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나노 워셔' 공기청정기 판도 바꿔… 세계발명대회 ‘대상’, 국내외 주목

전필동 회장 "내 인생의 역작" …'공기 난민 시대' 최고의 해결사로 등장

'나노 워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주)엔비의료기 전필동 회장. 사진=이혜영 기자
대한민국의 미세먼지 심각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한국의 미세먼지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 발표한 '삶의 질'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미세먼지와 하천오염 등 환경 부문에 대한 평가에서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지난해 ‘삶의 질 보고서’를 통해 현재 수준의 대기 오염이 유지된다면, 2060년경 대기오염으로 인한 한국의 조기 사망률이 OECD 회원국 중 중국 다음으로 2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기술교육원 역시 "2010년부터 국내 대기 공기 오염농도가 급격히 높아졌다며, 공기 오염으로 질병이 늘고 사망률이 높아짐에 따라 공기 좋은 외국으로 이민자가 느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를 가리켜 '공기 난민 시대'로 칭하기도 했다.

현시대를 공기 난민 시대에 이르게 한 미세먼지는 중금속과 각종 화학물질을 함유한 아주 작은 입자로, 2013년에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분류한 1군 발암물질이다.

미세먼지 공포가 확산하며 공기 청정기에 관한 관심도 높다. 우리나라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100만대 수준에 그쳤지만, 2017년 140만대, 2018년 250만대, 올해 300만대로 추산되면서 3년 만에 3배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에만 판매량이 2017년보다 80% 가까이 늘어나며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공기청정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공기청정기가 제대로 미세먼지를 걸러주고 있는지에 대해 소비자들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런 가운데 기존 공기 청정기 개념을 뒤집는 공기 청정기가 출시됐다. 신개념 공기 청정기를 개발한 주인공은 ‘발명왕’으로 통하는 전필동 (주)엔비의료기 회장이다. 전 회장은 충격을 흡수하는 ‘에어시스템 운동화’(1993년), 세계적 붐을 일으킨 ‘바퀴 달린 운동화’(2002년), 충격 완충 인라인스케이트(2002년), 피겨여왕 김연아가 입었던 전신 보정속옷 엔비코르셋(2011년)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발명품들을 출시하며 업계 판도를 뒤흔든 인물이다.

특히,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물 필터 공기청정기 나노 워셔로 국제발명단체총연맹(IFIA)이 개최한 세계녹색발명대회 대상과, 같은 곳에서 열린 2018 국제발명전시대회(iENA 2018)에서도 신산업발명부문 금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2118년 11월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세계발명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나노워셔. 전필동 대표를 대신해 (주)엔비의료기 관계자들이 수상 인증서와 메달을 받았다.
'나노 워셔, 인생의 역작'… 획기적 공기청정기

전 회장은 자신이 개발한 나노 워셔를 발명 '인생의 역작'이라 칭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의 공기 청정기가 갖고 있던 단점을 모두 보완하며 친환경적인 제품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나노 워셔를 영국의 발명가 제임스 다이슨이 개발한 날개 없는 선풍기를 능가하는 획기적 제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기청정기 개발에 뛰어든 계기로 “대기문제가 당면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이다. 그런데 현재 공기청정기 필터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있었다"며 "공기청정기 필터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해 왔고 다른 방식으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존 공기청정기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목받는다. 보통 외국기업이나 국내 대기업 대다수 공기청정기는 필터방식으로 미세먼지를 집진해 정화한다. 하지만 이는 눈으로 보이는 정도의 먼지를 걸러내는 수준으로, 인체의 코와 목에서도 걸러진다. 미세먼지를 거른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필터가 막혀 초미세먼지는 필터를 통과해 사람이 흡입할 수밖에 없다. 막힌 필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2차 산업폐기물이 과다하게 발생한다는 게 전 회장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 회장은 물이 미세먼지를 제거하도록 나노 워셔를 발명한 것이다. 물을 이용한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방법은 모터 펌프로 물을 끌어올린 후 압축시켜 스크린에 분사하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모터 펌프의 기계소음이 발생하고 물을 압축, 분사하는 과정에서도 소음이 나오며, 전기세까지 많이 나온다는 단점이 있다.

