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행 트렌드 ①]
자유여행·힐링 트렌드·미디어 영향 등으로 해외여행 지역 다양해져
'꽃보다' 매력적인 크로아티아·대만 가오슝, 베트남 다낭 등 급부상
한국인 많이 찾는 곳… 일본 도쿄·오사카, 중국 장가계, 홍콩, 동남아 등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로 유명세를 탄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사진=인터파크투어 제공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임미령(48) 씨는 이달 대학생 자녀의 도움을 받아 남편과 함께 일본으로 '자유여행'(여행 루트나 기간, 현지 숙소 선택 등을 여행자 스스로 결정하는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임 씨는 “자유여행은 젊은 학생들이나 가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중년 연예인들이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니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일단 좀 더 익숙한 일본 여행을 다녀온 뒤에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 나온 크로아티아 관광에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국민은 1,600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여행 자유화 시대가 열린 25년 동안 여행객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모양새다. 해외여행객들이 늘어난 만큼 여행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성인남녀 1,000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해외여행 형태에서 ‘개별 자유여행’이 36.3%로 ‘패키지여행(28.4%)’을 웃돌았다. 트렌드(흐름, 경향)가 이렇다보니 가이드가 정해진 코스대로 여행객들을 통솔하는 패키지여행 상품을 주로 취급하던 여행사들도 최근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여행하되 해당 지역의 항공편, 호텔이나 렌트카 서비스 등을 묶어 제공하는 자유여행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자유여행, 나홀로 여행 등 새로운 여행 형태가 늘어나면서 한국인들이 찾는 여행지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부터 인기 있던 지역을 방문하는 이들도 있지만, ‘힐링’이나 ‘색다른 경험’을 목적으로 여행지를 선택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다만 전통적인 인기 지역이나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지역을 찾을 경우 발을 디디는 곳마다 한국인을 자주 만날 수 있어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고 싶었던 여행객들이라면 아쉬울 수 있다. 실제 최근 일본 오사카를 다녀왔다는 김모 씨(28)는 “한국인들이 많아 여행지에서의 두려움은 적었지만, 내가 있는 곳이 한국인지 일본인지 헷갈리더라”고 말했다.

'방송' '힐링'이 최근 뜨는 여행지 키워드

최근에는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시리즈 등 미디어의 영향과 보다 독특한 추억 찾기에 목마른 여행객들의 수요로 인해 새로운 여행지들이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인터파크투어가 2013년 대비 지난해 방문객 수가 급증한 곳을 조사한 결과,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가 308%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지역으로 집계됐다. 대만 또한 짧은 비행 시간과 저렴한 물가로 지난해부터 꾸준한 인기 고공행진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가오슝 방문객은 LCC(Low Cost Carrier, 저가 항공사) 신규 취항으로 261% 증가했고, 타이페이 방문객도 201% 방문객이 증가했다. 일본에서는 기존 인기 지역인 도쿄, 오사카 외에 나가사키(260% 성장), 오키나와(144% 성장), 타카마츠(91% 성장) 가 신규 여행지로 주목 받고 있다. 오키나와는 공중파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떴다’와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등 최근 방송에서 꾸준히 노출돼 인기를 끌었다.

또 다른 급부상 여행지로 주목할 만한 곳은 신규 휴양지에 목말랐던 여행객들에게 베트남 속 하와이로 알려지기 시작한 다낭(138% 성장)과 나트랑(161% 성장)이 있고, 러시아 비자 면제로 전년 대비 139% 방문객이 증가한 상트페테르부르크도 꼽을 수 있다. 이 밖에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 등장한 페루의 리마, 라오스 방비엥 등도 새롭게 떠오르는 여행지다.

▣ 최근 여행객 급증한 해외 관광지(인터파크투어 집계 등 기준)

▲ ‘꽃보다 누나’ 따라…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1위)

크로아티아는 tvN 예능 ‘꽃보다 누나’의 배경지로 등장하면서 지난해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여행지다. 크로아티아 관광부는 지난 2013년만 해도 7만 5,000명 수준이던 한국 관광객이 지난해 3배 이상인 24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시 곳곳 호텔에서는 크로아티아인들이 한국어로 간단한 인사를 전하는 풍경이 생겨났다. 심지어는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모토분이라는 작은 마을에도 한국어 간판이 등장했다. 모토분은 미야자키 하야오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의 만화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의 배경으로 일본인들에게 이름이 많이 알려진 곳이다.

