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패션 대결 ⑲ 등산화]
적정 등산화가 사고예방 첫걸음… 국내·외 브랜드 다양한 등산화로 승부
산행 난이도·시간·목적 등에 맞춰 중등산화·경등산화·워킹화 등 선택해야
접지력과 충격 완화, 편안한 착화감 등 기능 우수한 제품 잇달아 출시

등산 시에 제대로 된 신발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발의 무리를 줄이고 더욱 즐겁게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 사진=노스페이스 등산화 '다이나믹 하이킹'
[데일리한국 장원수 기자] #서울의 한 구청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는 박영태(46)씨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산행을 했다. 그는 평소 건강 관리를 위해 집 근처 헬스장을 다닌다. 등산은 별로 내키지 않아 변변한 등산복과 등산화가 없다. 등산복 매장에서 구입할까 고민했지만 1년에 한두 번 하는 등산 때문에 고가의 옷과 신발을 사기가 꺼려졌다. 결국 청바지에 7년 전에 샀던 등산화를 신고 도봉산으로 향했다. 문제는 산행 한 시간 만에 터졌다. 낡은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서 너덜해진 것이다. 걷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더구나 내려오면서 몇 번 넘어질 뻔 했다.

봄이 꽃 내음을 타고 전해진다. 남녘 동백에서 시작한 봄꽃 여정은 매화, 산수유에 이어 벚꽃에서 그 화려한 자태를 드러냈다. 이윽고 진달래, 철쭉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맘때 되면 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좀이 쑤셔서 방구석에 있지 못한다. 겨우내 신발장에만 있던 등산화를 꺼내 끈을 조이고 서서히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한다.

최근 경등산화는 강한 접지력, 완벽한 쿠셔닝, 편안한 착화감을 갖춰 안전하면서 가뿐한 당일 코스의 산행에 도움을 준다. 사진=밀레의 아치스텝 ‘윈드써클 W’

봄은 겨우내 동면만 했던 등산객을 산으로 유혹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봄바람에 들뜬 나머지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고, 산에 오르다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해 당황할 수 있다. 봄에는 일교차가 큰 데다 정상에 오르면 땀이 식어 찬바람에 체온이 떨어지기 쉽다. 땀 흡수가 잘 되는 옷을 입고, 보온성이 좋은 옷과 바람막이를 준비해야 한다.

옷만큼이나 등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등산화다. 등산화가 좋지 않으면 발이 금방 피로해지고 부상이나 낙상 위험이 높아진다. 등산은 걷는 행위가 전부라고 할 수 있어서 튼튼하고 땀 배출이 좋은 신발이 좋다. 더구나 국내의 산 대부분은 미끄러운 화강암 돌산이어서 접지력이 뛰어난 바닥창을 사용한 등산화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접지력은 내구성과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어서 접지력이 좋은 신발은 상대적으로 빨리 마모된다. 때문에 봄이 시작되면 새롭게 등산화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

최근 아웃도어업계는 등산화에서부터 워킹화까지 다양한 아웃도어 신발을 출시하고 있다. 활동의 목적에 맞게 등산화 또는 워킹화를 선택하여 착용한다면 신체활동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사진=라푸마의 트레일 워킹화 'FX 제로-지'

산행 목적에 맞게 등산화 선택해야… 트레킹화·경등산화·중등산화

4월은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시즌이다. 만물이 새로 솟아나고 움츠렸던 대지가 따사로운 햇살에 녹아내린다. 이럴 때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땅이 풀리면서 노면 상태를 예측하기 힘들다.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등산화 착용이 필수다.

시중에 나와 있는 등산화 종류는 중등산화, 경등산화, 트레킹화, 릿지화, 암벽화 등 성격과 기능에 따라 다양하다. 소위 ‘산 좀 탄다’는 사람의 집에는 위에서 언급한 등산화 가운데 최소한 다섯 개 이상을 갖고 있다. 산행 난이도, 산행 시간 등을 고려해 매번 신는 등산화도 바뀐다. 상황에 맞게 등산화를 맞춰 신으면 사고 위험성도 줄이고 발도 편안해진다.

등산화를 선택할 때 무턱대고 고기능성이나 값비싼 제품을 살 필요는 없다. 산행 목적과 자신의 체력 등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레길, 둘레길을 걷는 것과 가볍게 근교 산을 오르는 것, 중장거리 산행 등 목적에 따라 제품을 달리 골라야 한다. 올레길처럼 산길이나 숲길을 걸을 계획이라면 바닥이 딱딱하고 무거운 중등산화보다는 트레킹화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트레킹화는 흙길이나 자갈길같은 비포장도로를 걸어도 발이 피로하지 않도록 밑창의 쿠션이 강화돼 있다. 무게도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습기가 잘 차지 않도록 바람이 잘 통하는 메시(망사) 소재의 갑피를 사용한 제품이 많다.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해 방수·투습 기능이 강화된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평지가 아닌 산행으로 넘어가면 본격적인 등산화를 골라야 한다. 산행 목적에 맞지 않는 무거운 등산화는 오히려 무릎과 다리의 피로감을 높인다. 3~5시간 정도의 산행 일정이라면 목이 짧고 접지력이 우수한 경등산화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루 이상의 장거리 산행이나 험한 산을 오를 때는 기능성 중등산화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중등산화는 한눈에도 무겁고 투박해 보인다. 가죽으로만 돼 있고, 밑창이 두툼하고 무겁다. 가죽이 두꺼워 신발이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익숙해지려면 길들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등산화보다 발목을 잘 잡아주기 때문에 장시간 산행으로 다리가 풀려도 발목이 꺾일 위험이 적다. 또한 밑창이 두껍고 단단하기 때문에 발바닥이 덜 아프다.