나노 워셔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 나노 워셔는 모터 펌프 없이 바람을 순환시키기 위한 순환 팬에 원형의 압축분사필터를 수직으로 연결했다. 팬이 순환하게 되면 회전하는 원심력에 의해 물이 끌어올려진다. 원심력은 원운동을 하는 물체에 나타나는 관성력을 말한다. 이러한 원심력 모터 펌프가 필요없는 이유다. 이렇게 끌어올려진 물은 압축분사필터에 밀착된 2차 원통의 작은 구멍을 통해 회전하면서 외곽에 설치된 원형 스크린에 물을 분사시킨다. 이 흐름을 통해 물을 끌어올리고 압축, 분사하는 과정이 이뤄진다.

'나노 워셔'만의 미세먼지 제거법

기존 기계식 필터를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는 필터 100겹을 쌓아도 나노 단위의 미세먼지는 제거하지 못한다. 또한, 필터 탓에 소형화가 어렵고, 늘어나는 필터 수만큼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나노 워셔 제품
하지만 나노 워셔는 다른 원리로 미세먼지를 제거한다. 공기 정화용 팬(Fan)이 순환하게 되면 공기청정기 하단에 있는 흡입구를 통해 공기가 빨려 들어온다. 공기 청정기 안에 있는 공기는 물이 압축, 분사되는 과정에서 1차로 디스크 형태의 흡착판을 통과하면서 먼지가 걸러진다. 이때 '코안다 효과(Coanda Effect)'가 적용된다. 코안다 효과는 1930년 루마니아의 과학자 헨리 코안다가 발견한 것으로, 액체나 기체가 굽은 물체를 만나면 표면의 곡선을 따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수도꼭지에 물을 틀고 손가락이나 숟가락을 가져다 대면 물이 면의 굴곡을 따라 방향을 바꾸는 현상과 비슷하다.

또 흔히 주전자나 유리병에 있는 물을 컵에 따르는 경우 물이 주전자 벽면을 따라 흐르는 것도 코안다 효과다. 이렇게 1차로 걸러진 공기는 1초에 200만 개 이상 분사되는 물방울에 달라붙게 된다. 물방울이 전기적 자성을 띠기 때문이다. 10cm 이상의 층층이 쌓인 물방울 막이 형성된다.

유리창에 분무기를 뿌려 흘러내린 물을 휴지로 닦아내면 먼지가 묻어나는 원리를 활용했다. 촘촘히 분사되는 물에 의해 미세먼지가 물방울에 포함되고 이는 원형 필터 안의 스펀지에 흡수된다. 이 과정을 통해 미세먼지를 포함해 초미세먼지나 나노 단위 먼지가 걸러지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나노 워셔의 장점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먼지를 걸러내 좋은 공기를 순환 팬을 통해 다시 내보낸다는 점이다. 나노 워셔의 가습 기능은 여기서 나온다.

나노 워셔의 특별한 기능 '음이온 방출'

나노 워셔의 또 다른 장점은 음이온을 방출한다는 점이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독일의 필립 레너드 박사 발표에 의하면 실제 폭포수 근처에서는 맑은 공기와 다량의 음이온이 발생해 주변 공기가 정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폭포수에서 물이 낙하해 바닥에 부딪혀 부서질 때, 큰 물방울 또는 바닥의 고인 물은 양전하(물체가 띠고 있는 양의 전기적 성질)가 많은 상태가 되며 음전하(물체가 띠고 있는 음의 전기적 성질)인 다량의 잉여전자들은 불안정하게 미세물방울에 붙게 되는데, 이들 물방울은 무게가 가벼워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이 미세한 물방울이 공기 중의 먼지 및 분자들과 충돌할 때 음이온 먼지나 음이온 산소분자를 만든다. 나노 워셔는 이른바 ‘작은 폭포수’라는 게 전 회장의 설명이다. 나노 워셔를 작동하고 음이온을 측정해보면 만 단위의 음이온을 방출됨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의 세포는 세포막을 통해 끊임없이 영양과 산소를 공급받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체내 흡수된 음이온은 세포의 이온교환을 돕는 일을 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5000여 편의 논문들을 보면 음이온은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며, 통증 완화, 알레르기 체질개선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노 워셔는 자연적으로 음이온을 발생시켜 공기 상태는 물론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나노 워셔의 '효율성' 탁월

