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패션 대결 ⑭ 유아복]

저출산·해외 직구· SPA 확대 등으로 토종 유아복 브랜드 사면초가

유아복 업체들, '북유럽 감성' 담은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 유혹

국내 업체들 '원스톱' 복합 매장 확대·중국 시장 진출로 활로 모색

저출산·해외 직구 등의 여파로 위협받는 유아복 업체들이 보다 세련된 감성의 제품을 출시하거나 복합 매장을 운영하며 소비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아가방앤컴퍼니 제공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두 살배기 딸을 키우고 있는 직장인 이민아(29)씨는 최근 해외 직구를 통해 아기 옷을 구매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유명한 해외 브랜드 제품들이 국내 제품보다 기본적으로 저렴하게 판매되는데다 세일 기간을 이용하면 더욱 싼 가격에 옷 몇 벌을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온라인 카페나 육아 관련 파워 블로그의 설명을 참고하니 유아복 직구가 어렵지 않았다”면서 “저렴하게 득템(만족스러운 물품 구입 때 쓰는 신조어)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주부 김민영(32)씨는 얼마 전 남편과 함께 국내 유아복 브랜드의 복합 매장을 찾아 세 살 된 아들을 위한 새 유모차와 의류 제품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디자인은 요즘 이웃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북유럽 스타일’로 골랐다. 김 씨는 “이전에는 집 주변에 이런 복합 매장이 없어서 의류 매장에 들렀다가 유아용품 매장을 찾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불편함이 사라졌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손가락 하나로 해외 브랜드 유아복 구매하는 엄마들

이 씨처럼 해외의 유명 유아복 브랜드 의류를 온라인 직구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폴로와 갭, 카터스 등의 브랜드들을 찾는 부모가 특히 많은 편인데, 폴로와 갭은 국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데다 아이에게 편하게 입힐 수 있는 아기자기한 의류를 판매해 인기가 높다. 갭의 경우 한국인 통역사도 상주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쇼핑을 하듯 궁금한 사항에 대한 질문까지 가능하다. 카터스도 파격적인 세일을 자주 진행하고 연령 및 성별에 따른 분류가 잘 되어 있어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실제 관세청이 발표한 전자상거래 물품 통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 시장 규모는 약 2조원(15억 5,000만달러) 규모로 2013년보다 48.5% 성장했다. 오는 2018년에는 8조원 돌파도 전망된다. 이 같은 소비는 유아복 시장에서 특히 활발한 편이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유아복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젊은 주부들의 해외 직구 바람이 거세 국내 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유아복의 경우 다른 일반 의류와 달리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통될 수 있을 만큼 사이즈가 한국과 비슷해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출생아 수 급감·SPA 영역 확장도 국내 유아복 브랜드 위협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43만 5,000명으로 3년 연속으로 줄었다. 2035년이 되면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떨어지게 된다.

해외 직구 증가와 출생아 수 급감은 자연히 국내 유아동복 시장 위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유아동복 시장은 2004년 8,814억원 규모에서 10년 사이 32%나 줄어들어 2013년에는 6,013억원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복을 생산하는 국내 주요 업체들의 상황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유아복 브랜드 베비라를 생산·판매하던 올아이원은 지난 2011년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아가방앤컴퍼니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1,601억원으로 전년대비 17% 감소했고, 영업수지는 73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아가방앤컴퍼니는 지난해 9월 중국 기업 랑시그룹에 매각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저출산이 국내 유아복 시장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2000년 설립 이후 유아동복 시장의 새 강자로 떠오른 매일유업의 자회사 제로투세븐 또한 지난해 1억1,3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저렴한 가격과 발빠른 신규 제품 출시 등을 강점으로 한 국내외 SPA (제조·유통 일괄화 의류) 업체들이 유아복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따라 유아복 전문 브랜드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유니클로와 H&M은 최근 영유아를 위한 제품 라인을 출시했고, 이마트도 지난해 합리적인 가격대와 넓은 유통망을 강점으로 내세워 신생아를 위한 SPA 브랜드 데이즈 뉴본을 론칭했다.

북유럽 감성을 추구하는 유아복 브랜드 모이몰른의 봄 시즌 제품. 사진=모이몰른 제공

'북유럽 감성' 담아 젊은 부모들 유혹

해외 직구와 SPA 브랜드 등의 위협을 받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젊은 주부들이 선호하는 '북유럽 스타일' 등 보다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들을 내놓거나 복합 매장을 확대하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유럽 북부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제품들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면서 ‘북유럽 스타일’이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유아복에서 북유럽 감성을 담은 제품들은 나무, 새 등 자연과 관련된 디자인이나 스토리가 가미돼 '자연 친화'라는 가치를 전달한다. 또 기존에 유아복 하면 흔히 떠오르던 핑크색(여아용)·하늘색(남아용) 의상과 달리 성인 의류 제품과 같이 보다 차분한 색상에 세련된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지난 23일 보령메디앙스는 유아동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뮤아를 선보였다. 뮤아는 0~5세 유아동을 위해 북유럽 감성의 색상과 패턴을 반영한 의류, 침구류 등의 상품들로 구성됐다. 뮤아는 특히 북유럽의 드넓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동물에서 모티브를 얻어 캐릭터 스토리를 탄생시켰다. 뮤아 제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스칸디나비아 소녀 '율리카'와 빨간 여우 '뮤아', 자작나무 숲에 살고 있는 부엉이 '이부' 등으로 다양하다. 보령메디앙스 관계자는 "율리카와 동물 친구들이 함께 물감을 찍어 누른 모양을 콘셉트로 한 패턴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색상과 패턴을 놀이처럼 흥미롭게 경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세드림이 지난해 론칭한 유아복 브랜드 모이몰른은 이름부터 핀란드어와 스웨던어의 합성어로 ‘안녕 구름’이란 뜻이다. 이는 자연친화적이고 정서적 교감을 중시하는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의 감성을 담아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북유럽풍의 세련된 패턴과 디자인과 민감한 아이들을 위해 내놓은 부드러운 소재감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최근 토리다가 내놓은 유아복 브랜드 '뿌야뿌'도 핀란드어로 ‘나무와 나무’라는 뜻인데,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자연 친화적 소재로 개발한 0~4세 대상의 유아복을 선보인다.