얼만 전까지만 해도 중등산화는 대부분 수입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누벅 소가죽의 완벽한 방수 기능, 지면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미드솔과 아웃솔의 뛰어난 기능, 그리고 발과 발목을 단단하게 잡아 주는 시스템이 국내 브랜드보다 탁월했다. 하지만 국내 등산객 숫자가 늘어나고, 등산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 품질이 좋은 국내 중등산화가 대거 쏟아져 나왔다. 지금은 수입 중등산화와 겨뤄도 전혀 질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가격이다. 중등산화의 가격은 경등산화에 비해 2∼3배 비싸다. 특히 세계 3대 등산화라고 불리는 잠발란, 마인들, 한바그 등 외국 브랜드의 중등산화는 국내 중등산화보다 20만∼30만원 정도 가격이 비싸다. 실제로 마인들 히말라야MFS (60만원), 잠발란 라싸 GT PR(55만원), 한바그 알라스카(55만원) 등은 국내 브랜드 캠프라인 히페리온(34만8,000원)보다 약 20여만원 더 비싸다.

당일 산행을 할 경우에는 경등산화를 신는 게 편안하다. 평지와는 달리 경사진 코스와 울퉁불퉁한 산길을 걸여야 하므로 충격으로부터 무릎과 발목, 발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굽이 1∼2㎝ 정도 되고 밑창이 단단한 신발이 좋다.

경등산화는 가벼운 산행에 주로 신기 때문에 중등산화에 비해 가볍다. 주로 부드러운 가죽과 합성섬유 등을 이용한다. 현재 거의 모든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경등산화를 출시하고 있으며 워킹화나 트레킹화가 인기를 끌기 전까지 가장 경쟁이 치열했다. 초창기만 해도 코오롱이나 K2, 블랙야크, 캠프라인 등 국내 브랜드가 시장을 잡고 있었지만 밀레, 라푸마, 머렐, 살로몬 등 외국 브랜드들이 대거 시장에 뛰어들면서 혼전 상태가 됐다. 최근에는 마모스, 아크테릭스, 하그로프스, 피엘라벤, 크라프트 등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들도 다양한 경등산화를 내놓고 있다. 가격은 중등산화에 비해 훨씬 싸며 보통 10만원에서 20만원 사이의 제품이 많다.

워킹화는 ‘걷기’에 초점을 맞춰 일상생활 속 활동성과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다. 사진=K2의 ‘옵티멀 브리드’

산책·가벼운 산행 확산으로 업체들 워킹화·트레킹화 경쟁 치열

# 오랫동안 등산을 즐겼던 직장인 황기영(38)씨는 최근 산행보다는 걷기를 선호한다. 한때 산악회에서 '날다람쥐'로 이름을 날렸지만 빠른 산행 걷기로 무릎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등산보다는 산책을 권하면서 그의 집에는 등산화보다는 워킹화나 트레킹화가 신발장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가벼운 산행, 즉 트레킹이 인기를 끌면서 아웃도어 업체들이 앞다퉈 워킹화와 트레킹화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 나오는 워킹화는 미끄럼을 방지하고 오래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도록 다양한 기능을 더해 등산화로도 손색이 없다.

노스페이스의 ‘다이나믹 하이브리드’는 강화된 접지력과 내마모성을 지닌 다이나믹 아웃솔을 적용하여 거친 산길이나 미끄러지기 쉬운 흙 길에서도 안정적인 착용감을 제공한다. 또한 반발 탄성과 충격 흡수를 동시에 갖춘 엑스 타입 미드솔을 적용하여 어떤 지형에서도 가벼운 걸음을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어퍼에 통기성이 탁월한 에어메쉬 소재를 사용하고 무재봉 작업을 혼용하여 장시간 신어도 쾌적하고 가벼운 착용감을 느끼도록 한다.

밀레의 워킹화 아치스텝 ‘윈드써클 W’는 탁월한 투습 기능이 강점이다. 고어사가 개발한 혁신적인 신기술 고어텍스 서라운드를 적용해 기존 고어텍스의 뛰어난 방수 기능에 상하좌우 360도 전 방향 투습 기능을 더해 오래 신어도 쾌적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땀이 많이 나는 발바닥에서 발생하는 열과 습기는 고어텍스 멤브레인(극히 얇은 막)을 통과해 발 밑 부분에 삽입된 공간층을 지나 신발의 측면 배출구를 통해 빠르게 배출되어 항시 보송보송한 상태를 유지해준다.

