, 금주하고 과도한 카페인 섭취를 자제하며 안압을 높일 수 있는 습관을 멀리 하고, 유산소 운동을 하는 등의 노력이 녹내장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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