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하반기 전략회의 온라인 진행 검토

재택근무, 복장 자율화, 거점오피스 등 시행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효율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변화를 강조한 후 롯데가 바뀌고 있다.

이러한 롯데의 변화에 재계도 주목하고 있다. 그간 지배구조 단순화, 사업구조의 선택과 집중을 추진해온 롯데지만 ‘코로나19’ 여파에 전 계열사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라는 평가다.

2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가 이달 중 열리는 하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일정도 기존 5일에서 3일 정도로 줄인다.

롯데는 1년에 상·하반기 VCM를 실시한다. 하반기 VCM에서는 사업군별 BU장 주재하에 해당 BU의 계열사 대표이사와 임원들 100여명이 참석한다.

회의에서는 각 사별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참석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주요 이슈 및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 마지막 날에는 우수 실천사례를 모아 신동빈 회장에게 보고하는 식으로 열린다.

그러나 올해는 형식보다 효율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롯데의 일하는 방식 변화에 따라 VCM을 온라인으로 열고, 기간을 줄이는 등 진행 방식에 대해 변화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으로 VCM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맞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 속에 재택근무 및 화상회의 등이 자리 잡으며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 등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중요시했던 VCM이지만 롯데의 일하는 방식 변화에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5월 열린 임원 회의에서 "지금은 위기를 돌파하고 이겨내기 위해 의지와 도전 정신, 위닝 스피릿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라며 "환경 변화에 따라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롯데는 복장 자율화, 재택근무, 거점 오피스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빠르게 일하는 문화를 혁신하고 있다.

신 회장을 시작으로 롯데지주는 지난 5월부터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지난달부터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롯데면세점 등 계열사도 주 1회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또 롯데지주 전 임직원은 이달부터 근무 복장으로 정장, 비즈니스 캐주얼, 캐주얼 의류 등을 자유롭게 착용할 수 있다. 시간, 장소, 상황을 고려해 본인이 판단해 일할 때 가장 편한 복장을 선택하면 된다.

롯데케미칼, 롯데컬처웍스, 롯데멤버스 등이 자율복장제도는 시행하기는 했지만 롯데지주의 경우 비즈니스 캐주얼 착용을 권장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시행은 자유롭고 편안한 복장을 통해 업무효율을 증대하고,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의 경우, 재택근무가 여의치 않은 직원들과 현장근무 후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 이달부터 수도권 일대 5곳에 거점오피스를 도입했다. 유통업계 최초다. 각 지점별로 일부 좌석에는 노트북을 비치해 이용 직원의 편의를 도모했다.

일부 계열사는 호칭도 바꿨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사업본부는 ‘○○○ 대표님’에서 영어 이름을 도입했다. 이커머스사업본부 조영제 대표의 경우 ‘제롬(Jerome)’으로 불린다.

롯데쇼핑은 이번 영어 호칭 도입을 시작으로 위계질서를 허물고 자유로운 아이디어 회의가 이뤄질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경쟁사인 GS에너지에 이어 한화종합화학과 손을 잡았다. 업황 둔화 속에 생존을 위해 선택으로 분석되지만 화확업계 초유의 일이다.

롯데는 이 역시 신 회장의 고정관념을 깨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고 얘기한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내부 인사들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롯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을 통해 재계 5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금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그룹 주력 계열사 모두가 실적 부진에 빠져 있다. 현금 동원 능력도 떨어져 사업을 확장하기엔 부담이다.

신 회장의 일하는 변화 주문은 그만큼 그룹의 어려움을 대변한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롯데의 일하는 방식 변화는 기존에 겪었던 어떠한 것보다 빠르고, 더 적극적이다. 계열사 임직원들이 변화를 피부로 느낄 정도”라며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화석처럼 굳어버린 문화를 깨지 않고서는 새 판을 짜기 힘들다는 절실함으로 내부에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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