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는 여객 증가세 '주춤' 분위기와 일본 노선 수요 감소 등 악재

“9월부터 진짜 위기…항공기 취득세 감면 등 정책적 지원 절실해”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난기류에 흔들리고 있다. 국적 항공사들은 지난해 항공 여객 성장세에 힘입어 공격적인 노선 확대 정책을 펼쳤으나, 올해 예상만큼 수요가 받쳐주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일본 노선 수요 감소 등의 악재도 항공업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항공 전문가들은 성수기가 끝나는 오는 9월 이후부터 항공업계의 위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항공기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 등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대한항공 제공

◇항공 여객 증가세 ‘주춤’…항공업계 호황 끝났나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들의 위기감이 최근들어 부쩍 심화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국적 항공사들이 지난해 공격적으로 노선을 확대했으나, 노선 확대로 인한 공급 증가만큼 수요가 늘어나지 않아 최근들어 크게 고전을 겪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한 달 동안 항공 여객은 1054만2118명으로, 지난해 6월 항공 여객인 982만2706명보다 7.3%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6월 항공 여객은 2017년 6월 항공 여객(883만243명)보다 11.2% 증가했다. 연간 여객 증가세가 감소했다는 얘기다.

올해 6월까지의 누적 항공 여객 성장세도 주춤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6월까지의 항공 여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누적 항공 여객 수가 2017년 대비 9.4% 증가한 것에 비해서는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 내부에서는 항공 여객 성장세가 사실상 정체기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 마저 들린다. 일각에서는 “최근 2~3년간 지속됐던 항공업계의 호황이 사실상 끝났다”는 말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적 항공사들이 항공 여객 증가세에 힘입어 노선을 대폭 확충했으나, 기대했던 만큼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이제 항공여행을 갈 사람은 다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항공 여객 수요가 정체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A350-900.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일본 경제 보복 악재까지…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항공업계

국내 항공업계는 항공 여객 수요 정체뿐 아니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따른 일본 노선 수요 감소 등의 악재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운 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등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뿐 아니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대형항공사(FSC)도 일본 노선 운항 중단 및 축소 등을 통해 일본 노선 수요 감소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9월부터 대구~구마모토, 부산~사가 노선 운항을 중단하며, 이스타항공도 같은 달부터 부산~삿포로·오사카 노선을 운휴한다.

에어부산 역시 9월부터 대구~도쿄 노선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진에어는 10월부터 인천~후쿠오카 노선을 주 4회에서 주 3회로 줄일 방침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일본 노선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향후 일본 노선 축소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적 LCC뿐 아니라 국적 대형항공사들도 일본 노선 운항 중단 및 축소정책을 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9월3일부터 부산~삿포로 노선을 운휴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후쿠오카·오사카·오키나와 노선에 A330 항공기 대신에 A321, B767 항공기를 투입한다. 대체 항공기를 투입하는 시점은 추석 연휴(9월12일~9월15일)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290여명이 탑승할 수 있는 A330 대신에 170여명을 태울 수 있는 A321과 250여명이 탑승 가능한 B767을 일본 노선에 투입해 일본 노선 수요 감소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미 올해 초부터 일본 노선 공급 확대 속도에 비해 일본 노선 수요 증가세가 더디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등으로 인한 일본 노선 수요 감소 등의 우려가 겹치면서 국적 항공사들이 축소 지향의 일본 노선 정책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 노선은 이미 올해 초부터 수요 증가보다 공급 확대가 더 많아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며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문제까지 겹치면서 국적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 사진=각 사
◇“9월부터 진짜 위기…항공기 취득세 감면 등 정책 지원 절실”

항공 전문가들은 성수기가 지난 오는 9월부터 항공업계의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정부가 국적 항공사 보호를 위해 항공기 취득세 감면 등의 지원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성수기가 끝나는 9월 이후부터 항공업계의 위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항공기 취득세 감면 등 항공사에 대한 정책 지원이 없을 경우 국내 항공 산업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항공사에 대한 지방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고 올해부터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의 대형항공사를 감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항공업계의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원 대신 압박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취득세 60%, 재산세 50%의 감면을 받지 못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의 경우 항공사에 항공기 취득세와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는 등 자국 항공사를 위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우리도 국내 항공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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