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스타트업과 손잡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경쟁 치열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유통업계가 코로나19 장기화에 국내외적으로 경기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존을 위해 유망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이날 노르웨이 연어 양식 스타트업 '새먼 에볼루션(Salmon Evolution)'과 지분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투자 규모는 약 65억원으로 약 10% 지분에 해당한다.

새먼 에볼루션은 2017년에 설립된 노르웨이 스타트업이다. 최적의 바다 환경을 육상에 구현해 친환경적으로 연어를 양식할 수 있는 ‘해수 순환(Flow Through System - Reuse)’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새먼 에볼루션은 이 기술을 활용해 지난 5월부터 노르웨이 몰데(Molde) 지역에 양식장을 건설 중이며, 오는 9월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양식장은 2028년까지 3단계의 확장 공사를 거쳐 완공되며, 최종적으로 연간 약 3만6000톤의 대서양 연어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동원산업은 이번 투자 협약을 통해 안정적인 대서양 연어 수입 경로를 구축함과 동시해 지속가능한 식량자원과 해수 순환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창업보육 전문법인 '롯데액셀러레이터'가 2017년 개최한 '엘캠프 데모데이'에서 엘캠프 기업 및 사내벤처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제공
풀무원도 이달 초 미국 세포배양 해산물 제조 스타트업 '블루날루(BlueNalu)'와 세포배양 해산물 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풀무원은 올해 초 진행된 블루날루의 시리즈A투자에도 참여한 바 있다.

블루날루는 2018년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창립한 스타트업이다. 세포배양 해산물은 어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생물반응기(bioreactor)를 통해 배양한 후 3D프린팅 과정을 거쳐 용도에 맞는 형태의 식품을 만든다.

풀무원은 마케팅, 규제, 사업운영 및 유통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블루날루와 협업해 세포배양 해산물의 국내 출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법인형 엔젤투자자로 선정된 하이트진로는 올해스타트업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5월 맛집 메뉴를 엄선해 판매·배송하는 '아빠컴퍼니'에 대한 지분투자를 실시한데 이어 지난달 리빙테크기업 '이디연'과 스포츠 퀴즈 게임회사 '데브헤드'를 투자처로 선정했다.

패션·뷰티업계도 스타트업과 협업을 늘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아모레퍼시픽 R&D 이노베이션 챌린지'를 열고, 3개 스타트업과 공동연구 및 제품개발을 하기로 했다.

이번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AI를 활용한 효능 물질 탐색 기술을 보유한 '심플렉스', 분광학을 활용한 화장품 성분 검출 및 분석 기술을 지닌 '파이퀀트', 먹어도 되는 구강 관리 천연소재 및 제형 기술의 '바른' 등 총 3곳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에 선정한 스타트업과 기술 라이센싱, 공동 연구, 혁신 제품 공동 개발 등의 구체적인 협력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SPA 브랜드 스파오를 운영하는 이랜드월드도 최근에 스타트업 기업인 컬쳐히어로에 2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컬쳐히어로는 국내 최대 프리미엄 레시피 플랫폼 ‘아내의 식탁’을 운영하면서 현재 앱 누적 다운로드 수 130만건과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 84만 명을 기록하는 등 독보적인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이번 투자계약은 단순한 지분 참여가 아니라 이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영역 및 생산 역량과 컬쳐히어로의 특화된 미디어 커머스 역량을 발휘해 여러 사업 분야에서 공동으로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S홈쇼핑이 현재까지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전 세계 벤처기업 수는 현재 600여개로, 투자 총액만 3600억원에 달한다.

국내 밀키트(반조리 간편식)업체 '프레시지', 반려동물용품 배달 서비스업체 '펫프렌즈', 다이어트 코칭 벤처기업 '다노' 등이 GS홈쇼핑 투자로 성장한 대표적 기업이다.

GS홈쇼핑은 GS그룹 내 유통 계열사인 GS리테일과 손잡고 내달 16일까지 식품 제조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프로젝트 '넥스트 푸디콘'을 시작한다.

선발된 스타트업에는 팀당 최대 2000만원 상당 사업지원금과 12주 멘토링 등이 지원된다. 또 GS리테일, GS홈쇼핑은 선발된 스타트업과 함께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한다.

개발한 제품은 올해 말 시험 판매를 거쳐 내년 초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와 모바일쇼핑몰 GS프레시몰, GS홈쇼핑이 운영하는 GS샵 등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롯데도 2016년 1월 창업보육기관인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고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해 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액셀러레이터의 법인 설립 자본금 150억원 중 50억원을 사재로 출연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벤처회사를 선발해 창업지원금과 자문을 제공하는 제도인 '엘캠프(L-Camp)'를 통해 지난해까지 지원받은 스타트업만 98개곳에 달한다. 엘캠프 1~5기의 기업가치는 1748억원에서 6185억원으로 약 3.5배 성장했고 이중 3분의 2가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엘캠프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중 롯데 계열사와 협업한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마감 할인 식음료 커머스 플랫폼 라스트오더를 운영하고 있는 ‘미로’는 세븐일레븐과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해 음식물 쓰레기 발생을 줄여나가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최근에 신세계인터내셔날(SI)과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는 공동출자 형태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했다.

CVC란 대기업이 벤처투자(지분인수)를 위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금융회사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개발된 기술을 자사 사업에 적용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자본금 규모는 총 200억원 정도로, SI와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가 각각 100억원, 60억원, 40억원을 투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모색은 물론 신성장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마다 국내외 유명 스타트업과 손잡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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