라푸마도 가벼운 트레일 워킹화 ‘FX 제로-지’를 출시했다. ‘FX 제로-지’는 발과 지면 사이에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고반발 쿠션을 미드솔에 적용해 기존에 출시된 제품에 비해 20% 더 우수해진 반발력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미끄럼 방지에 탁월한 클리어 러버 아웃솔을 적용해 접지력을 향상시켰으며 디자인을 고려한 반투명의 아웃솔은 가볍고 경쾌한 보행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K2는 지난 2013년 론칭하여 큰 인기를 얻었던 워킹화 ‘플라이워크’의 신제품 ‘브리드 360’을 선보였다. 이 워킹화의 특징은 발바닥까지 숨을 쉬게 하기 위해 신개념 기술을 대거 작용했다. 미드솔에 적용된 사다리꼴 모양의 윈드터널이 신발 내부로 외부의 바람이 유입되는 바람길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하중을 분산시켜준다. 전 방향 방수·투습 기능이 뛰어난 고어텍스 서라운드 기술을 사용해 물에 담가도 젖지 않고 통기성이 뛰어나다. 그 외에도 신발 측면과 후면에 빛을 반사하는 소재를 사용해 야간 운동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도록 했다. 또 끈 대신 다이얼을 돌려 신발을 풀고 조일 수 있는 보아시스템을 적용해 신고 벗기가 편리하고 착화감이 우수하다.

컬럼비아는 통기성을 강화해 최상의 쾌적함을 구현한 ‘벤트레일리아’를 출시했다. 컬럼비아 자체 테크놀로지와 공기 순환 구조로 열기 배출을 도와 통풍성을 강화한 ‘벤트홀’ 디자인을 결합했다. 이 디자인은 컬럼비아가 지난 2011년 출시해 인기를 얻은 워터슈즈 라인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기에 웰딩 공법(열처리)으로 패치를 접합해 발등 뒤틀림을 잡아주고 장시간 착용 후에도 쿠션감 유지에 도움을 주고 거친 자연 지면에도 안정감을 주는 지지력, 접지력 등을 강화해 트레킹, 당일 등산, 워킹 등이 가능한 전천후 트레일화로 업그레이드했다.

블랙야크는 ‘VSS 시스템’이 적용된 드리븐 GTX 워킹화를 선보였다. ‘VSS 시스템’은 블랙야크가 자체 개발한 기술로 밑창의 서로 다른 쿠션이 다리의 흔들림을 최소화시켜주는 기능을 지녔다. 이 기술로 유럽 특허를 획득했고 세계 최대 스포츠박람회 ‘ISPO 2015’에서 제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기존의 고어텍스에 비해 바닥 투습 기능을 향상시킨 고어텍스 서라운드를 적용해 360도 전방위 투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쾌적하게 산행이나 걷기를 즐길 수 있다.

등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등산화이다. 산행목적에 맞는 등산화를 선택해야 하지만 최근에는 트레킹, 당일 등산, 워킹 등이 가능한 전천후 트레일화가 출시되고 있다. 사진=컬럼비아 전천후 트레일화 ‘벤트레일리아’

등산화 어떻게 선택하고 관리하나… 저녁에 골라야

등산화는 신었을 때 조금 여유 있는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발 치수보다 5㎜ 정도 큰 제품을 골라야 한다. 발에 딱 맞으면, 내리막길에서 발끝이 신발과 지속적으로 부딪쳐 발톱이 상할 수 있다. 두툼한 등산용 양말을 신고 등산화에 발을 넣은 후 발을 앞까지 쭉 밀어 넣는다. 이때 뒤꿈치 쪽으로 검지가 들어간다면 자신에게 적정한 치수다. 중등산화의 경우 이보다 조금 더 여유를 두어야 한다. 산행 도중 발이 붓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발은 대개 저녁에 붓기 때문에 등산화는 저녁에 신어보고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 등산화를 신으면 가죽에 길이 들지 않아 산행할 때 발이 아플 수 있다. 발볼이 끼어 답답할 때는 끈 조임을 느슨하게 하자. 안쪽 복사뼈나 아킬레스 부위가 아플 때는 무작정 참기보다 깔창 밑에 3㎜ 정도의 얇은 패드를 깔면 된다. 발바닥이나 발뒤꿈치에 물집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양말을 두 겹으로 신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존에 신던 등산화의 밑창이 닳았을 때는 밑창만 교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체 비용은 1만~5만원 정도다. 산행을 한 뒤 물에 젖은 등산화는 가급적 그늘에서 천천히 말린다. 가죽 소재를 급격히 건조시킬 경우 신발이 수축되거나 변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화는 열과 습기에 약하다. 따라서 젖었을 때는 물기를 잘 닦아낸 다음 휴지나 신문지를 신발 속에 집어넣고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말린다. 이때 작은 페트병을 넣어 두면 신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방수 기능이 있는 고어텍스 소재는 모래나 흙이 들어가면 기능이 떨어진다. 산행 후에는 반드시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비누나 세제에도 약하므로 반드시 미지근한 물로 오염된 부분을 닦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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