아가방앤컴퍼니의 복합 매장 아가방갤러리 청라여성병원점과 넥스트맘 순천점 매장. 사진=아가방앤컴퍼니 제공

“원스톱 소비자 잡자”…복합 매장 확대하는 업체들

업체들은 또한 자사 브랜드 복합 매장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며 소비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 원스톱 쇼핑(소비자가 상품 구입을 한 곳에서 모두 마치는 구매 행위)을 지향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일 브랜드 매장에 비해 폭넓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복합 매장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편이고, 매출도 (복합 매장이) 1.5~1.8배가량 높다"면서 "SPA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복합 매장이 주효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가방앤컴퍼니는 복합 매장으로 아가방·디어베이비·에뜨와 등 자사 브랜드와 산모복, 발육용품 등 출산준비물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아가방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아가방갤러리는 젊은 부모들이 자주 찾는 소아과, 산부인과 인근을 주로 공략하고 있다. 한세드림의 경우에는 현재 자사 유아동복 브랜드 모이몰른과 컬리수를 한데 모은 복합 매장 6개를 운영 중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문을 연 삼패직영점 복합 매장이 월평균 1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선전하는 등 성과가 좋아 연내 30개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편집 매장(국내·외 여러 브랜드를 한 공간에 갖춰놓은 매장)을 열기도 한다. 보령메디앙스의 경우는 지난해 말 잠실 제2롯데월드 에비뉴엘에 편집 매장 ‘크래들 투 크래들’을 열었다. 크래들 투 크래들에서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세계 각국의 오가닉 소재 의류와 유아가구, 침구류, 화장품 등으로 다양한 물품이 판매된다. 유아동 이너웨어 업체 지비스타일도 유아용 프리미엄 내의 전문 편집 매장 ‘몽뚜'(montout)를 준비 중이다.

아가방앤컴퍼니의 경우에는 ‘넥스트맘’을 운영 중이다. 이 매장은 자사 브랜드 유아복뿐 아니라 해외 브랜드의 유모차, 임부복 등 출산·육아 및 유아와 관련된 다양한 용품을 취급한다. 업계는 이 같은 복합·편집 매장이 향후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로투세븐 알로앤루의 지난 2월 중국 수주회 당시 모습. 사진=제로투세븐 제공

중국 시장 진출로 활로 모색

국내 시장이 갈수록 위축됨에 따라 국내 유아복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30여 년 넘게 시행한 '1가구 1자녀' 정책을 올해부터 풀기로 하면서 중국 유아복 시장의 성장세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중국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유아동복 시장 규모는 1500억 위안(약 24조원)을 넘어섰고, 중국 영유아동산업연구중심은 중국의 0~12세 영유아동 시장 규모가 향후 수년 간 연평균 15%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가방앤컴퍼니의 경우 지난해 4월 중국 경제 중심지 상해법인을 거점으로 프리미엄 유아복 ‘에뜨와’를 첫 론칭했으며, 기존에 중국에 진출했던 유아복 브랜드 ‘아가방’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리뉴얼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제로투세븐은 올해 1선 도시를 넘어 내륙 2~3선 도시까지 판매 채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내 온라인쇼핑 시장 성장에 맞춰 유아동 종합몰 제로투세븐닷컴 차이나도 열었고, 자사 브랜드 알로앤루도 중국 내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타오바오(티몰)와 경동상성 등에 입점시켰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한 알로앤루 수주회에서 1억2,100만위안(약 213억원) 규모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론칭한 한세드림의 모이몰른의 경우에는 연중 중국 매장수를 4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유아복도 아무렇게나 선택하면 안된다

아가방앤컴퍼니에 따르면 유아복을 고를 때에는 민감한 유아 피부를 생각해 반드시 소재를 먼저 확인해봐야 한다. 특히 피부에 직접 닿는 내의 등을 구입할 경우에는 면 100% 제품을 선택해 아이 피부 자극을 최소화해주는 것이 좋다. 더불어 실내에서 입는 내의는 아기의 성장 과정에 따라 단추 위치가 다양하게 부착되어 있는데, 누워 있는 시간이 많은 신생아의 경우 제품 앞부분이 단추로 구성된 오픈형 내의를 선택하면 갈아 입히기 수월해 편리하다. 활동량이 많은 12개월 이상의 유아는 목둘레에 단추가 달린 제품을 선택해 활동할 때 단추가 잘 풀리지 않도록 도와 간편하게 편안함을 유지시켜줄 수 있다.

외출복의 경우에는 지퍼를 끝까지 모두 채우지 않으면 지퍼의 양쪽 끝 부분이 아기 얼굴에 닿아 긁히거나 다칠 위험이 있으므로 지퍼가 아이에게 너무 길지 않은지, 의류의 지퍼 마무리 부분을 부드럽게 마감 처리한 제품인지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끈이 달린 의류 또한 끈의 길이가 길 경우 아이가 걸려 넘어질 수 있으므로 길이가 너무 길지 않은지, 혹은 조절이 용이한지 점검해야 한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고 활동성이 높아지면 신축성이 좋은 제품을 선택해 다양한 움직임에도 불편함을 주지 않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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