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세계면세점 제공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쿠팡의 지난해 매출이 7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대형마트 ‘빅3’에 속하는 롯데마트의 매출을 넘어서는 규모다. 유통의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여기에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라는 악재가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덮치면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생존의 기로에 선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ICT기술에 전사적인 지원에 나서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ICT기술로 기존에 데이터를 활용해 유통 혁신을 이끌어 다시 주도권을 가지고 오겠다는 목표다.

가장 적극적으로 ICT기술을 도입하는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그룹의 ICT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를 통해 SSG페이에 '바로결제'를 도입하고, 이마트24 무인편의점 매장을 운영하는 등 디지털 사업영역을 확대 중이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최근에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전문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어반베이스가 보유한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CVC(기업주도 벤처케피탈) 형태의 투자다. 유통 분야 디지털 전환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 여행·여가 포인트 통합 블록체인 프로젝트 ‘밀크(MiL.k)’에 면세점 부문 파트너로 합류했다. 올해 상반기 중 자사의 마일리지 ‘갓포인트’를 밀크로 자유롭게 호환할 수 있게 해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8일에 통합 온라인쇼핑 통합 플랫폼 '롯데온(ON)'을 공개했다. 그룹의 쇼핑 계열사 7곳을 통합해 만든 전사적 프로젝트다. 롯데는 롯데온에 그룹 역량을 결집해 뒤처진 온라인 시장 주도권을 단숨에 가져오겠다는 목표다.

롯데온의 핵심 경쟁력은 수년간 쇼핑 계열사가 축적한 방대한 고객 구매 데이터다. 롯데멤버스 회원 3900만명의 구매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고 상품 속성을 400여가지로 세분화해 고객의 취향을 더 정교하게 파악해 상품을 추천한다.

여기에 전국 1만3000여개 오프라인 매장과 연동해 풀필먼트(Fullfillment, 고객의 주문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에 더해 롯데그룹 내 7000여개 매장의 '스마트 픽' 중 원하는 배송 형태를 선택하면 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AR과 VR기술을 활용해 상품을 체험하고 구매까지 가능한 ‘핑거쇼핑’을 선보였다. 핑거쇼핑은 모바일에서 브랜드의 가상 매장을 방문해 직접 둘러보고 입체 화면에서 원하는 공간에 상품을 배치해 볼 수 있는 서비스로, 챗봇을 통한 상담까지 지원한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최근에 'CU 바이셀프' 앱을 통한 셀프 결제 방식을 특허 출원했다. 이 특허는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스캔하면 결제까지 가능한 서비스다. 개인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만큼 별도의 설비가 필요 없어 기존 점포에도 빠르게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달에는 신한카드와 함께 한양대 서울캠퍼스 내 CU 2곳에 국내 첫 얼굴인식 결제 서비스인 '신한 안면인식 결제(페이스 페이)'를 도입했다. 페이스페이는 얼굴 등록이 가능한 은행에서 카드와 얼굴 정보를 1회 등록 후, 페이스페이 가맹점에서 얼굴 인식만으로 결제를 할 수 있다.

패션업계에서도 매장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ICT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SPA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해 개장한 '스파오 타임스퀘어점'에 무선주파수 인식(RFID)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매장으로 선보였다.

이 매장에서는 고객이 물건을 찾고 싶을 때 주변 직원이 아니라 매장 내 비치된 태블릿으로 직접 재고를 조회할 수 있으며, 매장에 없는 상품을 주문할 경우 픽업대로 상품을 가져다준다.

한세엠케이도 매장에 실시간 위치 추적 기술인 RTLS(Real Time Location System)를 접목했다. RTLS는 매장에서 고객이 고른 특정 상품이 행거나 피팅룸을 거쳐 카운터까지 올라오는 전체 동선 등을 읽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취향과 최신 트렌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RTLS는 현재 캐주얼 브랜드 TBJ 롯데아울렛 이천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연내 약 20개 매장에 도입될 예정이다.

홈퍼니싱이 대중화되면서 가구 소비가 대폭 늘었지만, 아직까지 가구는 직접 보고 구매해야 된다는 인식이 높다. 한샘은 자사 온라인쇼핑몰인 한샘몰에 증강현실(AR) 기술을 도입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소비자는 한샘몰 앱에서 다양한 가구를 선택 후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자신의 집에 배치해 볼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 시장은 전통적인 판매 방식이나 제도가 굳건했던 산업이었지만 쿠팡 등 온라인 기업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이제는 ICT기술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게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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