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9일 별세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원톱 체제’가 더 공고히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경영권 분쟁이 없다고 해서 상황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그룹 핵심사업인 유통과 화학 부문의 경쟁력 확보를 비롯해 지배 구조 완성을 위한 호텔상장도 당면한 과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신격호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0.4%다. 주요 주주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13.9%), 임원지주회(6%) 등이다.

신 전 부회장은 최대주주인 광윤사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종업원지주회, 관계사, 임원지주회가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2015년 형제의 난 이후 진행된 이사회에서 이들은 신 전 부회장 대신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신 명예회장의 거액 유산 상속이 이뤄진다고 해도 현재 신 회장의 경영권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회장의 당면한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호텔롯데 상장이다. 롯데는 2017년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계 지분 비중이 99%에 달하는 호텔롯데가 남아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와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상장을 통해 일본 투자자들의 지분을 희석해야 한다.

롯데는 호텔롯데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줄인 뒤 한국의 롯데 지주체제에 넣어 단일 지배구조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이 연말 임원인사에서 재무통인 이봉철 롯데지주 사장에게 호텔&서비스 BU(비즈니스유닛)장을 맡긴 것도 상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실적이다. 호텔롯데의 주요 사업은 면세점인데 지난해 영업이익은 1577억원 가량으로 2016년(3436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후 기업가치가 급락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상장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이 시급하다.

그룹 핵심사업인 유통과 화학 부문의 경쟁력 확보도 시급하다.

신 회장은 2014년부터 5년간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 재판 등을 거치며 유통 사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 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한 유통 패러다임을 쫓지 못했고, 이는 곧 유통 계열사들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백화점과 마트, 슈퍼, 하이마트 등 유통 계열사들이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실적을 이끌던 롯데케미칼도 글로벌 업황 악화로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9563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신 회장도 위기감을 느끼고 계열사 전반에 역량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온라인과 화학 사업 투자와 함께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롯데는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목표로 내걸었고, 미래를 이끌 '화학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왕자의 난’ 이후 공고화 한 신동빈 회장의 ‘원톱’ 체제가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며 “신 회장은 롯데를 둘러싼 당면한 과제 해결을 통해 ‘원롯데’ 체제를 굳건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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