나노 워셔는 근본적으로 물을 공급하는데 모터 펌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전력 사용이 낮다. 시중의 공기청정기는 220볼트를 쓰지만 나노 워셔는 24볼트를 쓰고 있어 한 달에 많이 써야 500~1000 원 정도의 전기사용료가 나온다. 또한, 수중모터 펌프는 고장이 많이 나지만 나노 워셔는 모터 펌프가 없기 때문에 사후관리(A/S)를 받을 필요가 없다. 나노 워셔에 들어가는 모터는 공기 순환을 위한 팬에 부착하는 것인데 최소 10년 이상 쓸 수 있다. 즉, 추가 비용이 최소 10년 안에는 들지 않는 방식의 공기청정기라는 것이다.

경쟁업체들의 복제품에 대한 우려로 나노 워셔에 적용된 특허 기술은 이미 출원했다. 고효율 공기 정화 장치, 연무 필터 방식의 공기 청정 장치, 원심력을 이용한 정수 장치 등 3개다. 미국과 중국 등 외국특허도 PCT(특허 출원, 조사 및 심사에 있어서의 국제 협력을 위한 조약)를 신청해 특허 우선권을 확보했다. 나노 워셔는 원천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유일무이한 제품이라는 게 전 회장의 설명이다.

최근 독일을 비롯한 해외와 국내 대기업에서 물을 활용한 공기청정기를 내놓았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나노 워셔에 뒤떨어진다는 게 전 회장의 주장이다. 즉, 전력 소모량이 높고, 구조가 복잡한데다 사후관리(A/S)가 잦다는 것이다.

세계발명대회 '대상' …국내외 협업 및 수요 폭증

전 회장의 노력은 마침내 국제적으로 빛을 발했다. 2018년 11월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물 필터 공기청정기 나노 워셔로 국제발명단체총연맹(IFIA)이 수여하는 세계녹색발명대회 대상과 함께, iENA 2018에서 신산업발명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대상을 시상한 IFIA 측은 전 회장을 대상자로 선정한 이유로 "뛰어난 친환경 발명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또한, 신산업발명 금상 수상에 대해서도 "새로운 발명, 기술, 제품에 해당한다. 뛰어난 기술의 물필터 공기청정기를 개발해 금메달을 수여한다"고 iENA2019 주최 측이 전했다. 특히, 지난해 70주년을 맞은 세계적인 발명 전시회인 국제발명전시대회는 총 29개국에서 664점의 발명품이 출품돼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또한 올해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2019 국제발명전시회에도 초대받아 나노 워셔의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23일 고려대학교 하나스퀘어에서 열린 2018년도 동계학술발표대회에 참석해 '신기술 Non-Filter Water net 방식의 나노 워셔 공기청정기술에 관한 연구'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외 건국대 수의학과, 세종대학교, 삼한기술단 등과 연구 및 공동사업에 나섰다. 또한 중부발전 보령화력, 서부발전 태안화력도 협력하고 있으며, 건설교육원 교재에도 전 회장의 기술이 등재됐다.

나노 워셔를 세상에 내놓은 전 회장은 저비용, 고효율, 친환경적인 발명품 나노 워셔를 통해 대기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이른바 공기 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노 워셔로 인해 적어도 실내에서는 맘 편히 숨 쉬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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