최근 크로아티아 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꽃보다 누나'에 등장했던 두브로브니크다. 두보르브니크에는 오노프리오 분수, 프란시스코 수도원 등 주요 관광지가 밀집된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이 있어서 중세의 동유럽을 느껴보기에 적합하다. 또한 초록빛 푸른 바다인 아드리안 해변과 해안가 마을인 ‘바빈쿡 지구’, ‘라파드 지구’를 방문하면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꽃보다 할배’의 새로운 여행지로 방영된 그리스 아테네도 유럽 지역에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그리스 고대 유적지이자 인류 문명의 위대한 유산으로 평가 받고 있는 ‘아크로폴리스’와 아테네인들이 아테네의 수호여신 아테나 파르테노스에게 바친 ‘파르테논 신전’ 등이 여행객들의 관심이 높은 관광지다.

대만 가오슝항.

▲ 대만의 남쪽 항구 도시, 가오슝 (2위)

수출입 물동량 세계 4위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인 대만 가오슝은 가까운 거리와 비교적 저렴한 물가, 저가항공 신규 취항 등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여행지다. ‘꽃보다 할배’ 대만편이 방영된 영향도 컸다. 주요 관광지로는 등불축제나 드래곤 보트축제의 주 무대로 더 잘 알려진 ‘아이허허삔공원’과 공자의 청동 부조가 있는 대만에서 가장 큰 유교사원 ‘공자묘’, 저수지에 거대한 탑과 건축물을 세워 인위적으로 조성한 ‘리엔츠탄 풍경구’, 용의 입으로 들어가 호랑이 입으로 나오면 행운이 온다는 설이 있는 ‘용호탑’ 등이 있다.

▲ '동양의 하와이', 베트남 나트랑과 다낭 (5위, 9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휴양지’에 뽑힐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가진 베트남 최고의 미항 나트랑(Nha Trang)과 '베트남의 하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다낭도 여행객들 사이에서 신규 휴양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다낭의 경우 과거에는 베트남 후에나 호이안을 가기 위해 거쳐 가는 도시에 불과했지만, 최근 고급 리조트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늘어나면서 비교적 가까운 해외휴양지를 찾으려는 한국 여행객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고 있다. 다낭 내에서도 산호군락 단지에 위치해 스노쿨링, 바다낚시, 씨푸드 바비큐 등을 즐길 수 있는 ‘해상국립 공원’부터 다낭과 후에 지역의 경계를 가리는 고개로 세계 10대 비경이라고 불리는 ‘하이반 절경’, ‘157개의 돌계단’ 등이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우리나라에서는 업계 관계자들이 최근 신혼여행지로 급부상한 곳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두바이 사막투어와 노르웨이의 오로라 모습. 사진=하나투어 제공

▲"예전엔 몰랐죠"…두바이·노르웨이

하나투어는 최근 급부상하는 여행지로 그리스, 대만과 더불어 두바이와 노르웨이를 꼽았다. 두바이는 그 지역 해변가에 세워진 7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 호텔이 인터넷 등을 타고 전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유명해졌다. 이 곳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에서 함께 다뤄지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가장 활기찬 도시로, 세계 최고층 타워인 부르즈 할리파와 4륜구동 차량으로 사막을 질주하는 사막 사파리 등으로 유명하다. 노르웨이도 피요르드(빙하로 인한 침식 부분에 바닷물이 스며들어 만들어진 해안선), 오로라 등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휴가를 보내기에 적합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파크투어 기획실 왕희순 실장은 “2015년은 보다 저렴해진 항공료로 인해 같은 지역을 재방문하려는 수요와 새로운 여행지에 도전하려는 수요 모두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난해는 여행을 테마로 한 방송이 범람하면서 뜨는 여행지들도 미디어의 영향을 크게 받은 해였다”면서 “올해도 미디어의 영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장기 불황 속에 가족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1인 가구의 증가, 갈수록 치열한 직장과 도시 생활의 영향으로 대자연의 기운을 받거나 감성을 충전할 수 있는 힐링 여행지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망했다.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사진=인터파크투어 제공

▣ 최근 한국인들이 많이 찾은 해외 여행지(한국관광공사 조사 기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은 해외 여행지는 예상대로 일본과 중국이다. 한국관광공사 조사 결과, 한국인들이 가장 최근에 다녀온 해외여행 국가는 일본(22.8%), 중국(17.4%), 홍콩/마카오(11.0%), 태국(7.0%), 괌/사이판(4.9%), 미국(4.8%), 싱가포르(4.5%), 필리핀(3.4%), 대만(2.7%), 베트남(2.6%)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본의 경우 전년도 17.9%에서 22.8%로 약 5%포인트 가까운 방문 비율 증가가 나타났는데, 엔저 현상으로 인한 여행 경비 감소 효과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1위, 가까우면서 매력적인 일본… 도쿄·오사카 인기

