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터샷·청소년 백신 접종 시작에, 타이레놀 수요 증가

여전한 지명구매로, 같은 효과 내는 대체품은 외면 받아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지용준 기자] #역삼동 한 약국. 타이레놀이 있었던 자리에는 '품절'이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약국에서는 타이레놀을 대신해 다른 복제약을 내놓고 판매 중이다. 이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몇몇 소비자는 같은 성분의 약을 소개해도 타이레놀이 없으면 발길을 돌린다"고 하소연했다.

타이레놀의 품귀 현상이 다시금 벌어지고 있다. 타이레놀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고열 등 이상반응에 효과가 있다는 정부의 소개로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공급은 제때 이뤄지지 않아서다. 문제는 타이레놀과 똑같은 성분인 약을 약사가 복약을 지도해도 타이레놀만 고집한다는 점이다.

10일 의약품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한국얀센의 타이레놀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5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6.5% 급증했다.

타이레놀 매출이 늘어난 배경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연관된다. 정부가 지난 3월 발열 또는 근육통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발열과 근육통 등 이상반응에 타이레놀이 효과적이라고 제품 명칭을 지칭해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상승과 함께 약국, 편의점 등에서는 타이레놀 품절 대란이 발생했다. 뒤늦게 정부는 지난 6월, 백신 접종 후 타이레놀과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제품이면 괜찮다며 정정했다.

하지만 타이레놀 공급 부족 사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약업계의 이야기다.

한국얀센도 타이레놀 확보에 애를 쓰고 있다. 그동안은 재고 품목으로 품절 대란을 막아왔다. 그러나 타이레놀을 생산하고 있는 한국얀센의 향남공장은 2018년 철수 결정으로 올해를 끝으로 가동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얀센은 타이레놀 한국 내 수요에 맞추겠다는 입장이지만, 공급 부족 사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나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에 부스터샷과 청소년 대상 백신 접종 시작 등을 발표하면서 타이레놀 수요가 늘며, 일부에서는 사재기에 나서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약업계에서는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추가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상암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타이레놀 공급부족 사태가 한동안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같은 성분약으로 유도하고는 있지만 유독 타이레놀만 고집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타이레놀을 대체할 약이 충분히 있지만 소비자의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 더러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 허가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70여개에 이르지만 타이레놀을 제외하고 대부분 매출이 역행했다.

대표적으로 삼진제약의 '게보린'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9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간보다 19.7% 줄었고, 종근당의 '펜잘큐' 매출은 25억원으로 6.2% 감소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 FDA는 백신 접종 후 소염진통제를 허용하고 있다"며 "단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뿐 아니라 다른 소염진통제를 사용해도 되는지 정확한 정부의 추가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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