일본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깝고,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다양해 한국인들이 즐겨 가는 여행지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항공료 부담이 적고 우리나라와 문화적인 차이도 많지 않아 자유여행을 하기에도 편한 나라”라면서 “일각에서는 과거 방사능 유출 사태에 대해 우려하기도 하지만, 여행객들의 일본 방문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내에서도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도시로는 도쿄와 오사카가 꼽힌다. 특히 도쿄의 경우 남녀노소 구분 없이 선호하는 편인데, 디즈니랜드와 도쿄 유일의 온천 테마파크인 오다이바 ‘오오에도 온천’ 등이 인기다. 오사카도 도쿄만큼이나 한국인 여행객들을 만나기 쉬운 곳이다. 특히 최근에는 ‘맛집 탐방’을 목적으로 오사카를 찾는 이들이 많다. 다양한 종류의 맛집이 모인 도톤보리 거리는 오사카 최고의 번화가로, 1615년에 완성된 인공천 도톤보리강이 흐르고 주변에 수많은 식당과 술집이 즐비해 오사카를 상징하는 장소로 손꼽힌다.

'아바타' 촬영지로 유명한 중국 장가계. 사진=하나투어 제공

▲2위, 역사와 대자연 만날 수 있는 중국… 영화 '아바타'의 배경 장가계

중국도 한국인들이 해외여행 계획을 세울 때 자주 언급되는 나라이다. 만리장성으로 유명한 북경을 비롯해 수려한 대자연 경관을 갖춘 장가계(장자제)가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다. 장가계는 수려한 봉우리와 동굴로 유명하며, 인적이 드문 자연 지리 조건으로 원시상태에 가깝게 보존된 아열대 경치 및 생태 환경을 지니고 있다. 이곳은 최근에는 영화 ‘아바타’의 배경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중 한 곳이 됐다. 특히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여행사 패키지를 통해 장가계 여행을 한 번씩 다녀오곤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또 중국의 경제 발전과 전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상하이를 찾는 관광객들도 늘고 있다.

▲ 3위, 쇼핑과 야경의 도시 홍콩·마카오

홍콩은 ‘쇼핑의 도시’로도 알려졌지만, 야경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해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여행지다. 도시 내 가장 높은 산인 ‘빅토리아 피크’ 타워를 통해 야경을 보는 코스가 특히 많이 알려졌다. 산악 케이블카인 피크트램을 통해 이동할 수 있고, 정상에서는 아래의 전경을 볼 수 있는 피크 타워와 중국품의 정자가 있다. 또한 홍콩 최대 번화가인 ‘침사추이’를 방문하면 다양한 쇼핑·휴양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카지노로 유명한 동양의 라스베가스 ‘마카오’는 아시아의 작은 유럽이라고 불리며 세나도 광장, 성바울성당 등 아기자기한 여행지가 많아 여성 여행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태국 방콕 에메랄드 사원. 사진=인터파크 투어 제공

▲ 4위, 이색 풍경과 먹거리가 있는 태국

태국은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을 불문하고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이다. 방콕의 ‘왓프라케오'(에메랄드 사원)와 ‘왓포’가 필수 여행 코스로 꼽힌다. 왓프라케오는 태국 왕조의 상징적인 왕궁으로 내부에 75cm의 에메랄드 불상이 있다. 200년의 역사를 지닌 ‘왓포’ 내부의 금동좌상 부처 394개도 볼거리다. 태국을 대표하는 수상시장인 ‘담넌사두억’과 시장 사이로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특징인 ‘위험한 시장’도 방콕에서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꼽힌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태국식 볶음면인 팟 타이 등 본토의 태국 요리를 맛보기 위해 일본 오사카와 마찬가지로 태국으로 ‘먹방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한편, 하나투어가 집계한 지난해 순위에서는 동남아가 지난해 가장 많이 찾은 여행지로 꼽혔다. 중국과 일본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유럽, 대양주, 미주를 찾은 여행객들이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파크투어의 순위에서도 하나투어와 마찬가지로 동남아가 1위를 차지했으며 유럽과 일본, 중국, 미주, 인도, 네팔, 아시아, 대양주 순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연령대 별로 인기 지역을 분석한 결과 선호도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 흥미롭다. 인터파크투어 분석 결과 방학 기간을 이용해 장거리 배낭여행이 가능한 20대 초반에서는 지난해 유럽을 방문한 비중이 31.7%로 동남아나 일본보다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25세~34세 연령대에서도 유럽의 선호도(약 25%)가 높게 나타났고, 35세~44세 까지는 일본의 선호도(약 19%)가 높았다. 45세~59세는 중국을, 60세 이상은 일본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행 유형별로도 선호 여행지에 차이가 있었다. 하나투어 조사 결과 지난해 패키지 여행의 경우 베트남/캄보디아, 필리핀, 일본 북규슈, 태국(푸껫 제외), 중국 화중의 순으로 인기가 많았다. 자유개별 여행의 경우에는 필리핀, 홍콩, 대만, 태국(푸껫 제외), 괌의 순으로 가까운 동남아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행자들이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거나 개별적으로 여행하기에 비교적 무리 없는 휴양·재충전 위주의 지역을 선택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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